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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늦가을 단풍의 흠뻑 젖다.. 주왕산 단풍산행기


 

   어느 광고에 선가 단풍구경 놓치면 그 가을을 놓친거라는 친구가 그립다고 했던가?  아무튼 봄에는 꽃놀이, 가을에는

  단풍구경이 바쁜 일상 속의 작은 휴식이 된지는 오래되었다.  그 옛날 막걸리 한 잔 옆에 차고 자연을 벗삼아 시 한 수

  읊는 삶  을 꿈꾸며, 단풍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 여기저기로 떠나본다.

 

 

 올해는 주왕산을 가기로 하였다.

 주왕산은 당나라 주도라는 사람이 피신하여 왔다가 죽은 곳이라 주왕산이라 불린다고 하였으며,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3대 암산(岩 山)으로 불린다고 한다.

  경북 청송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산지라는 인공 못이 있는데,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들에게는 출사지로 일찍이 알려져있다.

 

 

 

 여행상품을 미리 예약하고 있는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고민고민하다가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소풍가는 아이마냥 전날 김밥도 싸고, 간식도 준비해서 일찍 잠든 후, 새벽같이 일어나 집합 장소에서 모여 출발하였다. 새벽에 일어난 탓에 비몽사몽 잠에 취해있는데, 어느새 안동 시내를 통과하여 청송에 들어섰다. 출발 할 때는 살짝 흐리긴 했지만 비는 오지 않아 혹시나 했던 기대는 눈을 뜨니 이미 주르륵 내리는 비에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버스가 주왕산 주차장에 도착할 때 쯤, 안내하시는 분이 일정에 대해 알려주신다. 약 세 시간 반 뒤에 다시 집합하기로 한다. 차에서 내려 우의를 입으니 배는 고프지만, 준비해온 김밥을 펼쳐놓고 먹을 장소는 여의치 않다. 할 수 없이 김밥은 나중에 먹기로 하고 인근 식당으로 들어가 청국장과, 해물파전, 그리고 송이 막걸리를 주문해 본다.(김밥을 나중에 먹기로 한 결정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식당 안은 이미 하산하여 맛난 점심을 먹으려는 단체 등산객들로 북적이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나름 비 냄새와 어울어진 송이 막걸리 냄새를 느끼며 오감을 충족시킬 시동을 걸고 있었다.

 

배를 든든히 하고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었다. 어차피 시간제한도 있고, 정상에 오르지 못할 바에야 천천히 걸어가며 풍경을 눈에 그리고 카메라에 담고자 노력하였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있는 대전사에는 오래 된듯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이름에 걸맞게 노오란 금닢을 주렁주렁 붙이고 있다. 절 마당을 가로질러 산길로 접어드는데 저 멀리 구름에 어슴프레 모습을 드러낸 산등성이의 위용이 범상치 않다.

아직은 살짝 이른 것 같기도 한, 하지만 이미 가을의 아우라는 내 몸을 휘감고 있다. 제1폭포로 향하는 길이긴 하나 중간 중간 있던 바위를 휘감아 내려오는 작은 폭포는 비가 오기 때문이라. 이것도 나쁘진 않다.

 

 

 

 제법 울긋불긋한 나무들을 지나 비에 젖은 낙엽마냥 와이프 옆에 찰싹 붙어서 잰 걸음을 걷다보니 시루봉이 보인다. 떡을 찌는 시루 같이 생겼다고 하여 시루봉이라 불린다는데, 도시 촌놈인 나는 시루봉을 보고서야 시루가 저러 모양이겠거니 상상하는 처지라 생소하다.

 

 

 비가와도 많은 사람들을 따라 올라다가보니 드디어 제1폭포가 나온다. 커다란 바위를 굽이굽이 돌아 휘몰아치는 물길을 보고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왔다.

 

 

 

 다음 장소는 주왕산 주차장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주산지이다. 주산지는 조선 숙종(1721년) 완공된 인공 저수지인데, 지금까지 한 번도 그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한다. 영화에도 등장 했던 이 주산지는 물 속에서도 썩지 않고 뿌리를 내리고 있는 왕버들나무로 유명하고, 잔잔한 수면에 반영된 주왕산의 모습 또한 사진으로 익히 봐온터이다.

 

 

 하지만 오늘은 비오는 날이었다. 거울이어야 할 수면은 비로인해 잔물결이 출렁이고 있었다. 그래도 건너편으로 보이는 단풍은 충분히 화려했고, 비 맞은 왕버들나무도 꿋꿋이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청송엘 왔으니 사과는 기본을 외치며 농장 아주머니께 사과 한 자루를 사서 싣고, 서울로 떠났다.

청송으로 가는 길 비해 돌아오는 길은 막혀서 시간이 한참 걸렸다. 잠깐잠깐 휴게소에 들으긴 했지만 생리현상 해소 외엔 큰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까 먹지 못했던 김밥이 있지 않는가?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서 몰래 하나씩 야금야금 꺼내 먹으니, 마치 학창시절 수업시간 선생님 몰래 먹던 과자 생각도 나고 스릴 충만이었다.

 

 결국 꽤 늦은 밤이 되어서야 버스는 출발지에 우리를 내려놓았고, 진이 다 빠져버려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였지만, 그래도 올해 단풍 구경했다!!

 

 

 

 

 

 

  오동명 / 건강천사 사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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