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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TV&영화 속 건강

유방암 위협을 이기는 ‘애정만만세’


 

  주말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MBC의 ‘애정만만세’를 새해에도 볼 수 있을듯 싶다. 당초 50회로 연내 종영할


 예정이었으나, 방송국 측이 57회로 연장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배우 천호진과 '애정만만세'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인 의사 강형도 역을 맡은 천호진을 볼 때마다 그의 아버지 천규덕을 떠올리게 된다.  천규덕은 1970년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프로레슬러로써 ‘당수의 명인’이라고 불렸다.

 10여 년 전에 천규덕을 만났을 때, 그는 “제 아들이 배우인데 좋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성한 아들에 대해 부탁의 말을 하는 거구의 노인에게서 부정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천호진이 목공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의 아버지가 당수의 명인이라는 것을 떠올리면서 손재주가 유전된 것이 아닐까, 혼자서 생각해본 적이 있다. 

 

 천호진은 진지한 배우의 대명사다.  배우들이 내남없이 코믹 연기를 선보여도 그는 시종 묵직한 내공의 카리스마로 드라마와 영화에 기여해왔다.  그런 그가 ‘애정만만세’의 최근 방송 분에서 드물게도 농담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방암' 부끄럽게만 여기면 병을 키울수도....

 

 극중 의사인 형도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 강의에서 유방암 자가 진단 중 촉진(觸診)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남자 스태프를 강연대 위에 올려서 시범을 보이려고 그 남자의 가슴 주변을 손으로 문지르다가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오해하지 마셔요. 저는 남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성적으로 여성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 우스개에 주부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형도가 의학 지식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농담을 한 것은, 인간의 신체 기관인 ‘유방(乳房)’이 성적 자극의 대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잖은 척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유방’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을 민망스럽게 여긴다.

 유방의 우리말인 ‘젖가슴’은 더욱 피하고, 그저 ‘가슴’이라고 한다.

'가슴'(chest)과 ‘젖가슴'(bosom)은 다른 말이지만 구어에서 그냥 통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젖가슴에 대한 이러한 태도가 여성 유방암 발병의 한 요인이 됐다고 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여성들은 유방통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가족에게조차 드러내는 것을 저어한 까닭에 유방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한 자가진단, 그 중에서도 촉진이 널리 알려진 후에도 일부 여성들은 유방을 만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심지어는 죄책감을 토로하고 있다.
 

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 강형도의 아내인 오정희(배종옥)는 50대가 될 때까지 한 번도 유방에 대한 진찰이나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형도와 정희는 한 번 이혼했다가 재결합을 한 사이다.  헤어진 후에 서로 만나지 않던 두 사람이 재회한 것은 정희가 유방암 검진을 받게 되는 병원에 형도가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희는 유방에서 멍울이 잡히는데 통증까지 있으며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온다고 하여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유방암을 걱정하게 만든다. 진찰 과정에서 정희는 반대쪽 유방도 아프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 조직검사 결과 유방의 섬유종으로 판명됐다.
 형도는 정희를 진찰하던 중에 유방암이 걱정돼 소리를 질렀다.

 “왜 이 지경이 되도록 가만히 있었어?” 

  

 

 

 세계 여성암 발생률 1위....유방암

 

 알려져 있다시피, 유방암은 세계 여성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1년 여성암 발생률 1위였다가 현재는 갑상선 암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부녀(父女) 의사인 이민혁, 이지연 씨가 최근에 펴낸 책 ‘혹시 내가 유방암에 걸린 것은 아닐까?’에 따르면, 한국 여성에게 생기는 유방암은 서구 여성의 유방암과는 특징이 약간 다르다.

 서양에서는 50대 이후의 갱년기부터 유방암 발생이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40대 여성에게 발병률이 가장 높고 50대, 30대 순으로 많이 발생한다.

 특히 35세 미만의 아주 젊은 환자의 비율도 15%나 될 정도로 서양에 비해 젊은 여성층의 유방암 발병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유방암 발병률이 젊은 층에서 높게 나오는 것은 젊은 여성이 나이든 여성에 비해 모유 수유를 더 적게 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다.

 또 젊은 여성의 검진율이 높기 때문에 발생률도 높게 올라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만큼 이른 시기부터 유방암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유방암 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40세 이상 여성은 1~2년 주기로 진찰 및 유방 사진촬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젊은 여성의 유방은 유방조직이 치밀해 사진을 찍어도 뿌옇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종양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사들은 환자의 사진촬영에서 치밀한 유방으로 나오는 경우 초음파검사를 추가로 권하는 경우가 꽤 있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단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조기발견을 위해 매달 자가검진이 필수..

 

  전문의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것은, 초음파검사를 추가해도 유방암을 혹시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매달 스스로 유방을 만져보는 촉진 등의 자가검진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가검진법은 한국유방암학회(www.kbcs.or.kr) 홈페이지 등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출처 : 한국유방암학회 홈페이지 www.kbcs.or.kr)

※ 그림을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이동하며 더욱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수 있습니다. 

 

 유방을 촉진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반듯하게 누워서 검사하는 쪽의 팔을 머리 위로 올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따로 시간을 내서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것을 번거롭게 여긴다. 샤워를 하는 동안에 서 있는 자세에서 꼼꼼히 만져보는 것도 권유할만한 방법이다.

 유방의 반대 쪽 가운데 세 손가락의 첫 번째 마디를 이용해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원을 그리면서 부드럽게 만져주는 것이 좋다.

 유두 부위에서 시작해 동심원을 그리며 유방 바깥까지 만진 후 유방 조직이 퍼져 있는 겨드랑이의 위, 안, 옆 쪽 까지 만지는 방법을 택한다.

 

 자가 검진 과정의 마지막에는 반드시 젖꼭지에서 분비물이 나오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젖꽃판(乳輪·유륜)을 살짝 짜 본다. 이 때 자극에 의해 유즙이 소량 나올 수는 있지만 혈성 분비물이 나온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봐야 한다.

 젖꼭지를 자극했을 때 통증이 심하거나 한쪽 젖꼭지가 갑자기 안으로 밀려들어가면 반드시 의사를 찾아가 상의해야 한다.

 촉진 때 한쪽 유방에만 덩어리가 만져진다던지 피부 한 쪽에 함몰 증상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앞서 소개한 책  ‘혹시 내가 …’은 촉진 뿐 만이 아니라 눈으로 관찰하는 시진(視診)을 강조하고 있다.

 거울을 보고 유방암을 자가 진단하는 시진은, 우선 양팔을 옆으로 내린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양쪽 유방의 크기, 모양의 대칭성을 비교하고 종괴나 유두 부종, 피부의 이상, 유두 함몰 등이 없는지 관찰한다.  다음에 양팔을 머리 위로 올린 자세와 허리에 댄 자세를 취한 후 다시 한 번 유방에 이상이 없는 지 확인한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자신의 유방을 사랑하는 것'

 

 드라마 ‘애정만만세’의 주인공 오정희처럼 품위 있는 언행을 하는 캐릭터다라면 자신의 유방을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민망히 여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꾸려가기 위해선 스스로의 질환을 예방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은 의무가 아닐까. 자신의 유방을 사랑하는 것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애정만만세’를 외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책 ‘혹시 내가…’의 공저자인 젊은 여의사 이지연 씨는 ‘나의 친구 유방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형식을 빌려서 인상적인 맺음말을 썼다. “…너의 이야기를 우리와 함께 함께 나눈 모든 사람이 네 진짜 모습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이해한 만큼 더 많이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거야. 넌 사랑하고 관심을 갖는 만큼 건강해지는 존재니까.”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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