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중에서 희망과 일치하는 계절은 봄이다. 봄에는 만물이 생기를 되찾는다. 얼었던 땅에서 새싹을 틔우는 가녀린 들풀을 볼 때면 희망이란 단어를 고스란히 가슴속으로 옮겨오고 싶다. 한산하기만 하던 시골마을도 5일에 한 번씩은 사람소리로 요란해진다. 뒷짐 지고 흥정하는 사람들을 구경만 해도 한나절이 금세 지나간다. 장터 담벼락에 기대어 두꺼운 겨울옷을 벗어버리고 한낮의 포근함을 즐기고 싶다. 동백꽃과 주꾸미는 제철준비에 여념이 없다. 인심 좋은 충청도 끝자락에 자리한 서천으로 봄 마중을 나가보자. |
1일, 6일은 한산오일장 가는 날 |
작고 앙증맞은 물조리부터 함석지붕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의미 없는 함석들이 제 각각 이름을 가진 멋진 상품으로 태어난다.
한산 초등학교 앞에 자리한 함석집 사장님은 찾아오는 손님에게 구수한 입담과 함께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함석으로 만든 여러 가지 물건들을 구경시켜준다.
그뿐 아니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어물전 앞에 자리한 호수목욕탕. 이곳은 주인이 없는 듯하다. 아니 주인이 있어도 그림자처럼 그 존재감이 없다. 손님이 알아서 비누도 갖다 쓰고, 목욕비도 스스로 계산한다.
그 외에도 ‘탕탕탕’ 쇠를 두드리는 아성대장간, 한동안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막걸리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는 한산양조장, 효험 좋기로 유명한 경북한약방, 3대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삼거리국밥집까지 모두 한산오일장을 지켜온 터줏대감들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만 들어도 1박2일이 부족할 듯하다.
한산오일장은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에 1일, 6일에 서는 장이다.
최근 시장상인들이 주축이 되어 새벽모시시장 건물에 ‘한다(韓多) 공방’을 열었다. 공방에는 작고 깜찍한 미니어처 도끼, 천연모시로 만든 핸드폰 케이스, 솟대, 천연모시 스카프 등이 전시·판매된다. 가격 또한 비싸지 않으니 기념품으로 하나씩 구입해도 좋을 듯하다. 한산오일장은 점심때가 지나면 썰렁해진다. 때문에 서천여행을 계획한다면 한산오일장을 가장 먼저 찾는 게 좋다.
오전에 장구경을 하고 점심으로 임금님도 드셨다는 섞박지로 배를 든든히 채워보자.
섞박지는 1700년대부터 100여 년간 궁중은 물론 서민에 이르기까지 즐겨 먹어온 한산을 대표하는 김치다. 일반김치와 달리 심심하게 절인 배추와 큼직하게 썰어 넣은 무, 미나리, 쪽파, 마늘, 고춧가루 등을 넣고 시원하게 발효시킨 것이 특징이다.
섞박지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삼거리식당(041-951-0167)과 오라리식당(041-951-0629), 향토회관(041-951-7668) 등이다.
1500년의 역사를 간직한 한산모시와 한산소곡주 체험 |
한산모시관은 우리 전통 천연섬유의 우수성과 역사성을 관람·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한산오일장에서 자동차로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전국 모시유통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한산의 명성에 걸맞게 전시관 역시 잘 꾸며져 있어 아이들 체험학습에 도움이 된다.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한산모시전수관과 시연공방, 토속관, 모시매기공방 등에는 체험학습을 나온 초등학생들의 신기한 눈빛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시연공방에는 방연옥 선생과 나상덕 선생의 모시 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차량으로 5분 이내에 위치한 동자북마을 한산소곡주체험장으로 이동해보자.
한산소곡주는 감칠맛을 내는 독특한 술맛 때문에 ‘앉은뱅이’술로 유명하다.
백제왕실에서도 즐겨 음용했다고 하니 그 역사가 무려 1,500년. 우리나라 전통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술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전통모시짜기와 한산소곡주 빚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아빠를 위한 소곡주 시음은 보너스로 제공된다. 체험비용은 5,000원이다.
탁 트인 금강변에 조성된 신성리 갈대밭 |
신성리 갈대밭은 그 규모와 풍광이 아름다워 우리나라 4대 갈대밭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의 갈대는 어른 키 두 배를 훨씬 넘는다. 때문에 갈대밭 곳곳에서 연인들의 ‘나 잡아봐라’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갈대밭 사이마다 테마길이 조성되어 걷는 재미를 더한다.
갈대밭을 꼭 가을이나 겨울에 찾을 필요는 없다. 봄이면 갈대밭에 불을 지르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이렇게 불을 질러줘야 봄에 갈대가 잘 자란다고 한다. 일몰시간이면 금강으로 떨어지는 낙조를 사진에 담기 위해 수많은 사진사들이 찾기도 한다. 동자북마을에서 차로 약10분 거리에 있다.
봄의 전령사 동백꽃과 간장해독, 다이어트에 좋은 주꾸미 |
서해바다 어딘들 해넘이가 아름답지 않겠는가. 하지만 서천에서 특히나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은 마량리 동백나무숲에 자리한 동백정과 춘장대해수욕장이다.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 제169호인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어 3월 중하순에는 만개한 동백꽃에 발걸음을 뗄 수 없을 정도이다.
500년은 됨직한 굵은 동백나무가 85그루가 넘는다. 그 크기만도 집채만 해서 공원에서 흔히 보는 작은 크기의 동백나무와는 비교할 수 없다.
동백정에 올라서면 서해를 조망할 수 있다. 바다 한가운데 ‘오력도’라는 섬이 잔잔한 수면위에 홀로 바다를 지키고 있는 듯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백정을 내려와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해안절벽 위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동해가 거친 남성의 바다라면 서해는 조용한 여성의 바다다. 봄이 오는가 싶지만 해풍을 맞서기엔 아직 바람이 찰 수 있으니 미리 외투를 챙겨 올라가는 게 좋다.
춘장대해수욕장의 해넘이 또한 놓칠 수 없는 장관이지만 배를 채우는 것이 급선무. 동백꽃이 피는 시기인 3월 24일부터 4월 6일까지는 ‘마량리 동백꽃 주꾸미축제’가 한창이다.
주꾸미는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간장 해독기능이
탁월해 아빠들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또한 DHA와 타우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아이들과 엄마들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제철을 맞은 주꾸미는 홍원항 어시장에서 손쉽게 구입할수 있다.
다른 수산물에 비해 가격이 착한 것이 매력이다. 구입한 주꾸미를 들고 어시장 2층 식당에서 볶음이나 샤브샤브로 주문하면 된다. 제철에 먹는 주꾸미는 밥알처럼 생긴 알들이 가득하다. 식감은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춘장대해수욕장은 경사가 완만하고 수면이 잔잔해서 여름이면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해수욕장 뒤편으로 송림숲이 조성되어 있어 바다의 운치를 더한다. 해수욕장 근처에 펜션과 민박 등 숙박시설이 밀집되어 있어 1박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여행작가가 돌아본 1박2일 여행지 정보 (공통: 충남 서천군 지역번호 041)
☎ 951-4100 www.hansanmosi.kr → 마량리동백나무숲 일몰감상 → 홍원항(저녁) → 춘장대해수욕장 숙박 → 춘장대해수욕장 산책 → 서천 해양자연사박물관 |
글, 사진 / 임운석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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