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기분 좋아서~ 쿵쿵 뛰는데~ 아랫집에서~ 할머니가 올라왔어요.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기~분 좋아서~” 신들린 사람처럼 팔, 다리를 흔들며 연달아 부른다.

 온 가족이 웃음바다를 이루며 손뼉을 쳤다. ‘저 녀석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지.’

 

 헤어지면서 아들이 “승하 생일(꽉 찬 3살)선물로는 헬리와 엠버가 좋겠어요.”라고 손자가 좋아하는 생일 선물 리스트를 은근히 알려주었다.  

 

 손자가 좋아하는 생일 선물을 사려고 온라인 사이트를 휘저어 ‘뽀로로 컴퓨터’는 샀지만, 폴리 변신 로봇은 일시 품절이라 사지 못했다. 대형할인점 세 곳을 다니고 동대문 장난감 거리를 다 뒤져도 허사다. 손자 생일 하루 전에야 선물을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손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렇게 정성껏 선물을 준비하는 것을 알까?

 

 먼저 도착한 손자 녀석은 우리를 보자, 어미의 부추김에 마지못해 배꼽 인사를 한다. 

 우리 옆을 맴돌거나 달라고 매달리기는 커녕 케이크를 언제 먹느냐고 어미에게 묻는 게 고작이다. 

 10여 분이 지나도, 내 눈치를 보는 듯은 하지만 보챔은 없다. 

 

 하다못해, 선물을 내놓으니 그때부터는 웃음과 함께 눈빛까지 달라진다.

 포장지를 뜯고 변신시키는 재미에 줄이어 나오는 음식은 뒷전이다.

“승하가 자주 전화하면 또 장난감 사줄 거야.”
 다음날 손자가 원해서 걸었다는 전화를 받으니 “할머니, 컴퓨터 고마워요.”라고 말한다.

 

 강력한 장난감 약발도 단발로 끝났다. 

 하루 이틀 손자 관심을 끌려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많은 시간을 내어 선물을 골랐다.
 

손자의 말솜씨나 행동거지를 보면 일주일이 다르고 한 달은 격세지감이다.

 내 할아버지, 내 할머니가 내 친구로 바뀌었다.

 

 서너 살 때는 우리 곁에 붙어서 조르고 안기고 뛰고 나가자고 한눈팔 시간도 주지 않더니, 이제는 컸다고 제 어미, 아비 주위로만 돌지 늙은이는 찬밥신세다.  어릴 때는 전화기를 붙들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해서 내 손이 아파 올 정도였는데 어느 사이엔가 아비, 어미가 옆에서 코치하는 소리가 들려도 도망가기 일쑤다.

 

 생각해보면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서서히 나타난 현상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고 또래와 노는 것도 재미있고 신기한 장난감 등이 많을 것이다.

 

 만날 훈계용 설명만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싫증이 났을까?

 

 어제는 전할 물건이 있어서 아들 근무처에 들렀다가 “설날에는 손자세배를 받을 수 있을까?” 했더니, “연습시키고는 있지만, 인사도 잘 안 하는데 쉽기야 하겠어요.”라고 말한다.

 

 ‘엎드려 절 받기’에도 기쁨이 넘치고, 자나깨나 손자 생각이 짝사랑인 줄 알면서도 계속하고 있으니. “할머니, 바보는 내가 아니고 할머니야.”라고 손자가 말하는 것 같다.

 

 

 

글 / 고순자 서울시 강서구 발산동

일러스트 / 이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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