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왼손잡이는 왼쪽에 있는 물건ㆍ사람을, 오른손잡이는 오른쪽에 있는 물건ㆍ사람을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대선 후보들이 TV 토론에서 보인 제스처도 이를 뒷받침한다.

  2004년 후보 존 케리와 조지 부시는 오른손잡이였다. 이들은 긍정적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대부분 오른손을 사용했다.

  2008년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은 왼손잡이였다. 이들이 긍정적인 제스처에 쓴 것은 왼손이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http://www.yonhapnews.co.kr/]

 

 

 

 

  전체 인구의 5~10%를 차지하는 왼손잡이는 늘 마이너리티였다.

 

 고대 예술품에 그려진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비율도 요즘과 별로 다르지 않다.  소수파인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은 뿌리가 깊다.

 

 “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난 아무 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패닉의 ‘왼손잡이’라는 노래에서 나타나 있듯이 왼손잡이는 어렸을 때 왼손을 쓰다 부모에게 한두 번씩 혼난 경험이 있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왼쪽을 뜻하는 영어단어 ‘sinister’는 불길함과 사악함을 뜻한다.

 불어의 ‘gauche’도 사회적ㆍ육체적 결함을 가리킨다. 국내에서도 무심코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왼손을 사용하는 것을 ‘강제’로 제한하기도 했다.

 

 티베트의 셰르파는 과거에 용변을 본 뒤 화장지 대용으로 왼손을 사용했다. 음식을 먹을 때는 반드시 오른손을 쓰도록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식사하는 손은 오른손으로 제한돼 있다. 

 

 서양의 상류층에서 인기 높은 폴로 경기를 할 때는 오른손만 사용이 가능하다. 왼손을 쓰면 경기가 위험해진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미국 뉴욕의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선 오랫동안 왼손잡이 복서를 링에 세우지 않았다. 이번엔 경기가 화끈 달아오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왼손잡이에 대한 이런 편견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미국의 정치가이며 과학자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왼손잡이에 대한 선입견을 줄이는데 기여했다.  원래 오른손잡이였던 그는 일부러 왼손을 익혔으며 자신이 기초한 미국 독립선언문에도 왼손으로 서명했다.

 

 

 

 

  그러면 누가, 왜 왼손잡이가 되는 것일까?

 

 조부모ㆍ부모로부터 왼손잡이가 될 유전자를 전해 받는다는 이론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왼손잡이가 되는 원인을 다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조부모나 부모가 왼손잡이인 경우, 그 자손이 왼손잡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콩 심은데 콩 난다’는 멘델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같은 사람인 일란성 쌍둥이이면서 왼손잡이인 사람을 살펴봐도 유전설의 허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유전이론이 맞는다면 일란성 쌍둥이는 둘 다 오른손잡이거나 왼손잡이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 조사에선 일란성 쌍둥이가 다른 손을 사용하는 경우가 16%였다.

 

 

 뇌의 어떤 쪽을 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갈린다는 이론도 있다.

 오른손잡이는 좌뇌를 주로 쓰는데 반해 왼손잡이는 좌뇌와 우뇌에 적절히 기능을 분담시킨다는 것이다.
 어릴 때의 우연한 경험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로 가른다는 의견도 있다. 왼손잡이인 부모ㆍ형제ㆍ친척 등의 흉내를 내다가 자연스레 왼손 구사 법을 터득하게 된다는 것.
 

 태어나면서 좌뇌의 손상을 입은 아이가 왼손잡이로 자라게 된다는 견해도 있다.

 반대로 출생할 때 우뇌를 다치면 오른손잡이가 된다고 한다.  출생 시 좌뇌를 다치면 자연히 우뇌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왼손잡이가 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오직 뇌의 손상만이 왼손잡이ㆍ오른손잡이를 나누는 기준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출생 시 좌뇌 또는 우뇌가 다칠 확률은 반반으로 본다면 금방 모순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왼손잡이가 인구의 5~10%에 그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왼손잡이는 열등하지 않다, 기죽지 말자!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약하다’, ‘사고를 잘 당한다’, ‘수명이 짧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왼손잡이를 낙담시킨 적이 있다. 그러나 너무 걱정은 말자. 

 

 왼손ㆍ오른손잡이의 구분이 분명한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왼손잡이의 수명이 오른손잡이보다 평균 3.7년이나 더 길었다.  또 왼손잡이의 사고율이 다소 높은 것은 대부분의 작업환경이 오른손잡이를 위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최근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더 예민하고 성격도 조심스럽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에서 나왔다.

 왼손잡이 46명과 오른손잡이 66명을 대상으로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에 비해 원하는 것을 말할 때 더 예민하고 수줍어하며 행동을 조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면서 왼손잡이인 사람에서 이런 성향이 강했다. 반면 오른손잡이는 상황이 닥치면 바로 행동에 나서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왼손잡이 자녀에게 오른손으로 글씨를 쓸 것을 강요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이는 아이(특히 남아)에게 무척 괴로운 일이다. 왼손잡이가 되려는 경향이 남성 쪽이 더 강해서다. 미국에서 9세 이하의 왼손잡이 어린이에게 오른손으로 글씨 쓸 것을 유도한 결과도 여아의 60%, 남아의 20%가 교정됐다.

 

 왼손잡이 자녀에겐 그냥 왼손을 쓰게 해야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한다는 견해도 있다. 

 오른손만을 강요하면 발육장애ㆍ기억력과 집중력 저하ㆍ언어발달 장애 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아이가 심한 스트레스ㆍ열등감을 느끼고 노이로제ㆍ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왼손잡이에게 오른손을 강제로 사용하게 하면 좌뇌는 과도한 부담을 안는 반면 우뇌는 빈둥거리는 상태가 된다. 양쪽 대뇌의 업무량이 불균형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오른손잡이도 가끔 왼손을 쓰는 것이 좋다. ‘왼손잡이의 뇌’인 우뇌가 관장하는 직관력ㆍ창의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요컨대 왼손잡이는 결코 열등한 존재가 아니다. 수많은 편견이 있지만 다 근거가 희박한 것들이다.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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