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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갑상선암 이기고 '오늘만 같아라'

 

 

 

 

  일일연속극 '오늘만 같아라'

 

‘한참을 돌아봤소 내 오른 길을/가쁘진 않았지만 난 후회 없소/쉬오던 바윗돌 그늘 준 가지/모든 게 정말 고맙소//탈도 많고 말도 많던 내 길/그 누구를 탓하겠소/그래도 이만큼 저만큼이면/나름 웃을 수 있쟎겠소….’

 

 TV 일일드라마 ‘오늘만 같아라’의 OST에 수록된 노래다.

 자신의 인생을 담담히 돌아보는 가사와 함께 애잔함이 감도는 음률이 가슴을 울린다.  

 

 ‘마이 웨이(My Way)’라는 제목의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최백호. 쓸쓸하면서도 감미롭고, 웅얼거리는 듯 거칠게 내지르는 그의  음색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세계를 갖고 있다. 

 

  다소 여윈 체구의 최백호는 얼핏 보아서는 약해 보이지만, 60이 넘어서도 연예인 축구단 공격수로 활약할 정도로 강골이다. 그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실제로는 약골이었는데 자신의 체질을 알게 된 후 육식을 금하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로 몸이 건강해졌다고 했다. 
 

 이렇게 건강한 그가 부른 ‘마이 웨이’가 드라마 속에서 갑상선 암에 걸린 주인공의 심정을 대변하기 위해 배경으로 깔리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러나 삶의 희로애락을 두루 겪어본 최백호는 그것을 아이러니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다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것이 병마(病魔)라는 것을 알기에.

 

 

 

 

  '오늘만 같아라' 주인공 춘복의 갑상선암

 

 드라마 ‘오늘만 같아라’는 베이비 붐 세대로서 고향 친구인 세 남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정과 갈등, 그리고 진정한 가족애를 그리고 있다.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주인공인 춘복(김갑수)은 말 그대로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선량한 성품의 인물로, 이복동생인 해준(김승수)을 뒷바라지해서 변호사로 훌륭하게 성장시켰고, 친자식이 아닌 지완(이재윤)을 끔찍하게 아끼며 키웠다.  

 

 그런 그가 이제 한 시름 놓고 아내 인숙(김미숙)과 세계 여행도 다니며 삶을 즐겨야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에 병마가 찾아왔다.   

 

 춘복은 병원에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 날짜를 받으며 동생 해준 이외에 아내와 아들에겐 숨긴다. 수술 당일에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 온다며 밝은 얼굴로 집을 나선다. 가족에게 공연히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이지만, 그런 춘복의 배려가 보는 이에겐 어쩐지 답답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동생 해준은 일을 하루 쉬며 형 곁을 지키는데, 수술 후 의사 말을 듣고 주저앉아 버린다.  암이 이미 악화해서 형 춘복의 남은 수명이 최대 7개월, 최소 3개월이라는, 청천벽력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극중 의사에 따르면, 춘복의 병은 갑상선 미분화암으로 종양이 뼈까지 전이돼서 병원 치료가 이미 의미가 없다.

  해준은 “우리 형님은 감기도 앓지 않던 건강한 분”이라며 뭔가 잘못된 진단이 아니냐며 따지지만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당사자인 춘복이 믿을 수 없어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

  그는 동생의 어깨를 부여잡고 “내가 정말 죽는 거냐? 7개월이 지나면 내가 없어지는 거야? 믿기지 않아”라며 오열한다.

 

 

 

 

  여성암 발생율 1위 '갑상선암'

 

 최근에 매스컴 등을 통해 갑상선암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 것은 이 병이 한국 여성의 암 발생률, 증가율 1위를 기록한 탓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4~5배가량 발병률이 높다고 하는데 그 원인에 대해선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에 발병, 증가율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갑상선 초음파 검사같이 쉽고 간편한 진단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암 진단율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갑상선(甲狀腺·thyroid gland)은 목 앞 중앙에 있고 앞에서 보면 나비 모양으로 후두와 기관 앞에 붙어 있는 내분비기관이다.  갑상선 호르몬을 생산 및 저장했다가 필요한 기관에 내보내는 기능을 한다. 

 

 갑상선암은 이름 그대로 갑상선에 생긴 암을 총칭하며, 조직학적 모양, 암의 기원세포 및 분화 정도에 따라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역형성암(미분화암) 으로 나눈다.

 

갑상선암의 원인으로 방사선 노출, 유전적 요인, 요오드 섭취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그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여느 암처럼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는데, 목의 결절이 커지거나 목에서 쉰 소리가 나게 되고, 호흡곤란 같이 숨 쉬기가 어렵거나 음식을 삼킬 때 걸리는 느낌이 찾아온다. 목 앞쪽에 딱딱한 혹이 만져지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이와 같은 증상이 반복되고 가족력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25세 이상 여성들은 매년 정기적인 종합검진을 통해 발생 여부를 살필 필요가 있다.  갑상선암은 과체중이거나 요오드 섭취량이 부족할 때 특히 발병 위험이 높기 때문에 요오드가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며, 적정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소견이다.  

 

 

 

 

  생존율이 높아 '착한암'이라 불리는 '갑상선암'

 

 갑상선암은 생존율이 95%로, 암 중에서는 치료 예후가 가장 좋은 병이다.

 이 때문에 드라마 ‘오늘만 같아라’에서 춘복이 암 진단을 받고도 수술하면 낳을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실제로 갑상선암에 걸렸으나 수술과 치료를 받고 다시 건강해진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엄정화, 오영실 같은 연예인들도 이 병에 걸렸지만 극복하고 이전보다 더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극중 춘복처럼 소수의 경우에는 의사들이 손을 놓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스스로 생의 의지를 내려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동생 해준은 형에게 이렇게 말한다.  “형님 포기하지 마세요. 저도 형님 포기 안 할 거에요. 단 하루를 사신다면 무슨 일이든 할 거에요.”
 
 남편의 발병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아내 인숙도 자신의 슬픔을 속으로 삭이면서 남편을 위로한다.  “절대 당신을 포기 안 할 거에요. 있는 힘을 다해 당신을 붙잡을 거에요.”
 

 느닷없는 시한부 선고에 당혹스러워했던 춘복은 이에 자신을 추스르기 시작한다.  드라마 제목 ‘오늘만 같아라’는 어떤 역경이 닥쳐도 최선을 다해 산 사람은 오늘에 만족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평생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아 온 춘복에게 딱 들어맞는다.
 

 그렇기에 최백호가 부르는 ‘마이 웨이’ 가사가 여운을 깊게 남긴다. ‘내 맘대로 되면 어찌 인생이겠소/그저 지금이면 난 됐소….’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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