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끈을 다시 매는 계절이다. 봄엔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에너지 소비량이 급증한다. 온 몸이 나른해져 피로를 쉬 느끼게 된다. 심해지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무기력감에 우울증까지 찾아온다. 밤의 길이가 짧아져 수면이 부족해진다. 취학ㆍ취업ㆍ인사이동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
오색 도미찜
도미는 겨울잠을 자다가 얼음이 녹고 물이 따뜻해지면 깨어나 알을 낳는다. 이때 가장 맛있고 영양이 풍부하다. 산란기가 끝난 뒤엔 몸이 여위어 “5월 도미는 소가죽 씹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말은 그래도 동해 도미의 산란기는 4~6월이란다. 서두르자^^)
도미는 ‘백어(白魚)의 왕’으로 통한다. 우리 조상은 예부터 제사상에 참조기ㆍ민어와 함께 도미를 올렸고 이중 도미를 최고로 쳤다. 도미를 이용한 대표 요리는 도미에 각종 고명을 얹고 양념한 뒤 찐 도미찜이다. 도미와 표고버섯ㆍ석이버섯ㆍ붉은 고추ㆍ미나리ㆍ달걀 등이 식재료로 쓰인다.
1940년 홍선표의 『조선요리학』에서 도미찜은 승기악탕(勝妓樂湯)으로 표현된다. 맛이 주는 즐거움이 기녀가 음악보다 낫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성종 때 허종이란 장수가 북방 오랑캐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의주에 도착했는데 백성들은 그에게 도미찜을 만들어 바쳤다. 맛에 놀라 음식 이름을 묻자 “장군을 위해 처음 만든 음식이라 이름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허종이 승기악탕이란 음식명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도미찜은 단백질ㆍ비타민ㆍ미네랄이 풍부한 도미에 채소ㆍ버섯ㆍ국수를 곁들인 음식이므로 한 그릇만으로도 맛과 영양이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일품요리다.
주꾸미 쌀밥
주꾸미는 봄철에 충남 서천ㆍ전북 군산 등 서해안을 대표하는 해산물이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주꾸미는 봄바람이 살랑거릴 때, 낙지는 쌀쌀한 기운이 돌 때 맛이 최고라는 뜻이다. 봄 주꾸미가 입맛을 다시게 하는 것은 산란기(5∼6월)를 앞두고 있어서다.
주꾸미는 저지방(100g당 0.5g)ㆍ고단백질(10.8g) 식품이다. 웰빙 성분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다. 살 100g에 1.6g이나 들어 있다. 타우린은 성인의 시력 개선을 돕는다. 2차 대전 때 일본 카미가제 특공대 조종사에게 시력 향상을 위해 주꾸미 달인 물을 먹였다는 기록이 전한다. 타우린은 또 혈압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ㆍ심장 건강에도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삶거나 데쳤을 때 가장 부드러운 것이 주꾸미이고 다음은 낙지ㆍ문어 순서다. 주꾸미를 탕에 넣을 때는 살짝 데치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래 열을 가하면 살이 흐물거려(낙지는 질겨진다) 제 맛을 즐길 수 없다.
봄에 잡히는 주꾸미엔 맑고 투명한 알이 가득 차 있다. 잘 익은 밥알 같은 알이다. 이 알을 ‘주꾸미 쌀밥’이라고도 부른다. 몸통을 잘라 통째로 입에 넣으면 찰진 쌀밥을 씹는 듯한 식감이 느껴진다. 주꾸미는 먹물이나 머리를 함께 먹어도 좋다. 먹물은 숙취해소에도 유익하다.
양삼탕(兩蔘湯)
주재료는 인삼과 해삼이다. 한방에선 불로소양삼(不老燒兩蔘)이라 한다. 인삼은 육지에서, 해삼은 바다에서 살지만 둘은 ‘환상의 커플’이다.
‘바다의 인삼’ㆍ‘동물성 삼’이라 불리는 해삼엔 칼슘ㆍ요오드ㆍ알긴산(식이섬유의 일종)이 풍부하다. 해삼은 소변이 잦거나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권장된다. 초장에 찍어 먹으면 단단해져 씹는 맛이 기막히다.
인삼은 과거부터 상약(上藥)으로 칭송됐다. 약효의 주역은 사포닌. 스트레스ㆍ피로 회복에 이롭고 최근엔 식품의약청으로부터 노화의 주범인 해(활성)산소를 없애는 항(抗)산화 효과(기능성)도 인정받았다. 성기능 개선ㆍ항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쇠고기 두릅산적
봄에 멀찌감치 달아났던 입맛을 되살리는 음식이다. 목두채적(木頭菜炙)이라 불리는데 살짝 데쳐 양념한 두릅과 다진 쇠고기를 대꼬챙이에 꿰어 만든다.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이 잘 조화돼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준다. 즉 쇠고기엔 없는 비타민Cㆍ베타카로틴(항산화 비타민)이 두릅에 풍부하다.
홍어회 냉면
‘찰떡궁합’인 홍어ㆍ냉면ㆍ식초를 모두 사용해 만든 음식이다. 고단백ㆍ저지방 식품인 홍어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을 보호하는 타우린(아미노산의 일종)이 풍부하다. 냉면 사리의 원료인 메밀엔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루틴(비타민 P)이 들어 있다.
냉면을 먹을 때 식초를 뿌리면 식중독 예방에 유효하다. 식초가 식중독균 등 각종 유해세균을 죽이기 때문이다. 또 냉면에서 식초가 빠지면 상큼한 맛이 사라진다. 홍어에 식초를 뿌리면 살이 단단해져 씹는 맛이 좋아진다.
탕평채
조선의 영조가 대신들과 탕평책을 논하면서 먹었다는 탕평채도 봄철 건강식이다. 이 음식은 청포묵ㆍ돼지고기ㆍ김ㆍ미나리를 무친 것이다. 초장에 버무려 먹으면 입맛이 살아나고 동ㆍ식물성 영양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다.
청포묵은 녹두묵의 하나다. 녹두묵을 만들 때 치자로 물을 들여 색이 노랗게 된 것을 황포묵, 물을 들이지 않은 것은 청포묵이라 한다. 녹두묵은 묵요리 중 최고급으로 맛이 담백하고 소화가 잘 된다. 요즘은 청포묵ㆍ미나리 대신 숙주ㆍ물쑥ㆍ달걀 황백 지단 등을 초장이나 초간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엔 “탕평채를 음력 3월 시식(時食)으로 즐겼다”고 기술돼 있다. 우리 조상은 음력 삼월 삼일(삼짇날)에 진달래를 넣어 만든 화전과 화채, 쑥경단과 함께 탕평채를 드신 것으로 여겨진다. 탕평채는 중국의 『상서(尙書)』에 “무편무당(無偏無黨)/왕도탕탕(王道蕩蕩)/무당무편(無黨無偏)/왕도평평(王道平平)”이란 문장에서 나온 ‘탕평’((蕩平)과 채소를 뜻하는 ‘채’(菜)의 합성어이나 중국엔 이런 이름을 가진 음식이 없다.
제호탕
오매육(烏梅肉)ㆍ사인(砂仁)ㆍ초과(草果)ㆍ백단향(白壇香)을 가루 내어 꿀에 재워 중탕으로 달인 뒤 굳혀 두었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전통 청량음료다. 우리 선조들은 이 음료를 단오 무렵에 주로 마셨다.
허준의『동의보감)』엔 “제호탕은 더위를 피하게 하고 갈증을 그치게 하며 위를 튼튼하게 하고 장의 기능을 조절해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다. 단옷날에 마시면 여름을 잘 날 수 있다”라고 쓰여 있다. 제호탕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모두 성질이 더워서 위를 튼튼하게 하고 장의 기능을 조절하며 설사를 그치게 한다는 것이다.
단옷날 조선 왕실의 내의원(內醫院)은 제호탕을 만들어 올렸고 왕은 이 음료를 대신들이나 기로소(耆老所)에 하사했다. 여기서 주재료인 오매육은 껍질을 벗긴 매실을 짚불 연기에 그을린 뒤 씨를 바르고 살을 말린 것을 가리킨다.
화면(花麵)
‘꽃국수’라는 뜻이다. 오미자를 빨갛게 우려낸 물에 꿀을 타고, 녹두 국수를 말아 먹는 음식이다. 조선 왕조의 궁중에서 춘곤증을 몰아내기 위해 먹었으며, ‘원기를 주는 묘약’으로 불렸다.
주성분인 오미자는 『본초비요』ㆍ『향약대사전』에 “허로(虛勞, 심신이 허약하고 피곤한 상태)를 다스린다”고 기술돼 있다. 중국에선 정력제로 통한다. 촉나라의 태수가 70세에 오미자로 빚은 술(독계산주)을 마시고 세 아들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서다.
입춘오신반과 초란
춘곤증 예방엔 시고 맵고 새콤한 음식이 좋다. 입춘오신반이 이런 음식이다. 움파(노르스름하고 단맛이 나는 파)ㆍ산갓ㆍ당귀싹ㆍ미나리싹ㆍ무싹 등 5가지 시고 매운 생채로 만든다.
반숙한 달걀에 초장을 찍어 먹는 초란도 새콤달콤한 봄철 음식의 대명사다. 칼슘과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글 /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사진출처 / 네이버 세시풍속정보, 요리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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