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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시(詩)처럼 그림처럼 아름다운 죽설헌(竹雪軒)을 보다.

 

  詩中有畵(시중유화), 畵中有詩(화중유시)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는 말이다.
  시처럼 아름답고 그림처럼 아름답다는 뜻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죽설헌이다.

   ※ 유의 ... 죽설헌은 가족이 거주하는 집이므로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출입할 수 없다

  

 

 

 죽설헌은 전남 나주시 금천면의 배 밭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4,000여 평 남짓한 개인의 정원이다.

  집 칼럼니스트인 김서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자연친화적인 집이다" 라고 하였고, 조선일보에 ‘조용헌 살롱’을 연재하는 칼럼니스트 조용헌은 죽설헌의 주인 시원 박태후 화백을 “죽림의 숨어있는 고수”라고 표현했다.

 

 죽설헌은 화가인 시원(枾園) 박태후 선생이 평생을 가꾸어온 정원이다. 

 약 40년 올 곶게 가꾸어온 이 정원은 담양의 소쇄원과 더불어 호남을 대표하는 자연친화적인 정원으로 꼽힌다.


 박화백의 나무를 가꾸는 데는 나름의 분명한 철학이 있다. 나무에 칼을 대지 않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도심의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수들과 정반대 개념의 철학이다.

 

 “나무에 칼을 대지 않고 농약을 하지 않아도 자기네들끼리 자정능력이 생겨 자연스러운 정원이 형성됩니다.”

 

 “요즘 우리나라 정원수들은 깔끔하게 이발하고 비틀고 잘라서 너무 인위적입니다. 이 정원형식은 우리 전통 형식의 정원이 아닌 일본 형식의 정원형식입니다.”라고 하면서 우리나라의 정원형식도 굉장이 멋스럽고 아름다운데 우리나라의 정원형식은 일본 정원형식만 따른다고 안타까워 하였다.

 

 

죽설헌의 우거진 숲 (나무에 칼을 대거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낮에는 정원을 가꾸고 농사를 짓는다. 밤에는 달빛, 풀벌레 소리를 벗 삼아 먹그림을 그린다. 정원은 크지만 작업실은 약 10평 남짓한 공간이므로 비교적 좁지만 대작도 많이 제작한다.

 

 그가 그리는 소재들은 주로 전기줄에 여러마리의 참새가 앉아있는 수묵화, 빽빽하게 내려온 매화에 붉은색의 맑은 홍매화, 쭉 쳐진 노란개나리꽃, 골기 넘치는 맑은 연꽃 등이다. 비록 단순화된 선질로 표현하지만 주제의 전달력에서 현장감과 생동감이 넘치고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좌로부터 박태후 화백의 딸 박설 작가, 부인, 취재에 동행한 광주북부지사 김미진, 조경남 과장

 

 

 배꽃이 한창이던 화창한 봄날 죽설헌을 찿았다.

 주인장인 박태후화백님은 급한일이 생겨 출타중이셨고 사모님과 둘째 딸 설박작가와 함께했다. 직접 정원에서 딴 녹차잎으로 만든 황차, 꽂감, 은행에다 깊은 맛의 와인을 대접받았다.

 

이곳에 살고 있는 가족들은 항상 건강하고 맑다. 주인장에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물어보았다.

 

 건강관리는 특별하게 하지 않으며 자택 안에 있는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드시고 농약을 하지 않은 채소이므로 맛도 좋고 싱싱하다고 한다. 항상 즐겁게 사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족들은 병원 갈 일이 별로 없어 건강보험제도는 무척 좋지만 건강보험료 내는 것은 조금 아깝다고 하여 많이 웃었다.


 

박태후 화백이 가장 좋아하는 '노랑꽃창포 연못'
(인공 연못엔 각종 물풀과 메기, 가물치, 붕어, 그리고  황소개구리가 살고 있다)

 

 

 가족들은 부지런함이 몸에 배인 듯 했다. 특히 부인의 말에 의하면 박태후화백이 너무 부지런하여 본인의 부지런함은 비교할 수가 없다고 한다.

 

 새벽 5시쯤 일어나 오전 9시 무렵부터 정원 가꾸는 일들을 시작한다. 정원은 남들이 보기에 아름답지만 부지런하게 움직여야만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운 정원을 유지할 수가 있다고 한다. 물론 ‘되도록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게 그의 자연에 대한 철학이지만 그래도 하루에  몇 시간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을 해야 한다.

 

 

대나무와 기왓길

 

 

 죽설헌의 외곽 경계지역은 기와담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엔 돌이 귀해 기왓장으로 담을 쌓았는데, 지금은 기왓길의 운치에 매력을 더해준다. 기와는 고가(古家)를 뜯어낸곳에서 공수해 왔는데 지금도 고가를 뜯어 낸다는 소식이 들리면 어디든 달려가 기와를 공수해온다. 

 

 

죽설헌의 파초길

 

 

 죽설헌엔 사시사철 피는 꽃들로 연중 그때그때의 운치와 아름다움이 있다.

 봄엔 매화, 벚꽃, 배꽃, 여름엔 꽃창포, 수련, 파초길, 비비추, 옥잠화, 가을엔 상사화, 국화, 겨울엔 동백꽃 등 이 있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옥잠화, 비비추를 좋아하므로 여름이 가장 매력이 있다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태후 화백의 작업공간

 

 

 그가 가꾼 꽃과 나무, 불러 모은 새들은 그의 화폭에 옮겨져 그림이 된다. 매년 해외에서 열리는 메이저 아트페어에서는 단골로 초대되어 부스전을 여는데, 출품된 그림은 매번 인기가 가장 많은 작가들 중 한명이고 거의 모든 작품이 판매되는 세계적인 인기 작가이기도 하다.

 

 

박태후 화백의 작품 "자연속으로"

 

 

 그의 딸 설박 작가는 20대 후반으로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다. 그 또한 요즘 속칭 잘 나가는 여류작가다.

  많은 전시 스케줄로 맞추느라 분주한 시간들은 보낸다. 몇 개월 전에는 북경 메이저 대형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초대받은 대작전이 큰 호평을 받았다. 올해도 서울과 광주에서 4회의 초대개인전의 스케줄이 잡혀 준비하는라 매우 바쁘다고 한다. 

 

 그의 작업은 종이에 먹물로 다양한 효과를 낸 후 그 종이를 찧어 붙이는 꼴라쥬 기법을 사용하여 주로 산, 섬 등을 추상과 구상의 경계 속에서 형상을 만드는 작품을 한다.

 

 

죽설헌을 감싸고 있는 배꽃

 

 먹그림, 먹에 담한 채색을 올려서 그리는 박태후 화백은 “내 예술의 가치는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며 슬프게도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행복한 시골생활에 도심의 생활을 선택하여 즐기기 위하여 부부는 종종 심야영화, 좋은 공연을 감상하기 위하여 집을 나선다. 그의 작품명제는 주로 「자연속으로」가 많다. 작품명제처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이들은 선택적으로 문명을 즐기는 셈이다.

 

 얼마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행복한 직업 2위가 국회의원이고 1위는 예술가라는 기사가 나왔다.

 예술가가 1위의 이유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박태후 화백의 가족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필자의 관점에서도 죽설헌의 가족들보다 더 행복한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취재, 글 / 국민건강보험공단 블로그 기자 백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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