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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다발성골수종’ 이기는 최민수의 해피엔딩

  

        

 

 

 

  최민수의 투혼이 빛나는 드라마 '해피엔딩'

 

 배우 최민수의 팬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그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스캔들을 일으킨 인물이어서가 아니다. 목에 기브스를 한 것처럼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 자체가 싫다. ‘폼생폼사’도 어느 정도여야 하지, 모든 언행에서 폼을 의식하니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최민수가 한 방송사의 드라마 ‘해피엔딩’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크게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의 모습을 브라운관에서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우 최불암 선생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해피엔딩’을 눈여겨보게 됐다.

 

  ‘어제 해피엔딩 방송 혹시…. 최민수, 심혜진, 이승연의 성숙된 연기…특히 최민수의 심연의 투혼에 감동했습니다.’
 대배우께서 감동한 최민수의 투혼. IP TV를 통해 ‘해피엔딩’ 초반 방송분을 보고 나서 그게 무슨 말씀을 의미하는 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극중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 배우의 혼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최민수는 드라마, 영화에서는 언제나 극중 인물과 혼연일체가 되는 모습이었다. 극 밖에서는 폼에의 강박에 사로잡힌 어설픈 ‘마초’의 모습이 더 부각됐지만, 극 안에서는 진정성을 갖춘 연기자로서 보는 이를 감동시켜왔다.  어머니, 아버지를 배우로 둔 사람의 DNA가 그로 하여금 연기의 투혼을 불사르게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암에 걸렸다... 남은 삶은 겨우 6개월...

 

 최민수는 ‘해피엔딩’에서 방송사 보도국 사회부 차장인 김두수 역할을 맡았다. 그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지 못해서 동기들보다 승진은 늦었지만, 기자로서 소명 의식이 강하고 후배들을 두루 잘 챙기는 성품이다. 

 

 

 일이 바빠서 가족들을 알뜰히 살피지는 못했으나, 스무 살에 만나 일찍 결혼한 아내를 한결같이 사랑해왔고 슬하의 2녀 1남을 잘 키워보겠다는 책임감은 누구보다도 강하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가슴을 콕콕 찌르는 통증 때문에 친구 병원에 갔다가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다발성 골수종이 뭔지 모르는 두수는 친구인 의사 재호에게 “그게 뭐냐”고 묻는다.

 

 재호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해 준다.

  “다발성 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암세포가 뼈에 침투해 뼈를 녹여서 부러트리는 병이야. 적혈구와 백혈구를 만드는 골수의 기능을 감소시켜. 정상인들의 적혈구 수치가 12~13인데 너는 현재 8.5정도밖에 안 돼.”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게 있는 두수를 향해 재호는 친구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르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 준다.

 “일반 암은 1기부터 4기까지 나누는데 다발성 골수종은 3기까지 있어. 두수야, 너는 뼈에 구멍이 나 있는 상태여서 3기야.”

 

 두수는 애써 정신을 차리고 묻는다.

 “최악의 경우에 얼마까지 살 수 있냐?”,   “6개월 전후야. 신약이 나와 있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면 연장할 수도 있어.” 

 두수는 뼈에 구멍이 나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방송국에 나가서 평소처럼 일을 한다. 가족들에게 자신의 아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자신을 목숨처럼 사랑하는 아내 선아(심혜진)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병을 숨긴다.  고향 친구이자 첫사랑인 애란(이승연)에게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는데, 그것이 아내의 오해를 사서 뜻하지 않은 가정불화를 겪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두수는 고향의 아버지(최불암)를 만나는데, 역시 자신의 병을 알리지 못하고 속으로만 울음을 삼킨다. 평생 어부로 살면서 아들이 잘 되기만을 바라온 아버지는 새벽에 일을 나가며 아들에게 편지를 써두고 나간다. 거기에는 아들이 건강하기를 소망하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상경할 때 차비로 쓰라며 담은 돈 몇 만원이 함께 들어있다.

 

 이런 내용의 ‘해피엔딩’을 보면서 수차례 눈물이 났다. 드라마를 권해준 최불암 선생께 문자 메시지를 드렸다.
 ‘토요일 쉬는 날 해피엔딩을 보다가 제가 많이 울었습니다. 아들에 대한 부정! 돌아가신 아버지의 외로움이 이제 잡혀서 …. 오늘 집에 아무도 없어 혼자 울 수 있어 다행입니다.’

 

 최 선생은 이렇게 답을 줬다.
 ‘메시지 보고 눈물이 났소. 나는 아주 어렸을 때 여의어서 아버지를 잘 몰랐지만 그리 애닮은 부정이 솟구치니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을 숨길 수가 없소.’

 

 

 

  

  김두수, 그에게 기적이 찾아올까?...


 극중 두수가 앓고 있는 다발성 골수종은 노령 층에 많이 생기는 질환이지만, 근년에는 두수와 같은 중년에게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전문의에 따르면, 1기인 경우에는 별다른 치료 없이 3~6개월 간격으로 주기적인 관찰을 하고, 병이 진행할 경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 증상이 있는 2기 이상에서는 항암 화학요법 치료를 하게 되며, 경우에 따라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또는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게 된다.

 

 두수처럼 3기의 경우엔 생존율이 대단히 낮지만, 신약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 치료에 대한 희망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도 치료제 ‘레블리미드(Revlimid/ lenalidomide)’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논문이 나왔다는 외신이 눈길을 끌었다. 
 

 

 두수의 증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하고 있으나 아내 선아는 남편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두수는 아내가 주는 녹즙을 기꺼이 마시며 희망을 함께 지켜가려 한다.

 

 스스로 그토록 좋아하던 술 담배를 끊고, 가능하면 웃으며 지내려고 애쓴다. 이는 암을 이기는 방법이지만, 암 예방 수칙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의 암 예방 수칙 첫번째가 금연, 두번째는 채소와 과일 먹기, 네번째가 절주다.) 

 과연 두수에게 기적이 찾아올 수 있을까. 

 

 ‘해피엔딩’이라는 제목은 두수에게 일어나는 기적을 암시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생에서의 긍정적 자세를 강조하는 상징인 것일까.  ‘해피엔딩’을 사랑하게 된 팬으로서 끝까지 두수를 응원하며 해피엔딩을 절실하게 소망한다.

 

 

  사족(蛇足) : 최민수 뿐 만 아니라 심혜진, 이승연의 연기는 내공이란 게 뭣인지를 알려준다. 극중 최민수의 새까만 기자

                    후배이자 이승연의 딸인 소이연의 풋풋함도 극의 매력을 더한다.

 

 

글 / 장재선  문화일보 기자

사진출처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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