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여름의 초입인데도 다소 무더운 날씨다. 그래도 장마가 지고 휴가철이 시작되는 7, 8월보다는 붐비지 않고 날도 좋으니 나들이 하기 좋은 시기다. 이런 생각을 하니 또 마음이 급해진다. "이런 호기를 어떻게 놓칠수 있으랴?" 이번에는 이른바 '남쪽의 금강산' 이라 불릴만큼 절경이 가득한 단양으로 떠나봤다. |
단양은 충청북도 끄트머리에, 충주호에서 나온 남한강이 단양을 휘감고 있는 지형이며 단종과 김삿갓의 고장인 강원도 영월과 붙어 있다. 다들 단양에 대해 물어보면 제일 먼저 답할 단양 8경 외에도 제2의 단양 8경이 있을 정도로 수려한 경치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오늘 여행의 목표는 하루만에 단양8경을 즐기고 오는 것이다.
더운 날씨를 대비해 마실 물과 음료수들을 냉동실에 꽁꽁 얼려두고 바리바리 짐을 싸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
생각보다 한참을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원주를 통해 중앙고속도로에 접어 들고, 또 제법 달려 단양으로 접어든다. 지방의 국도라 차도 없고 좌우로 산뜻한 연두색을 입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준 탓에, 에어콘을 끄고 창문을 열어 초록을 숨쉬었다.
이윽고 우리의 제 1의 목적지인 도담삼봉과 석문에 도착을 하였다.
도담삼봉은 석회암 카르스트지형으로 이루어진 세 개의 봉우리로 남한강 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정도전은 스스로 호를 삼봉이라 칭할 만큼 이 곳에 푹 빠져 있었다고 한다.
사진으로 봐서도 알듯이 짙은 부분의 경계가 세 봉우리가 동일하다. 아마 물이 많으면 저기 까지 물이 차서 그러지 않을까 싶다.
도담삼봉을 구경하고 있는데 옆에서 커다란 소리로 “단장의 미아리고개”가 울려퍼진다. 아니 아무리 좋은 경치와 술과 노래는 세트로 가는 것이라지만 너무 시끄럽지 않나 싶어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대형 노래방(?)이 자리잡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봤을 때 본 기억이 났다.
음악에 맞춰 물이 춤을 추는데, 음정마다 소리마다 그 춤이 다르다. 그래서 더욱 웅장하고 명물거리인 음악분수였다.
한 곡조 뽑아내고 싶지만, 집 사람이 극구 말리는 바람에 그대로 바로 옆에 위치한 석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도담삼봉 옆으로 난 등산로를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석문 역시 석회암 카르스트지형으로 만들어졌는데 석회동굴 중 나머지 부분은 무너져버리고 천장의 일부만 남아 지금의 무지개 모양의 문 형태가 되지 않았나 짐작한다. 구름다리 모양 돌 지향으로 동양최대 규모를 자랑 한다고 하니 과히 놀랄 뿐이다.
석문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자연이지만 문을 통해 보이는 강 건너편의 마을 풍경이 마치 사진과 같아, 석문이 사진의 액자같은 느낌이 나서 자연이 만든 최대의 사진 액자가 아닌가 싶다.
오솔길을 걷다보니 이름 모를 풀조차도 신비롭다. 이 작은 꽃 이름은 뭘까?
이제 다시 차를 타고 단양8경 중 나머지를 봐야하나 인근에 석회동굴인 고수동굴이 있다하여 우리가 제주도에서 보았던 용암동굴과 어떻게 다를까 싶어 그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천연기념물 256호인 고수동굴은 약 15만 년 전에 생성 된 것으로 보이며 1.7km에 달할 정도로 긴 길이를 자랑한다. 아닌게아니라 동굴 속에서 끝날 때 쯤 되나 싶더니 계속 이어지고, 계단으로 올라가서 이제 바깥인가 싶더니 또 동굴이 나오고 해서 참 길다는 생각을 했다.
동굴 속에는 천장에서부터 내려오는 종유석, 바닥에서부터 자라는 석순, 그리고 그 둘이 만나 이루어진 석주들이 수많은 모양을 이루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동굴 안은 늘 15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덕분에 반팔만 입고 들어갔다가 조금 으슬으슬 했다.
여행계획이 있다면 긴팔 옷이 필수다
바깥으로 나오니 다시금 더워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먹으러 인터넷으로 찾아놓은 맛집을 향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집에 정기 휴일일 줄이야.
그래서 그 바로 옆집으로 갔는데, 여기도 뭐 티비도 나오고 나름 유명한 모양. 더덕구이돌솥밥과 곤드레돌솥밥을 시키니 상이 푸짐하다. 배가 고팠던터라 금세 그릇은 비워지고, 솥에 부어놓은 물이 구수한 숭늉으로 변했다.
다음 목적지는 상ㆍ중ㆍ하로 나뉘어진 경치 중 제일 아래에 위치한 하선암이다. 하선암은 길을 가다가 정말 생뚱맞게 표지판이 있어서 겨우 주차하고 찾아가 볼 수 있었다. 계곡에 위치한 하선암 외에도 경치가 수려하여 주변 풍경에 눈이 호사함을 느꼈다.
다음 목적지는 중선암이다. 중선암은 정말 표지판만 있고 흔들다리 하나 달랑 있었는데,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주변 풍경에 눈이 안갔으나, 나중에 보고나니 이 역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향한 상선암은 같은 이름의 암자가 있어, 내비게이션을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좁은 길 후진신공까지 발휘한 다음에야 볼 수 있었다. 상류에 위치해서인지 물의 흐름도 빠르고 그만큼 시원시원했다.
강이 흐르면서 아름다운 바위들을 만들고 아름다운 주변 풍경들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나는 눈을 감고 단양의 바람을 느끼고, 단양의 냄새를 맡으며 시 한 수 지어본다.
다음 목적지는 사인암이었는데, 지금까지 바위가 그냥 바위였다면 사인암은 T.O.P였다. 웅장함에 입이 딱 벌어졌는데 추사 김정희도 사인암을 입이 마르도록 칭송했다고 한다.
물길 건너편에서 구경하다가 다리를 건너 바위 아래까지 가봤는데, 깎아만든양 각진 바위의 위엄이 흐르는 내와 어울어졌다.
이제 단양 8경의 최종 목적지인 구담봉과 옥순봉으로 간다. 커다란 거북이가 절벽을 기어오르는 듯 하다는 구담봉과 바위들이 힘차게 솟아 마치 대나무 싹처럼 보인다는 옥순봉은 충주호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배 삯이 집사람의 허용 한도를 넘어버리는 바람에 옆 동산에 올라 저 멀리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만, 이미 단양이라는 고을은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하루면 단양의 아름다운 8경을 모두 볼 수 있으니 어찌 아니 좋아할 수가 있겠는가?
사인암을 즐겨했다는 추사가 부럽지 않다.
글 / 오동명 국민건강보험공단 블로그 사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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