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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태고적 원시림을 간직한 울릉도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지다...

 울릉도 가려다 배가 뜨지 않아 못 갔다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날씨가 도와줘야 갈 수 있는 곳, 울릉도.

 울릉도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있다. “착한 사람만 울릉도에 올 수 있다”, “죄지은 사람은 해안도로 가다가도 떨어지는 돌에 맞는다”, “나쁜 사람이 성인봉에 오르면 비가 온다”라고. 수시로 바뀌는 섬 날씨를 반영한 이야기들이다.

 포항이나 묵호, 강릉에서 배가 출항하기를 기다리며 며칠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울릉도에 들어갔다 사나흘 발이 묶이는 것도 다반사다. 모두 날씨 때문이다.

 

 

 

 

 섬으로 향하는 뱃길이, 육지로 나오는 뱃길이 순조롭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울릉도 여행.  울릉도 여행의 시작은 욕심과 기대 버리기다.

 

 육지 여행의 잣대로 울릉도에 다다르면 불만은 끝이 없고 울릉도를 오롯이 느낄 수 없다. 섬 전체가 가파른 해안절벽과 험준한 산자락으로 이뤄져 길은 좁고 비탈지며, 물가는 육지보다 상상 외로 가파르게 비싸다. 같은 화산섬이지만 제주도와 비교된다. 제주도가 동그랗고 완만한 오름이라면 울릉도는 높게 솟아오른 암벽이다.

 

 건강보험 35주년 특집 특별 취재진도 대자연의 선택 앞에 겸허할 수밖에 없었다. 독도에 배를 댈 수 있는 날이 한 달에 한두 번인데 취재진은 독도 땅을 밟았다. 자연도 인정해준 ‘착한 취재진’의 울릉도 행은 순항이었다.

 

 

  유람선 타고 해안도로 달리고 성인봉 오르고

 

 울릉도는 네 가지 얼굴이 있다. 유람선을 타거나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를 일주하면서 접한 얼굴, 혹은 성인봉을 오르며 다가오는 곳, 그리고 독도에 가려고 경유하는 곳으로 각각 다른 표정이다.

 

 6월 6일 휴일을 하루 앞둔 날, 800여 명의 사람과 150대 차량을 실을 수 있는 ‘썬플라워 2호’에는 어머님 아버님들의 단체 관광객들로 가득찼다. 이전 선박보다 10배 정도 큰 규모라 뱃멀미 걱정도 결항할 일도 드물어 울릉도와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묵호항에서 울릉도까지는 뱃길로 3시간 정도. 울릉도에 가까워졌을 즈음 배 안에서 보이는 울릉도 절경에 사람들이 바삐 휴대전화기를 꺼내 촬영한다.
 

 

 

 

 

  도동항, 10분 거리에 밀집된 성냥갑 같은 도시

 

 울릉도 첫 관문은 도동항이다. 묵호항과 포항에서 출발하는 배가 닿는 곳. 강릉에서 출발한 배가 닿는 저동항과 함께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한 시내다. 항구, 배, 어시장 모두 육지의 규모보다 작아 아담하다.

 

 대규모 숙박시설이 드물어 관람객들의 숙박은 대부분 민박이 담당한다. 민박집으로 향하는 조그마한 골목길을 걷노라니 차가 길을 비켜달라고 한다. 이 좁은 길은 인도가 아니라 차도였던 것이다. 걸어서 5분 거리에 군청, 경찰서, 교육청, 우체국이 모여 있고 걸어 10분 거리에 여객선 터미널, 택시 정류장, 버스 정류장, 렌터카 사무실이 있다.

 

 비좁은 곳에 없는 것 없이 모두 갖춰져 있다.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 울릉도 인구와 경제력의 60~70% 가량이 몰려있는 곳이다.  도동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독도박물관으로 먼저 향했다. 독도의 실시간 모습이 커다란 CCTV 화면으로 생중계되고 있다.

 

 조선 숙종 때 인물인 안용복이 일본에 건너가 일본 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 땅임을 확약한다.”라는 국서를 받아낸 자료부터 독도의 과거와 현재를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윗통구이 산비탈에 펼쳐진 나물밭에 모노레일

 

 취재팀은 승용차를 타고 도동항을 출발하여 울릉도 남쪽에서 서쪽 북쪽으로 향하는 해안도로를 달렸다.  독도로 가는 배를 타는 사동항은 공사 중이었다. 늘어나는 관광객만큼 도동항을 비롯해 곳곳에 공사현장도 늘어나는 듯하다.  사동을 지나 통구미 해안에 다다랐다. 윗 통구미마을에는 가파른 산비탈을 일궈서 만든 나물 밭이 마치 ‘남해 다랑이 마을’처럼 펼쳐진다.

  

 

 나물을 따서 편리하게 운반하도록 밭에 모노레일이 깔려 있고 레일은 마당까지 닿는다. 마당마다 나물 삶는 기구와 함께 데친 나물을 말리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부지갱이와 고비 나물 등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인간극장 주인공으로 출연한 나물 따는 울릉도 할아버지는 울릉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농군이었다.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물밭 모노레일이 신기하기만 하다.

 

 다시 남쪽 해안도로를 지나 서쪽 끝에 있는 태하향목관광 모노레일 타는 곳에 멈췄다. 80도 각도로 오르는 모노레일을 타고 울릉도 등대와 태하향목 전망대에 오르면 울릉도의 서쪽과 북쪽 바다를 아우르는 비경을 관망할 수 있다. 전망대 앞에서 음료를 파는 스물아홉 베트남 여인의 현지민을 능가하는 사투리는 그 무엇보다 구수하고 경쾌하다.

 

 

 

 

 

  예림원과 이장희의 을릉천국에서

 

 서쪽해안도로를 지나 북쪽 해안도로에 진입하여 현포 전망대에 다다랐다. 절벽과 맞닿은 바다의 풍경이 비슷한 것 같지만 남쪽, 서쪽, 북쪽바다의 색감은 개성이 뚜렷하다. 북쪽 바다빛이 에머랄드빛을 띤 가장 아름다운 색감이다. 현포 전망대에서 바라본 현포리 마을은 완만한 경사에 나물 밭과 항구가 울릉도 남쪽과 서쪽에서 볼 수 없었던 평온한 느낌을 전해준다.

 

 북쪽 해안선을 따라가다가 문자조각공원인 예림원에 들렀다. 자연 그대로가 아닌, 사람의 힘으로 가꾼 공원에 조각 작품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가족 여행객이 방문하기에 제격이다.

 

 

 예림원에서 가까운 평리에 ‘울릉천국’을 짓고 사는 가수 이장희 씨 마을도 들러볼 만하다. 평범한 기와집 앞에 작은 무대가 있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떨어지는 계곡물을 그냥 마셔도 시원하고 맛이 좋다. 울릉도가 물이 많고 좋다는 말이 실감 나는 광경이다.

 

 

 울릉도의 북쪽 마을 석포를 지나 섬목 선착장에 다다르면 울릉도 해안도로 북쪽 끝이다. 차를 타고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지만 섬목 옛길을 따라 걸으면 내수전과 저동과 도동에 닿을 수 있다. 차로 가는 길의 끝이면서 우리가 출발했던 울릉도 남동쪽, 도동항으로 걸어 가는 길의 시작점이다.

 

 울릉 일주도로 총 44.2km 중 39.8km 지점이다. 나머지 4.4km가 아직 개통되지 않아 여기서 차를 돌려 도동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해안도로를 타고 가는 길에는 바다에 세워진 바위들이 이유 있는 이름을 가지고 관광객들에게 재미를 더해준다. 통구미 포구에 있는 거북바위, 현포항 근처에 코끼리 모양 공암, 선창 앞에 삼선암 등. 거의 붙어 있는 듯한 두 개 바위는 ‘부부바위’, ‘일선암’은 혼자 멀리 떨어져 있다 하여 ‘딴바위’라고도 부르며 이 세 바위를 합하여 삼선암이라고 부른다.

 

 

 

 

  너도밤나무와 고사리원시림 간직한 성인봉

 

 다음날 일행은 도동항에서 원시림 성인봉 정상에 올라 나리분지로 내려왔다. 원시림이란 큰 자연재해를 입거나 인위적으로 훼손된 적이 없는 숲을 말한다.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너도밤나무와 섬단풍나무, 우산고로쇠나무로 빼곡히 하늘을 가린 성인봉은 이채로웠다.

 

 원시림 바닥에는 공작고사리, 일색고사리 등의 양치식물이 지천이다. 나리분지 근처는 산마늘이라 불리는 명이나물이 많이 서식하는 곳인데 그 유명세 때문인지 사람 손길이 닿는 곳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등산하기에 험난한 코스는 아니지만 안평전이나 나리분지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가파른 코스가 이어진다. 성인봉 정상은 뜻밖에 밋밋하고 시야도 좁은 편이다.

 

 

 

 

 

  배를 대기 쉽지 않은 독도에 내리다.

 

 대한민국 동쪽 땅끝, 독도로 가는 뱃길은 울릉도 사동항에서 시작이다. 독도까지 왕복 4~5시간 코스로 운항되는 여행코스는 지난 2005년부터 일반인에게 독도관광이 허용되면서 가능해졌다. 일반관광객에게 허용된 곳은 독도의 일부인 동도다. 1회 470명 정도로 제한하고 동도 선착장에서 체류시간은 30분 남짓이다.

 

 

 동도 날씨에 따라 배를 대지 못하고 동도 선착장 주변을 돌아서 오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별취재단을 실은 여객선은 운 좋게 동도 선착장에 배를 댔고 짧은 시간에 둘러본 독도의 인상은 강렬했다.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솟아오른 기암 괴벽과 몽돌해변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대한민국 국민으로 뭉클함이 솟아난다.

 

 

독도 여행을 끝으로 울릉도 관광을 마무리하였다. 사람의 힘으로 가꾼 관광지가 아닌 자연 그대로가 잘 보존돼 있어 아름다운 섬이다. 사람이 만든 신기한 것이나 놀거리를 즐기는 관광지와는 거리가 멀다. 자연의 힘과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울릉도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울릉도 여행하는 법
 ■ 여객선 이용법 포항, 묵호, 강릉에서 울릉도로 들어가는 배를 탈 수 있다(왕복 9만원 내외).

    미리 예약하는 것은 필수. 차를 가지고 갈 수 있고 선적비는 30여만 원. 울릉도 해상 유람선(2만 5천 원 내외)은 도동항

   에서 출발하고 독도로 가는 배는 사동항에서 출발한다. 독도 가는 배(왕복 4만 5천원 내외)도 사전 예약이 필수다.
 ■ 해안도로 여행법

  ① 자가용을 빌리거나, 여행사 패키지와 연결된 관광버스로 여행하기.

  ② 도동항에서 관광셔틀버스를 1인당 18,000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

  ③ 버스비 1,000원 정도인 노선버스도 30~40분마다 다니므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여행도 가능하다.

    여행사나 관광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정해진 시간에 여러 곳을 다녀야 하므로 노선버스를 이용한 여행을 추천한다.
 ■ 숙소 리조트가 한 개 있어 예약이 쉽지 않고 대부분 민박집이나 모텔을 숙소로 이용한다.

   도동이나 저동보다는 남양이나 현포, 태하, 천부 쪽에 숙소를 구하는 것이 저렴하고 조용하다. 편의시설은 도동항이나

   저동보다는 부족한 편이다.



 글 /  김성숙 기자,  사진 / 김성헌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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