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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국악의 깊이만큼 포도 맛도 깊은 곳 영동의 가을

 

  

 

          두메산골이란 말이 있다. 내륙 깊숙한 곳에 터를 잡은 영동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 언제까지나 조용할 것만 같던

        영동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영동을 찾는 사람들은 난계 박연 선생의 흔적을 따라 여행길을 누빈다.

        영동의 맛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여행 테마다. 국악의 울림이 온몸에 흥을 돋우고, 달콤한 맛의 과일이 입맛을

        되살린다.  더불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추석 준비에 일손은 더없이 바빠진다.

 

 

 

 

 

 

 

조선시대 국악 발자취를 남긴 난계 박연을 만나는 곳

 

 

 

난계 선생이 남긴 국악의 발자취는 영동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난계 박연 선생은 1405년(태종 5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훗날 세종 7년(1425년) 때에는 궁중 음악을 정비하고 아악의 율조와 악기의 그림, 악보를 같이 실은

 ‘악서’를 편찬하였다. 1427년에는 편경 12매를 만들어 자작한 12율관을 따라 직접 연주하기도 하였다. 여러 악기 중에서

특히 피리의일종인 적(笛)과 거문고, 비파의 연주에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추앙되고 있다. 난계사를 중심으로 왼편에는 난계국악박물관과 난계국악기제작촌이, 맞은편

에는 난계 국악기체험전 수관, 난계생가, 옥계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난계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1973년에 건립된 난계사

에는 붉은색의 배롱나무 꽃이 만개해서 바람과 함께 찾는 이의 안부를 묻는다. 푹푹 찌는 여름날의 무더위도 배롱나무 꽃의

개화를 막지는 못했나보다.

 

 

 

거문고 가야금 사물놀이 아쟁을 다뤄볼 수 있는 체험관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에는 아쟁을 비롯한 거문고, 가야금, 사물놀이 등 흔히 접할 수 없는 국악기를 직접 체험하고 배워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현악기반과 타악기반이 있는데 현악기는 쉽게 접할 수가 없는 탓에 개인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난계 선생의 흔적을 찾아가는 길에 빠져서는 안 될 곳이 그의 생가이다. 난계사에서 차량으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생가는 길을 잘못 들면 헤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민가가 있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 너른 공터가 나오면 오른편에 생가가 있다. 대제학을 지낸 악성의 생가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규모라 무심코 놓치기 쉽다. 선생은 고려 우왕 4년(1378년 8월20일)에 이곳에서 태어나 조선 세조

4년(1458년) 81세를 일기로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다. 평생 두 왕조와 10명의 임금을 거쳤으니 그의 삶은 질곡의 연속이었을

게다.

 

국악여행의 종착지는 옥계폭포다. 난계 선생이 피리를 연주했다고 하여 박연폭포라 부르기도 한다. 20여m 높이에서

수직 낙하하는 폭포수를 앞에 두고 가냘픈 피리를 연주하는 선생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옥계폭포는

충청권 등산객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옥계폭포를 들머리로 해서 오른쪽 갈림길로 들어서면 월이산(551.4m)으로 향한다.

이어 범바위(일명 투구봉)를 지나 서봉을 거쳐 다시 옥계폭포로 내려오는 약 6km 구간의 등산로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오동나무로 장구를 만드는 명인의 25년

 

 

 

소순주 명인은 국악기를 만드는 집안 어른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내가 한번 해 볼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 국악기 제작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 세월이 벌써 25년이 넘었다. 긴 세월 동안 그의 손을 떠나지 않았던 국악기를 영동 여행 중에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때문에 영동 국악여행은 박물관에 전시된 국악기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다.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에서 악기를 직접 연주해보고 국악기 제작 명인에게 만드는 과정을 배워볼 수도 있다.


소순주 명인은 어른 허리통만한 오동나무를 기계에 걸고서는 칼날을 들이댄다. ‘윙~’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잘록한 허리를 가진 장구가 완성되었다. 보는 이들마다 탄성이 나올 판이다.


소순주 명인은 전통악기의 명맥을 이어가면서 일반인들이 좀 더 친숙하게 우리 공예품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한지 장구와 쌀통 등이 있는데 일반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샤토마니, 포도송편, 포도식혜 등 영동 포도의 무한 변신

 

 

 

영동은 일조량이 많은 곳이다. 때문에 포도를 비롯한 각종 과일이 달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특히 포도를 수확하는 9월은

강우량이 적고 일교차가 10℃ 이상 되는 등 과실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천혜의 조건을 갖춘 영동에서 우리나라의 유일한 와이너리인 와인코리아는 여행 중에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이다. 이곳 와인갤러리에 가면 와인에 대한 정보는 물론 시음, 족욕까지 해볼 수 있다.


영동 포도의 변신도 무한대다. 한해 농사에 감사하는 추석이 되면 포도의 변신이 더욱 다채롭다. 영동향토음식연구회 이선옥회장은 바쁜 농사일을 제쳐놓고 영동특산물 자랑에 팔을 걷어붙였다. 보랏빛이 예쁜 포도송편, 포도식혜 그리고 곶감과 호두로 만든 곶감꽃말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는 상차림이다.


또 하나, 영동의 가을은 풍성한 축제로 더욱 즐겁다. 8월 31일(금)부터 9월2일(일)까지 전국 최고의 당도를 자랑하는 영동포도축제(www.ydpodo.co.kr)가 열리고, 10월 3일(수)부터 7일(일)까지는 영동 난계국악축제(nanmf.ns163.krdns.com)가 개최된다. 몸에 좋은 포도도 구입하고 국악여행도 즐길 수 있는 영동이 가을을 더욱 즐겁게 한다.

 

                                                                                                        글.사진 / 임운석 여행작가,  사진제공 / 영동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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