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여행

아줌마 홀로자전거여행 217km[미시령 767m 점령, 아줌마 만세!]

 

 

 

세상에 아줌마가 그것도 자전거로 혼자 미시령을 넘는다고요? 정말이에요?

 

 

저 멀리 설악산 자락 어딘가에 있을 미시령-여기는 속초 동명항

 

 

속초 동명항에 홀로 남아 사진 몇 컷을 담은 시간이 오전 10시경이었습니다. 세기의 길치 아줌마 미시령을 향하여 가기 전에 먼저 찾아야할 곳이 있었습니다. 하루 전에 빗길을 달리다가 펑크에 예비튜브를 사용했기에 다른 예비튜브와 자전거 점검을 손봐야했기에 몇 사람에게 물어서 속초의 삼천리 자전거대리점에 도착해서 자전거 손을 보고 미시령옛길로 가는 길을 여쭤보고 길을 나섭니다. 아저씨가 아니 왜 일행이 없이 혼자 가냐고 의아하게 바라보시네요. 하하(다행히 미시령옛길은 길이 하나였고 서울까지 오는 길도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동차들의 빠른 속도가 두려웠습니다.)

 

 

 

꼬불꼬불 미시령옛길(표지안내 : 767m 실제 해발 826m) - 단풍구경 차량과 곡예 주행 -

 

미시령 굽이굽이길 해발826m 거리 7.3km

 

 

미시령옛길 초입까지 달리면서 마주 보이는 울산바위를 사진에 담으며 각오에 각오를 다짐합니다. 옛길이 어느 정도 일지 상상도 안 되었고, 자전거로 오를 수 없다면 끌바라도 올라야지 하면서 아줌마의 힘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미시령정상 기점 7km 여유롭게 오르며 활활 타오르는 가을 절경에 힘든 줄 모르고 잘 오릅니다. 1km 쯤 올랐을까 이동 찻집에서 잠시 들러 칡즙을 한 잔 마시며 아저씨와 이야기 중에 남자도 혼자 가는 사람을 거의 못 봤는데, 여자 혼자 가는 건 더더욱 처음이라며 놀라십니다. 미시령 터널이 아닌 옛길을 이용하는 차량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을의 절정이었고 일요일이었기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행렬과 나란히 좁은 길을 오르자니 여간 위험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호미 아줌마 미시령옛길 처녀 주행의 시작은 두려움과 설렘으로 페달을 밟습니다.

 

 

 

태풍 수준의 바람과 사투!! 끝에 오른 미시령

 

미시령 정상-만세!

 

 

얼마나 올랐을까, 정상 기점 4km 지점부터 산 정상 쪽에서 갑자기 바람이 휘몰아치며 핸들이 틀릴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어댑니다. 미시령옛길은 가파르기 보다는 적당한 오르막으로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전국토를 다니면서 이정도 업힐 정도는 이미 익숙해져서 일겁니다. 차량들도 굽이굽이 이어진 길에는 속도도 못 내고 미시령 단풍 구경하느라 천천히 오르면서 짐 가득 싣고 오르는 저를 보면서 신기한 듯 파이팅을 외쳐주시며 응원을 해주시네요. 그렇게 미시령옛길을 차근차근 오르고 있는데 정상 2km 지점부터 약간의 경사가 심했고 꼬불꼬불 이어진데다 무섭게 불어대는 바람에 자전거 페달을 밟아도 너무 흔들려서 결국 그 자리에서 발 내려놓고 몸을 숙여 바람을 피하곤 했습니다. 사실 미시령 길을 오르면서 어디 바람 하나 피할 곳 없기에 그저 길 위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상에 다다를 즈음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할 정도 까마득하게 속초가 내려다보였고 제가 올라온 길이 구불구불 궤적처럼 그려있네요. 마지막 정상이 보이고 사람들이 모두 아래를 내려다보며 사진 찍기 바쁘데요. 오르막에 발을 내렸다가 다시 페달을 밟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차량 없을 때, 잠시 바람이 자면 페달을 급히 밟아야만 했습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해서 자전거 세우고 산 아래 풍경을 보며 두 팔을 벌리자 박수 소리가 들립니다. 꼬마들까지 아줌마 멋져요! 라며 엄지를 치켜세워 주네요. 호미 아줌마도 스스로 대견했습니다. 여전히 바람도 거세고 미시령 휴게소는 폐허 수준으로 닫혀있어서 딱히 쉴 공간도 없었습니다. 세워둔 자전거가 바람에 밀리고 넘어질 정도였습니다. 미시령 767m 안내판 앞에 자전거 세우고 기념 촬영하고 얼마나 될지 모를 내리막의 희망에 핸들을 꼭 잡고 아래로 향합니다.

 

 

 

내리막길의 초긴장, 브레이크 잡느라 아픈 손아귀-인제까지

 

오색단풍으로 물든 설악계곡을 지나

 

인제시내에서 본 풍경

 

 

곧장 단풍이 짙게 물든 길을 따라 긴 내리막을 달리는데, 질주의 쾌감을 느끼기는커녕 바람과 사투의 연속과 차량들과의 위험주행이라 조심조심 속도를 최대한 줄이느라 브레이크 잡은 손아귀가 아파 올 정도였습니다. 중간 중간 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풍경을 눈으로만 감상하고 조심스럽게 정상을 내려옵니다. 으휴~~ 긴 숨을 몰아쉬며 속도를 늦춥니다. 빈 황태 덕장이 반기고 용대리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쉬지 않고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다 되었습니다. 인공폭포인 매바위 폭포 아래 식당에서 황태구이 정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이때부터는 차량의 속도도 빨라져서 더욱 조심스럽게 달립니다. 선녀마을을 지나자 인제에 접어듭니다. 이때부터는 전거거 길을 자세히 안내 되어 구길을 따라 합강교까지 달리는 동안 가을 풍경에 푹빠져 힘든 줄 모르고 달립니다. 이쪽길은 차량도 별로 없었고 자전거여행자를 위한 길 같았어요. 어느 쯤에 가다가 반대편에서 자전거 탄 일행들을 보자 얼마나 반가운지 ‘반갑습니다’ 인사를 하며 스쳐갑니다. 설악로를 따라 합강교를 지나 인제 번지점프장을 지나 인제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습니다. 시간은 일찍 도착했지만 더 가자니 어둑해질 것 같고 차량의 속도가 빠르기에 안전상 멈추었습니다. 짐을 내려 놓고 인제 자전거도로를 달려보고 인제터미널의 맞은편 병풍처럼 드리운 산에 사진 담으면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했습니다.

 

 


인제부터 초고속 차량과 터널의 위험 주행(양수리) 두물머리까지 134km

 

인제 남전리 단풍

 

 

홍천의 들녘

  

 

양평부터 자전거도로

 

 

아침일찍 일출은 만나지 못하고 안개가 자욱한 7시경부터 인제를 출발, 첫 고개인 가넷고개길의 군축령을 넘어 군축교를 지나 남전리 환상의 오색단풍에 현혹되어 가을 소녀가 되어 뿌려 놓은 낙엽 위에 한참을 쉬어갑니다. 다시 차로를 들어섰는데 출근길의 차량은 쏜살처럼 굉음을 내며 옆으로 빠르게 달려갑니다. 조심스럽게 38선 대교를 지나 38선휴게소에 도착해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다시 출발 신남을 지나 철정리까지 가는 길에 가을걷이를 마친 빈 들녘과 오색으로 물든 풍경을 달립니다. 이때 처음으로 터널을 만나게 되지요. 바로 철정터널을 조심스럽게 통과하고 반대편에서 달리는 자전거 일행을 보자 얼마나 반가운지 상대는 오르막이라 손만 번쩍 들어주며 철정터널로 향합니다.

 

홍천에 접어들어 화양강을 지나고 홍천교 앞에서 좌회전으로 연봉삼거리에서 양평쪽으로 핸들을 틉니다. 며느리고개 아래서 점심을 먹고 며느리재 터널로 지나 신당고개를 끝으로 홍천을 벗어나고 양평에 접어듭니다. 오빈역에서 남한강 자전거도로에 진입해서 들꽃수목원 정도에서 하루를 묵으려 했지만 아직 해가 있기에 더 달려 어둑할 즘 두물머리에 도착했습니다.

 

 

 

마지막날 새벽에 펑크! 두물머리 아침 해돋이

 

 

 

두물머리 해돋이

 

 

두물머리에서 집까지는 30km 정도면 올 수 있는 거리인데 인제에서 두물머리까지 오는 거리도 만만치 않았고 평소처럼 그냥 다녀오는 코스라면 그대로 집까지 밤길이라도 달려 왔을 텐데 두물머리 해돋이에 대한 미련이 있어서 머물게 된 겁니다. 새벽 3시부터 잠을 깨어 해돋이를 보려고 준비하면서 페이스북에 소식을 올리면서 주행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다가 펑크를 발견했습니다. 마침 예비튜브를 준비했기에 뚝딱 튜브를 교체하고 두물머리로 향했습니다. 두물머리는 새롭게 조성되고 있었습니다. 평소 느티나무 아래서만 일출을 담곤했는데 맞은편에 공원으로 조성하느라 한창 공사 중인데도 그곳까지 가서 새로운 풍경을 담고 자전거길을 이용해서 팔당과 미사리를 지나 천호동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습니다. 속초에서 천호동 집까지 온 거리는 217km였습니다. 어떤 분들은 하루에도 달릴 수 있는 거리지만 저는 답사형태였기에 느긋하게 사진도 담고 풍경도 감상하며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속초-미시령-서울까지 홀로 자전거여행을 마치며

 

전국토를 돌아보면서 아줌마가 보고 느낀 우리강산은 참으로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어느 곳에 살아가든 그 곳에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바퀴의 여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전 과정을 해냈다는 보람과 뿌듯함에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봅니다. 앞으로도 두 바퀴의 여정과 함께 풍경을 담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을 사랑하고 아끼는데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왜 그렇게 힘들게 자전거여행을 하는지 묻곤 합니다. 사람도 또 하나의 자연이기에 자연인이 되고자 아줌마가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든지 어떤 목표와 꿈은 갖고 용기를 해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은 타인의 지식과 이론으로 터득하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여정 속에 나를 발견 하고 나를 비워낸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자전거여행을 대단하게 보고 부러웠다고 하는 분들께 용기를 드리고 싶어요. 50살 아줌마도 해냈습니다. 어떤 수단이든 여행은 희망의 보고입니다. 

 

을 수 있는 지금이 있기에 내일의 행복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 고통은 살아 있기에 느끼는 문제들입니다. 어차피 겪어야 할 고통이라면 즐기면서 웃어보자고요.

 

 

자전거 안전하게 타기

 

1. 안전장비 착용 필수(헬멧, 보호장갑, 보호안경, 전조증, 후미등, 밝은 옷 착용, 우천시 우의 준비)

2. 자전거 점검(장거리 여행시 기본 정비 숙지, 펑크 수리 대비 예비 튜브, 펑크패치, 펌프 휴대)

3. 간식과 물 준비(탈수예방의 물과 약간의 간식 준비)

4. 자전거도로가 아닌 차로 이동시 자동차 속도가 빠르니 천천히 안전주행(특히 대형트럭과 버스 질주 주의)

5. 주행속도와 거리는 나에게 맞게, 숙소는 해지기 전에)

 

 

                                                                                                                                글 / 하이서울뉴스 리포터 호미숙

 

 

 

로그인 없이 가능한 손가락 추천은 글쓴이의 또다른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