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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식초를 마시면 뼈가 정말 유연해질까?

  뼈가 부드러워진다는 것은 아마도 몸이 유연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몸의 유연성 향상을  위해 식초를 마신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이게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속설은 아닌 모양이어서, 영문으로 검색해도 식초가 뼈를 부드럽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서커스나 체조를 하는 분들이 유연성을 위해 식초를 마셨다는 얘기도 있고요.

 

 

 

 

 

 식초는 희석된 아세트산, 몸이 날마다 만들어요

 

 식초는 몇 가지 물질의 혼합물인데, 이 중 식초의 독특한 성질을 결정하는 것은 보통 아세트산이라고 부르는 물질입니다. 

 

 식초는 희석된 아세트산이라고 할 수 있고, 수분이 거의 섞이지 않은 순수 아세트산을 빙초산이라고 합니다.  식초는 몸에 해롭지 않으나, 빙초산은 산도로 인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세트산은 우리 몸에서 날마다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이것이 에너지원이 되기 위하여 대사되는 과정에서 늘 아세트산이 만들어져 탄수화물이 에너지가 되는 과정에 쓰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술에 있는 알코올인 에탄올도, 아세트알데히드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아세트산으로 분해되지요.

 

 

 

 

 몸이 유연한 것은 뼈가 유연한 것이 아니죠

 

 뼈가 부드럽다는 것은 아마도 관절의 운동범위가 넓어진 상태를 의미하는 말일 겁니다.  관절은 뼈와 뼈가 연결되는 부위이지만, 정상적인 상태에서의 관절의 운동범위는 뼈보다는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연부조직(soft tissue)에 의해 결정됩니다.  

 

 뼈가 유연하다기보다는 관절, 혹은 관절을 둘러싼 조직이 유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관절낭은 여러 가지 결합조직의 섬유로 되어 있는데, 콜라겐(collagen), 탄력섬유(elastin)와 같은 것들입니다.

 

 관절의 유연성은 주로 탄력섬유가 관여합니다.  콜라겐이 조직의 강도와 관련이 깊은 반면, 탄력섬유는 늘어나는 성질과 관련이 깊어 탄력섬유가 많을수록 유연성이 높습니다.

 

 

 

 

 식초, 몸의 유연성과 거리 멀어요

 

 식초는 탄산칼슘을 분해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바와 같이 달걀을 식초 속에 담가두면, 달걀 껍데기의 탄산칼슘이 분해되어 나오면서 부드러워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식초가 뼈를 부드럽게 한다는 것은 아마도 여기서 나온 오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식초가 뼈의 주요성분인 칼슘을 용해시킨다고 해도, 그것은 뼈가 약해지는 것이지, 관절이 유연해지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지만, 식초를 먹는다고 뼈가 약해진다는 근거도 없습니다.

 

 유연성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탄력섬유에 따라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만, 훈련을 통해서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관절의 유연성이 있는 것은 운동 시에 부상의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주기도 하여, 일반적으로 운동 과정에서 유연성 운동을 포함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유연성을 위해서는 식초를 마시는 것보다는 운동을 통해 유연성 훈련을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글 / 손기영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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