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생활

위장의 8할만 채워야 장수

 

 

          우리 선조들은 “자고로 배가 불러야 마음이 편하다”며 한상 거나하게 차려놓고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많이 먹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과식 문화는 이제 웰빙 열풍에 밀려나고 있다. “위장의 8할만 채우면 장수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로장생의 묘약 '절식'

 

노화학자들은 포식하는 것보다 조금 모자란 듯 먹는 것이 오래 사는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이와는 달리 과식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이다.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영양물질이 몸 안에 과잉 축적되면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만성 염증이 생긴다. 이런 염증이 오래 되면 암ㆍ노화가 유발된다.

둘째 암ㆍ노화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유해 산소(활성 산소)가 많이 생성된다. 유해산소는 우리가 먹은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신진대사의 부산물이다. 셋째 만병의 근원인 비만을 유발한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건강노화연구소는 2012년 7월 음식 섭취를 40% 정도 줄이면 수명이 20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를 이끈 매튜 파이퍼 박사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음식 섭취량을 40% 줄였더니 수명이 20~30% 연장됐다”며 “이는 사람의 20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최근 노화학자들은 ‘오래 살라면 절식(節食)을 하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엄밀히 말하면 절식은 소식(小食)ㆍ단식(斷食)과는 다르다. 절식은 영어로는 ‘calorie restriction’(열량 제한)으로 표기된다. 식사의 양을 줄이는 소식과는 달리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열량)를 제한하는 것이다. 식사를 전혀 하지 않아 열량 공급이 완전 중단되는 단식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정설이다.

 

쉽게 말해 한 번에 먹는 음식 섭취량이 많더라도 탄수화물ㆍ지방 음식 대신 채소ㆍ과일 등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즐겨 먹는다면 절식을 하는 셈이다.

 

 

 

칼로리 30% ↓   수명연장 30% 

 

영양학자들은 남성은 하루 2,600㎉, 여성은 2,100㎉를 섭취해야 한다고 권장한다. 그러나 장수를 위해선 이보다 30%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많은 노화학자들의 충고다. 그 근거로 쥐ㆍ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내세운다.

 

1935년 미국 코넬대 영양학자 맥케이 박사는 칼로리를 40% 적게 먹은 쥐와 마음껏 먹은 쥐의 평균 수명을 비교했다. 여기서 절식한 쥐는 평균 48개월을 산 데 비해 양껏 먹은 쥐는 30개월 밖에 살지 못했다. 이것이 절식이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힌 첫 번째 연구였다. 그 후 1973년 미국 텍사스주립대학 의대 연구진은 절식한 쥐는 절식하지 않은 쥐에 비해 운동을 훨씬 많이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마음껏 먹은 쥐는 축 늘어져 하루 200m를 겨우 달린데 비해 칼로리 섭취를 40% 줄인 쥐의 하루 평균 운동 거리는 4㎞에 달했다. 칼로리를 덜 섭취한 쥐가 기운이 없을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1987년부터 원숭이 150마리(칼로리를 30% 덜 섭취한 그룹과 마음껏 먹게 한 그룹으로 반반씩 나눠)를 대상으로 절식이 쥐가 아닌 영장류에도 수명 연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 시작 뒤 지금까지 절식한 원숭이 그룹에서 4마리, 마음껏 먹은 그룹에서 17마리가 죽었다. 심장병ㆍ암ㆍ당뇨병 등 만성 질환에 걸린 원숭이의 수도 절식한 그룹에선 5마리에 불과한 데 비해 마음껏 먹은 그룹에선 26마리나 됐다. ”원숭이ㆍ쥐의 연구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을까“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절식은 사람에게도 똑같은 결과를 줄 것으로 믿는다.

 

칼로리를 30% 덜 섭취하면 수명이 30% 연장된다는 것이 NIA의 잠정 결론이다. 절식만으로도 10년 이상의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사대부들도 강조한 절제의 미덕, 언제부터?

 

소식과 절식의 중요성은 우리 선조들도 알고 있었다. 83세까지 살아서 조선의 왕 가운데 가장 장수한 영조는 수라상을 하루 3번만

올리라 명했고 배불리 먹은 적이 없다고 전해진다. 약골인 데다 위장이 나빠 과식을 피했다고 한다. 왕의 식성과 식성에 대해 기록한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조선의 왕들은 수라상에 산해진미가 오를지라도 어려서부터 과식을 멀리하는 절제의 미덕을 몸에 익혀야 했다. 사대부들도 소식(小食)을 강조했다. 조선 중기 학자인 소재 노수신은 “많이 먹지 말고 아무 때나 먹지 말고 배고픈 후에 먹어야 하며 먹을 때 배부르게 먹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 절식은 언제부터 얼마나 오래 해야 수명 연장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성장기가 지난 뒤 늘 30%를 절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평생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산 사람들이 뒤늦게 절식을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에서 늙은 쥐(사람 나이 70세에 해당)를 2주간 절식시킨 결과 유전자 발현이 젊어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사람의 경우 1년가량만 절식해도 한평생 절식한 것과 비슷한 변화가 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무병장수 절식의 힘

 

절식하면 왜 오래 살까? 절식하면 혈압이 낮아지고 혈관 건강에 이로운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HDL)수치가 높아진다. 동물실험에서 절식한 쥐들은 동맥경화ㆍ고혈압의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인슐린의 분비가 젊을 때와 비슷하게 유지돼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줄어드는 것도 절식이 효과다. 절식은 또 암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심장 건강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실험을 통해 절식하면 심장의 신축성이 젊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화기에 부담을 적게 주고 ‘만병의 근원’이라는 비만을 예방하는 것도 절식의 힘이다. 절식을 하면 노화의 주범인 유해(활성) 산소의 발생량이 감소하는 것도 확인됐다.

절식해도 면역력ㆍ활력은 쇠하지 않는다. 적게 먹은 쥐가 배불리 먹은 쥐보다 면역기능이 더 활발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또 절식한 사람은 적게 얻은 칼로리를 더 효율적으로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과적인 절식을 위해서는

 

오만가지 불로장생의 비방 가운데 과학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검증된 것이 절식이다. 그러나 식욕을 억제하면서 적게 먹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보다 10%만 칼로리 섭취를 줄여도 ‘기운이 없다’, ‘배가 고프다’며 불평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절식을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밥그릇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한국인의 열량은 대부분 밥에서 얻으므로 절식을 하려면 무엇보다 밥을 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효과적인 절식을 위해선 영양소의 구성 비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전체 칼로리 섭취량을 30% 줄이되 탄수화물ㆍ지방은 가급적 덜 먹고 단백질 섭취는 조금(7% 가량) 늘리는 것이 이상적이다. 채식 위주 식사를 하되 쌀밥ㆍ기름진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소량의 육류로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절식법이라는 것이다.

 

입안에서 오랫동안 천천히 씹어 먹는 것도 절식을 돕는다. 식욕을 떨어뜨리는 청색 그릇에 음식을 담아내는 세심한 배려도 절식을 유도한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에서 청색 그릇이 인기가 있는 것은 이래서다.

 

 

글 / 중앙일보 박태균 기자

 

 

로그인 없이 가능한 손가락 추천은 글쓴이의 또다른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