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속에 숨겨진 눈물 한 방울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연극을 할 때 썼던 가면을 페르조나(persona)라고 한다. 배우들은 가면을 쓰면 배역에 보다 충실할 수 있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탈춤과 비슷하다. 춤꾼은 탈 하나에 의지에 노래와 춤으로 양반들의 타락과 모순을 신랄하게 풍자할 수 있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양반들이 추궁해도 할 말이 있었다. 자신의 춤과 노래는 본심이 아니라 역할, 즉 탈(가면)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가면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겨서 보호하는 순기능이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역기능도 있었다. 자신의 마음과는 상관없거나 정반대의 연기를 해야 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배우가 개인적인 이유로 우울하거나 괴로운데도, 관객들을 웃겨야 하는 역할이라면 어떨까? 웃긴 가면을 쓰고 열심히 사람들을 웃기겠지만, 가면 안의 얼굴은 울상이 아닐까. 자신의 본모습과 역할 사이에서, 즉 진짜 얼굴과 가면 사이에서 나타나는 괴리감으로 아마 심리적 고통은 더 심했을 것이다.

 

이는 비난 고대 그리스의 연극이나 조선시대의 탈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다. 많은 이들은 마치 배우나 된 양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처럼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상태를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혹은 가면 증후군이라고 한다.

 

 

 

진짜 웃음! 가짜 웃음! 건강의 묘약은?


사람들은 웃는 얼굴을 좋아한다. 웃음은 행복과 즐거움, 상대방에 대한 호의와 친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이 있을까. 하지만 모든 웃음이 좋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웃음은 그 목적에 따라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으로 나눌 수 있다. 진짜 웃음은 진심에서 우러나는 것으로 웃음 그 자체가 목적이지만, 가짜 웃음은 진심과 무관한 것으로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웃는 것에 불과하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진짜 웃음은 몸과 마음건강의 지표이라고 한다. 실제로 많은 병원에서 환자들의 빠른 쾌유를 위해 웃음치료를 진행하고 있으며,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짜 웃음은 이러한 효과가 없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웃거나, 타인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웃는 척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소를 강요받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웃음이 그렇다. 또한 자신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상대하는 부하직원이나 학생, 군대의 직장 후임병이 짓는 웃음도 그렇다. 이런 가짜 웃음은 오히려 정신건강에 해롭다. 

 

이런 가짜 웃음은 당장에는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상대방으로부터 호의를 끌어낼지 모르지만, 경우에 따라 무시를 당할 수도 있다. 사회적 웃음이 아예 습관이 돼버리면 사람들과 진솔한 관계를 맺기 어렵다. 누가 이유 없이 웃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랴. 게다가 분위기에 맞지 않는 웃음은 비웃음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결국 가면 증후군은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을 방해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소외시킨다는 것이다. 가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보면 정말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를 때가 많다. 늘 타인을 위해 웃다보니 자신이 지금 슬픈지 기쁜지조차 모르게 되는 것이다.

 

 

 

자신과 페르조사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


어떻게 해야 가면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남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가당치도 않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융의 조언을 들어보자. 그는 자신과 페르조나(역할)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때로는 가면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면을 벗어도 되는 때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배우도 연극이 끝나면 가면을 벗어야 한다. 집에서도 가면을 쓰고 연극을 할 필요는 없다. 마치 자신이 그 가면인양 살아서는 안 된다.

 

이와 더불어 가면을 벗어도 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본 모습(감정과 생각)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한국 사람들 중에는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지 말라는 훈육을 받고 자란 경우가 많다. 남에게 약점을 잡히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물론 맞는 말이다. 사회생활에서 굳이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자신을 지지하는 가족과 친구 앞에서도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위로를 받을 수도 없고, 마음을 나누면서 소통할 수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면 상대방이 떠날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우에 불과하다. 사람들의 마음은 대체로 엇비슷하기 때문에, 솔직하게 마음을 열어 보이면 생각보다 많은 지지와 공감, 격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면 가면이 필요할 때 가면을 쓰고도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게 된다.

 

                                                                                                                                               글 / 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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