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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덜 짜게 먹으려면 국물만이라도 사양하자

 

      한해가 저무는 요즘 각종 송년회 모임으로 괴로운 이들이 많다. 술을 적게 마시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술을 많이 마셨다면 적어도 2~3일은 술을 입에 대지 않는 미덕이 필요한 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이라도 잘 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해장 하면 자연스레

      국물 있는 음식을 떠올리는데, 문제는 국물 있는 음식이 대부분 짜기 때문에 해장을 위해 먹은 국물 음식이 이번에는

      위장이나 혈관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짬뽕 한 그릇에 세계보건기구 하루 섭취 나트륨 권장량 2배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나온 조사 결과를 보면 라면만 해도 보통 2000mg의 나트륨 즉 5g의 소금이 들어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 하루 섭취 나트륨 권장량과 맞먹는 수준이어서, 라면 한 개만 다 먹어도 나머지 식사에서는 더 이상 소금을 먹어서는 안 된다. 숙취를 해소하겠다고 라면 한 그릇에 또 빼 놓을 수 없는 김치를 같이 먹으면 해장은 모르겠지만 혈관 및 위장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에 접어드는 것이다. 라면뿐만이 아니다. 식약청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짬뽕에는 무려 4000mg의 나트륨이 들어있고,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1인분도 평균 각각 2020g, 1960g이 들어있다. 별로 짜다고 느끼지 않는 음식의 나트륨 함량도 만만치 않다. 물냉면도 2600mg, 간짜장도 2700mg이나 들어 있으니, 외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국물만 먹지 않아도 섭취 나트륨 크게 줄어들어

 

우리나라 음식에서 나트륨 섭취가 많아지는 것은 바로 국물 때문이다. 라면의 경우 라면 한 봉지의 나트륨 가운데 약 70%는 스프에 있다. 면에는 평균 500~600mg의 나트륨이 들어 있고, 나머지 60~70% 정도는 국물로서 섭취하는 셈이다. 즉 국물만 먹지 않아도 나트륨 섭취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짬뽕이나 다른 면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국물을 주로 먹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는 어찌하란 말이냐?’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음식은 섭취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답일 수밖에 없다.

 

 

 

짠 음식 많이 먹으면 혈관 질환 및 위장 질환 불러

 

짜게 먹는 것이 해롭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서양의학에서는 고혈압 등 각종 심장 및 혈관질환과 위암 등과 같은 위장 질환의 위험인자로 짜게 먹는 습관을 꼽고 있다. 짜게 먹을수록 핏 속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서 혈액 양을 늘리고 혈관은 좁게 만들어 혈압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짜게 먹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한 결과 짜게 먹는 사람들이 더 혈압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하지만 짜게 먹는 것과 혈압과의 관련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고혈압과 짠 음식과의 관계에 인종이나 민족, 음식 문화와 종류, 교통수단의 보급, 비만율, 운동 습관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짠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위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소금 섭취와 함께 위암 발생이 많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확인된다. 특히 일본에서는 짠 음식의 대표격인 젓갈을 많이 먹으면 위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세계암연구재단도 지나치게 짜게 먹는 습관이 위암에 걸릴 가능성을 높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젓갈과 소금을 많이 넣어 만드는 김치가 위암의 원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배추 등 김치에 들어가는 많은 채소가 위암의 보호인자로 작용하기 때문에 김치와 위암 발생과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도 있다.

 


 

하루 소금 섭취량 3g만 줄여도 심혈관 질환 줄어

 

세계보건기구는 하루에 나트륨 2000mg 이하로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소금으로 따지면 5g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10년 국민건강통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약 13g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섭취량의 2.6배를 먹고 있는 셈이다. 특히 외식을 많이 하는 30대 남성의 경우 하루에 소금을 17g을 먹는 것으로 나타나 가장 짜게 먹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다른 나라들도 섭취 권고량보다 많이 먹고 있지만, 영국의 경우 하루 8g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에는 많이 낮은 편이다. 

 

하루 소금 섭취량을 3g만 줄여도 심장 및 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2.7~4.4%나 줄었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가능하다면 집에서 요리할 때 소금을 덜 넣도록 하고, 외식으로 국물 있는 음식을 먹을 때에는 국물만은 남겨 놓고 나오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글 / 김양중 한겨레신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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