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TV&영화 속 건강

홍요섭의 자유 찾기는 건강과 젊음 지키기

 

 

 

 

 

 

     ‘어쩜 저렇게 늙지 않을까. 운동을 좋아한다더니 그 덕분일까, 아니면 타고난 것일까.’ 배우 홍요섭(56)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한 때 청춘 스타였던 그도 세월의 힘에 밀려 중년 연기자가 됐다. 드라마에선 주역보다 그 주변 인물로

     나오는 일이 더 많아졌다. 브라운관에 비친 그의 모습을 자세히 보면 목에 주름이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럼에도 그에게

     선 나이 들어가는 사람의 추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전히 멋스럽다. 준수한 외모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뭔가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도 그의 멋을 지켜주고 있다.

 

 

                               

 

 

 

'내 딸 서영이' 극중 최민석역의 홍요섭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주말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홍요섭이 맡은 역할은 그에게 참 잘 어울리는 듯싶다. 홍요섭이 연기하고 있는 극중 최민석은 친구 회사의 중역으로 있다가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나온 중년 남자다. 

 

민석은 회사에 다닐 때 사장인 친구의 눈치를 보며 살살 기고, 집에서는 기가 센 아내의 위엄(?)에 눌려 끽 소리도 못하고 살아온 위인이다. 20대에 결혼한 이후 1남 1녀의 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자신을 죽이고 사는 데 익숙한 남자다. 이런 민석이 어느 날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며 속으로 외친 후 직장에 사표를 낸다. 

 

그가 남몰래 수첩에 적어놓았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적어놓은 목록)를 실행하는 장면들은 황당하면서도 유쾌하다. 집에서 출근하는 척 밖을 나선 민석은 자신의 개인 계좌로 입금된 퇴직금 중 200만 원을 출금했고, 직불카드를 만들었다. 돈을 쓸 때마다 아내에게 지불내역이 보고되는 카드는 잘라버렸다. 그는 우선 노천카페에서 여유부리며 커피마시기를 실천에 옮겼다.

 

여학생들이 셀프카메라를 찍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볼에 바람을 잔뜩 불어넣은 뒤 셀프카메라를 찍었다.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패션으로 스타일을 바꾼 후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입구에서 출입을 제지당하자 선글라스와 헤드셋으로 얼굴을 최대한 가린 후 다시 도전, 결국 클럽에 들어갔다. 흥겨운 클럽 분위기에 신이 난 민석은 무아지경으로 막춤을 춰댔고, 그런 민석을 발견한 클럽 직원들은 그를 끌어냈다. 극중 민석의 행동을 보며 혀를 끌끌 차는 대신에 부러움을 느꼈다. 대리만족감이라고나 할까.

 

 

 

자유정신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행복

 

어느 소설가는 다니던 직장에 자의반 타의반 16번이나 사표를 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작가는 사회와의 불화를 말하기 위해 그 말을 했겠지만, 듣는 이로서는 부러웠다. 직장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사표를 던질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직장 생활의 비결은 ‘참을 인’(忍)자에 있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가 아닌가. 순간의 결기를 참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가져온다는 것. 모든 언행에 절제를 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직장 선배들이 되뇌고 또 되뇌는 금과옥조다.

 

인내와 절제는 중년 남자들의 건강법에도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다. 먹는 것을 철저히 관리해서 적정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 ‘법’의 한 조목이다. 이에 대해 베스트 셀러 저자로 널리 알려진 일본 의사 와다 히데키는 “이 법을 맹신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책 ‘9040법칙’에서 핀란드 보건국 등의 통계를 거론하며 “건강 관리를 위해 절제하고 참았던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살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암 치료 의학자로 알려진 김의신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 종신교수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과 통한다. “항암 치료 사이에 태평스럽게 골프를 치거나 악기 연주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늘나라에 먼저 가 있을 테니 나중에 보자’라고 농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런 사람이 (병을) 잘 낫는다.” 암을 이겨보겠다고 안달복달하는 사람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취미 등을 즐기는 이들이 암 치료 확률이 높다는 것이 김 박사의 전언이다. 물론 이 확률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번 새겨볼만 한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일에 집착하며 얽매어 사는 것보다는 낙천적이고 자유로운 태도가 건강에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딸 서영이’의 민석이가 사표를 낸 후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가 했던 것처럼 버킷리스트를 실행했다가는 미친 놈 소리 듣기에 딱 좋다. 체면의 견고한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의 중년들은 민석이처럼 행동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극중 민석의 행동이 한껏 유쾌하고 의미 있게 보인다. 그가 추구하는 자유정신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활력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시각을 유지하고 낙관적으로 세상을 대하는 것이 소중한 가치임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벽을 깨고 자유로운 공기를 호흡한 민석은 다시 조직에 들어가더라도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살 것으로 보인다. 심신이 훨씬 건강해졌기에.

 

                                                                                                                                               글 / 장재선 문화일보 기자

 

 

로그인 없이 가능한 손가락 추천은 글쓴이의 또다른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