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백년의 유산'으로 돌아 온 원조여인 유진

 

MBC 주말극 ‘백년의 유산’에서 여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는 배우 유진(32)이 걸그룹  S.E.S. 출신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여성 3인조 그룹인 S.E.S.(Sea, Eugene, Shoo의 약자)는 해체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에도 걸그룹의 모델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1997년 11월 S.E.S.가 ‘아임 유어 걸’(I'm Your Girl)’로 데뷔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뚜렷하다. 어여쁜 얼굴의 소녀 세 명은 빼어난 가창력과 춤으로 대중음악계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S.E.S.가 활약한 5년 동안 수많은 남성 팬들은 그녀들이 자신의 ‘걸’이 아닌 줄 알면서도 열광했다.  S.E.S.는 2002년 해체를 선언한 이후 세 멤버가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한동안 솔로 활동을 하던 유진은 배우로 변신해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한국의 올리비아 핫세’라는 별명이 있는 그녀는 미모에만 의존하지 않고 연기자로서의 내공을 쌓기 위해 열심히 노력함으로써 동료 배우들의 인정을 받았다.

 

2년 전 결혼하면서 잠시 활동이 주춤했으나, 이번에 ‘백년의 유산’에서 주인공을 맡아 컴백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S.E.S.의 활동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배우로 변신한 유진의 열연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극중 '민채원', 분한 감정의 유진

 

유진은 극중에서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부잣집에 시집을 간 민채원 역을 맡았다. 큰 기업 회장인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는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외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며느리 채원을 갖은 방법을 동원해 괴롭힌다. 급기야 아들 부부를 이혼시킬 명분을 찾기 위해 채원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짓까지 벌인다. 시어머니의 잔혹한 구박 탓에 채원은 억울하고 분한 감정에 시달리며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히는 증상을 겪는다.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힘들어하며 불면증으로 고통 받는다. 시어머니 얼굴만 보면 두려운 감정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는 전형적인 ‘화병’ 증상이다. 화병은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이다.

 

 

 

삭이면 병이 되는 화병(火病)

 

한국의 전통 의학에서 이 증상을 ‘화(火)’의 개념을 써서 설명해 왔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전통적인 정서 때문에 내면에 쌓인 한(恨)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는 이런 설명을 인정해서 1995년부터 화병을 ‘hwabyung(화병)’이라는 한국 병명 그대로 표기하고 있다. 

 

화병을 우울증의 한 유형으로 보는 학자도 있지만, 화병과 우울증이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더 많다. 우울증 환자가 주로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는 반면 화병 환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증상을 표현하고 특히 분노와 억울함을 많이 호소한다. 우울증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로 인해 세로토닌 등 뇌의 신경회로에서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신경 전달 물질에 이상이 생기고, 이것이 우울감이나 불면, 식욕 저하, 의욕 상실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화병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환자가 이러한 감정을 스스로 억누르고 내면화하게 되면서 억압된 감정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화병과 우울증은 혼재돼 있는 경우가 있다. 화병 환자의 50% 정도는 우울증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화병이나 우울증이 만성화돼 가면서 두 병은 서로 겹치기도 한다.

 

 

 

화병(火病)을 다스리는 치료법

 

화병 진단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병력과 증상 청취를 통해 이루어진다. 발병 이전에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아보고 스트레스 요인 여부에 대해 조사해서 그것이 환자의 심리적 상태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다. 증상이 확인되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할 것인지, 우선 몸과 마음을 추슬러야 할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 심박변이도(HRV·Heart Rate Variability) 검사와 적외선 체열 진단 검사(DITI· Digital Infrared Thermal Imaging) 등을 실시한다. 경우에 따라선 뇌파(EEG·Electroencephalograph) 검사도 실시된다. 

 

화병은 다양한 신체적·정서적 증상을 동시에 수반하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약물 치료나 정신 치료를 통해서 화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두 가지 치료 방법을 동시에 적용할 수도 있다. 약물요법은 지속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열을 내려주는 데 활용된다. 약물 치료는 항우울제가 주로 사용되며, 뇌세포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차단시키는 약물들이 우선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침 치료를  함께 쓴다. 침 치료는 가슴에 뭉친 기운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인 처치법이다. 정신 치료의 경우는 증상 자체를 조절한다기보다는 환자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이나 대인관계, 성격 등의 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치료법이다. 정서적인 억울함과 분함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상담, 명상 등의 프로그램 참가를 유도한다. 이와 함께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사고를 없애기 위한 인지치료와 잦은 다툼을 교정하는 행동치료 역시 함께 진행된다.

 

 

 

화병은 마음의 치유에서 부터

 

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주인공 채원은 정신과 의사를 정기적으로 찾아가 상담을 하며 자신의 증상을 다스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털어놓으며 위안을 얻는다. 채원이 이런 시간을 갖지 않았다면 아마 화병이 도져서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렀을 지도 모를 일이다. 채원은 시어머니에 의해 강제로 입원한 정신병원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머리에 충격을 받아 잠시 기억을 잃는다.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기억을 되찾았으나, 시어머니는 이전보다 더 악랄하고 간교한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힌다. 채원은 자신의 상황을 친정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가족들이 걱정하는 것이 싫어서였다. 

 

그녀는 세상의 끝에 선 것처럼 절망을 느끼지만, 우연히 만난 한 남자의 도움을 받으며 시어머니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역시 가슴 속에 상처가 있는 남자 이세윤(이정진)은 당초 채원에게 까칠하게 대했으나, 그녀의 상황을 알게 되면서 연민을 느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자신의 억울한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억누르기만 하는 것은 화병 증상을 악화시킨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세윤은 채원의 화병을 벗어나게 도와주는 의사 역할을 한 셈이다. 서로 호감을 갖고 있는 세윤과 채원이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한다면, 채원의 증상은 말끔히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글 / 장재선 문화일보 기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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