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뀌고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감행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소아과에는 아내를 대신해 병원에 오는 아빠들을 많다. 주말과 휴일이면 엄마보다는 아빠와 노는 아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아빠의 양육에 대해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이는 아빠들로 하여금 양육에 참여하는 것을 여전히 주춤거리게 한다. 아빠들의 양육을 막는 고정관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리고 이런 고정관념은 정말 맞을까? 사회학과 심리학, 정신의학 분야의 연구를 통해 이런 고정관념을 하나씩 깨뜨려 보자. |
1. 자녀에 대한 아빠의 무관심은 인류 역사에서 보편 현상이다.
→ 아니다. 아빠가 경제활동에 전념하고 육아를 아내의 몫으로 떠넘긴 계기는 산업혁명이었다. 산업화 이전에 부부는 공동 작업자이자 공동 양육자였다. 조선시대에만 해도 그렇다. 명문가일수록 자녀의 학업과 진로는 엄마가 아닌 아빠의 몫이었다. 가부장제란 가정의 중심의 아빠였다는 것이지, 아빠가 자녀 양육에 무관심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 아빠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간접적(예, 경제부양)이다.
→ 아니다. 아빠가 아이 양육에 적극 참여할수록, 아이와 즐겁게 상호작용할수록 아이는 지능과 정서, 사회성 발달에서 보다 뛰어난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기러기 아빠가 되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살면서 사랑과 관심을 쏟아주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3. 아빠는 엄마에 비해 준비되지 못한 양육자다.
→ 아니다. 남성도 아빠가 되면 생물학적 변화를 겪는다. 일부 남성들의 입덧(쿠바드 증후군)도 바로 호르몬 변화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남성도 여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상아와 조산아의 울음소리를 구별할 수 있었다. 아빠들이 밤중에 아기 울음소리를 못 듣고 잠만 자는 것은 양육자로서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거나 몸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4. 아빠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엄마보다 못하다.
→ 아니다. 아빠의 영향은 많은 부분에서 엄마와 동등했거나, 오히려 뛰어났다. 대표적으로는 아이가 학교에서 보이는 문제행동인데, 이는 엄마보다는 아빠와의 관계가 안 좋을수록 더 심했다. 이제는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엄마가 찾아가서 잘못을 빌기 보다는 아빠가 찾아가야 할 듯싶다.
5. 아이에게 좋은 아빠는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빠다.
→ 아니다. 무조건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능사는 아니다. 아빠가 실업 등 비자발적 이유로 집에 있게 되면 아이에게 쉽게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빠가 보내는 시간의 총량보다는 질적으로 좋은 관계가 아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양보다는 질이다. 경제활동으로 바쁜 아빠들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적다고 슬퍼하지 말고, 짧은 시간이라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면 된다.
6. 아내와의 관계가 안 좋아도 아이에게만 잘하면 된다.
→ 아니다. 아빠의 양육참여와 긍정적 영향은 아내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아내가 적극적으로 남편의 양육 참여를 격려하고 기대하고 믿어줄수록 아빠들은 더 많이 양육에 참여했으며, 아빠 양육의 효과가 좋았다. 게다가 부부 관계가 안 좋으면 아이들은 엄마가 아닌 아빠를 멀리한다. 자녀 양육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아내와 갈등을 일으키면 말짱 헛일이다.
7. 아빠의 양육 효과는 어린 자녀들에게만 해당한다.
→ 아니다. 성인을 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보면 어린 시절 아빠와 즐겁고 행복했던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에도 그 효과가 나타났다. 최근 연구와 사례보고에 따르면 대인관계를 맺는 유형은 아빠(엄마가 아닌)와의 관계를 통해 학습된다고 한다. 아빠와의 관계가 어려웠던 사람,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어려운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8. 아빠의 양육 참여는 아이와 아내에게만 좋고 자신에게는 힘만 드는 노동이다.
→ 아니다. 아빠가 양육에 참여할수록 아빠 자신에게도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양육에 참여하는 아빠는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숙하고, 삶의 만족도가 더 높다. 당연히 직장 내에서도 성공하며, 어떤 이유로든 일찍 죽을 확률이 적다. 아빠 양육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 아닌 아빠 자신이다. 양육 참여는 아빠 자신에게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글 / 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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