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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행복한 소비, 건강한 사회

 

 

 

 

 

 

         지금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보라.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있는가? 어떤 가방을 들고 있으며, 헤어스타일은

         어떤가? 어떤 전자제품을 사용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커피를 마시는가? 조금 더 세밀하게 관찰을 해본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유행에 끌려다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타인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숙명?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유행어를 선호하는 탓에 말 표현도 비슷하고,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에서 집계하는 베스트셀러 목록 때문에 읽는 책도 비슷하다. 삼삼오오 모여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행하는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소위 ‘뜨는’ 연예인들 이야기를 한다.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유행, 트렌드, 대세를 따라가는 것일까? 남이 사면 나도 사고 싶고, 남이 보면 나도 보고 싶은 심리는 무엇일까?

 

미국의 유명한 사회심리학자 페스팅거(L. Festinger)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생각과 능력 등)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준이 필요한 법!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할까? 페스팅거에 따르면 사람들의 평가 기준은 바로 타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들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기준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를 사회비교 이론이라고 명명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회사에서 회의를 하다가 이해가 안되는 것을 질문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주변 사람들을 살피는 일이다. 다들 아는 것처럼 보인다면 왠지 질문하기가 꺼려진다. 자신의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때 손을 들고 질문한다면 사람들이 비웃을 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다들 모르는 것 같다면 손을 들기가 보다 수월하다. 자신을 비웃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모두를 대신해 용기 있게 물어봐주어서 고마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는 너무나 자동적으로 자신과 타인을 비교한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어쩌면 타인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지도 모른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것을 노력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또래 사촌들과 키 재기를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이런 식의 비교를 통해 키가 커야겠다고 자극받은 아이들은 편식 같은 나쁜 식습관도 고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타인과의 비교는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면 노력해도 안 되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비교가 자극제는커녕 고통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점심식사 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자판기로 달려가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총동원해서 뽑은 커피 한잔을 행복하게 홀짝 거리다가도, 유명 커피전문점 로고가 찍힌 컵을 들고 지나가는 무리들을 보면 자신의 커피가 너무 초라하게 보인다. 아침마다 옷장을 보면서 “입을 옷이 없다!”고 딸이 한탄할 때 어머니들은 “왜 입을 옷이 없어! 네 앞에 있는 옷은 옷이 아니고 걸레냐?”면서 타박을 한다. 어머니들은 딸이 원하는 옷이 그저 보온을 위한 기능성 옷이 아니라 유행에 맞는 옷이라는 것을 아실까? 돈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유행하는 옷을 때마다 사면되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매일 아침 옷이 아닌 고통을 입어야 한다.

 

특히 한국처럼 ‘나’보다는 ‘우리’가 강조되는 집단주의 문화에서 유행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다수에 속하기 위해, 튀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기업들은 이런 한국인의 심성을 잘 이용해 먹는다. 광고를 보라. 제품의 특성을 홍보하기보다는 다수가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그러니 당신도 뒤처지지 않으려면 이 제품 하나 구입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비자 평가 1위, 브랜드 평가 1위, 올해의 소비자 상을 받은 제품은 왜 그렇게 많은가? 또 인증하는 기관이나 단체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장점유율 운운하는 것도 비슷하고,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라고 홍보하는 책들 역시 다수의 선택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식의 광고에서 사람들은 압박감을 느낀다. 마치 저런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면 뭔가 큰일이라도 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쯤 되면 광고가 아니라 협박이다.

 

 

 

개인의 선택이 존중되는 건강한 사회

 

물론 유행이 나쁘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다수의 선택이 틀렸다는 말도 아니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다는 것은 분명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유행을 따르기 위해서 무리하게 소비하고 지출하는 것은 고통일 뿐이다. 경제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심리적으로 행복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심리학자들은 꼭 그렇지도 않다고 말한다.

 

심리학자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비교(상향 비교)하면서 자신을 평가하고, 더 나아 보일 목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쉽게 후회하고 불행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소위 잘 나가는 엄친아, 엄친딸 이야기를 접하고 그들과 비교하게 되면 좋은 자극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불행해진다는 것은 우리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반대로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과 비교(하향 비교)하는 사람들일까? 놀랍게도 그렇지 않았다. 진짜 행복한 사람은 타인과의 비교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자신의 기준에 따라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남들과 비슷하게 입고 먹고 마시고 읽고 보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행복하지는 않다. 진짜 행복은 남들과의 비교가 아닌 자신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다수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선택도 존중되는 사회가 진짜 행복한 사회다.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라는 소식이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은 대한민국.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한다면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삶, 그것이 진짜 행복한 삶이 아닐까!


                                                                                                                                           글 / 강현식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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