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 목욕탕 4명의 마사지사 중 대장 격이었다. 나이가 가장 위이기도 했지만 곱상한 얼굴에다 항상 웃는 모습으로 분위기 조성을 잘했다. 그 목욕탕에서만 7년 차라고 했다. 그런데 동네 아줌마들로부터 인기가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진짜 이유는 딴데 있었다. 그녀의 착한 심성 탓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서비스를 받은 할머니들이 그 ‘전문가’의 솜씨에 탄복하며 시원한 맛을 느낀 후부터는 아예 공짜 마사지를 받으러 목욕탕에 들르는 정도다. 자연히 손님 숫자가 많아지니 목욕탕 사장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오자마자 우리 딸 1등 했네, 우리 아들 특목고 갔네, 우리 남편 승진 했네, 등등 제 자랑 수다부터 떨기 시작해 물 실컷 퍼 쓰고 자기네들끼리만 놀다가 돌아가는 우리 젊은 아줌마들. 솔직히 그 언니를 보면 우리는 백번도 더 부끄러움을 느낀다.돈벌이 할 시간을 쪼개 무료 봉사하는 그 심성과 푸근한 인정, 타고난 낙천적 성격… 너무나 배울 점이 많은 마사지사이기 때문이다. 엇? 그런데 최근에 그녀가 안 보였다. 처음엔 잠깐 자리를 비웠으려니 하며 큰 관심을 안 뒀는데 2주일, 3주일. 목욕탕에 그녀가 계속 안보였다. 동네 목욕탕 마사지사 언니 한명이 안 보이는 것만으로 뉴스가 될 정도면 그녀의 인물 됨됨이나 유명세는 확실히 작은 게 아니었다. 목욕탕 단골들의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고 곧 풀렸다. 목욕탕 사장님이 직접 나타나 우리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동안 번 돈으로 고향에 가서 목욕탕을 하나 차릴 거라며 낙향했다는 것이다. 고향이 경상남도 마산이라나, 심성만 착한 줄 알았더니 알뜰하게 돈도 모았구나 하는 마음에 목욕탕 단골 아줌마들은 하나같이 마음속으로 빌었다. “새로 시작하는 고향 목욕탕에서 돈 많이 벌고, 그곳 할머니들에게도 기분 좋은 마사지 서비스 많이많이 해 주세요.”라고. 이은숙/ 경북 경주시 동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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