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과 입학의 시즌을 보내고 나니 3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우리 ‘한마음회’ 에서 성희를 만난 게 3년 전, 그때 소아마비 장애를 갖고 있던 그 아이는 나이가 19살이었는데 중학교를 중퇴한 상황이었다. 또래들이 놀리고 적응이 안 되자 아예 때려치우고 보호 시설에 들어와 다른 중증 장애인들을 보살피며 생활하고 있었다.


“공부도 잘했는데… 애들이 막 놀리잖아요.
‘ 애자’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었어요. 그래서 그냥 나와 버렸어요. 집에서 놀았더니 맘도 편했어요. 에이, 학교는 가기 싫어요.”


하루아침에 배움이라는 희망의 날개가 꺾여버린 아픔이 얼마나 컸는지 성희라는 그 아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여사원 봉사활동 모임인 우리 한마음회에서 처음 갔을 때 야무지고 똑 부러진 표정으로 말하던 성희. ‘애자’라는 말은 장애인을 장애자라고 폄하하던 시절, ‘장’자를 빼고 부르던 아주 나쁜 말이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그러던 어느 날, 회원 중 한명이 제안을 했다. “같이 공부해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자.”그러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이유가 놀라웠다. 자기가 학교에 가면 자신이 하던 다른 아이들 대소변 치우는 일, 밥 짓기에 빨래까지 누가 할 것이며,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 나머지 아이들의 생활은 더더욱 곤궁해질 거라는 걱정이 그거였다.


성희의 말을 들으면서 우린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본인의 불편함에도 아랑곳없이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챙기며 걱정하는 마음에 우리가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우린 우선 주변 봉사 단체에 부탁해 성희가 하던 일을 대신할 자원봉사자를 찾았다. 다행히 보름만에 그 일이 해결됐고 본격적으로 성희 학교보내기‘작업’에 들어갔다. 교과서와 참고서, 문제집을 사다주고 전공별로 돌아가며 주말마다 과외를 시켜줬다. 우리 회사 사장님은 컴퓨터도 2대를기증해 주셨다. 배움과는 연이 없다고 생각한 성희가 다시 공부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이듬해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성희는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가볍게 통과했다. 그리고 모두의 축하 속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재작년 3월, 복지회 친구들과 공부를 가르쳐준 우리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성희는 눈물 어린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저는 제가 받은 사랑보다 백배 더 다른 사람을 위해 사랑하는데 쓸게요. 나중에 크면 반드시
   장애우들을 위해 헌신할게요. 제가 그동안 받은 도움은 제 것이 아니라 모든 장애우들에게
   돌려줘야 할 빚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희의 고등학교 입학은 그에게 인생의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워주었고, 우리는 배움의 벅찬 희망을 안고 다시 출발하는 해맑은 여학생의 아름다운 입학식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지금도 배움의 길을 가고자 하는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이 많다.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찾아들기를 소망해본다.



이정하 부산시 연제구 거제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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