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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냄새는 '착하지' 않지만, 영양은 가득한 '청국장'

 

 

 

      “장(醬)은 모든 맛의 으뜸이요. 인가의 장맛이 좋지 않으면 비록 좋은 채소나 맛있는 고기가 있어도 좋은 요리가

      될 수 없다. 촌야의 사람이 고기를 쉽게 얻지 못해도 여러 좋은 장이 있으면 반찬에 아무런 걱정이 없다.(‘증보산림

      경제’). 장 담그기는 김장과 함께 민가의 중요한 연례 행사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입동(立冬) 무렵에 메주를

      쑤고 정월∼3월 무렵에 장을 담그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양의 보고(寶庫) '청국장'

 

다양한 장들 가운데 요즘 웰빙식품으로 인기가 높은 것이 청국장이다. 가을에 해콩으로 만든 청국장 맛은 별미(別味)다. 청국장은 무르게 익힌 콩을 더운 곳에서 발효시켜 양념한 장이다. 콩을 가장 효과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청국장에 든 단백질이 원료인 콩 단백질보다 우리 몸에 더 많이 흡수되기 때문이다. 삶은 콩의 단백질 흡수율은 65%인데 비해 청국장 단백질의 흡수율은 95%에 달한다. 청국장의 단백질은 청국장균(콩을 발효시켜 청국장을 띄우는 세균)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잘게 쪼개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청국장이 장이냐, 거적문이 문이냐’는 옛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청국장은 냄새가 ‘착하지’ 않다. 생으로 먹기 보다는 청국장찌개(청국장을 푼 물에 쇠고기ㆍ두부ㆍ김치 등을 넣고 끓인 국)를 끓여 먹는 것도 청국장 고유의 맛 때문이다. 청국장의 독특한 냄새는 아미노산이 분해되면서 생긴 암모니아 냄새다. 이를테면 청국장은 마늘처럼 백리일해(百利一害)다. 독특한 냄새 하나만 빼면 거의 완벽한 식품이다. 

 

청국장은 요즘 서양에서 건강식품의 3대 조건으로 꼽는 발효식품ㆍ채소ㆍ콩 중 두 가지(발효식품ㆍ콩)를 겸비한 음식이다. 각종 영양소의 보고(寶庫)다. 콩을 발효시켜 만든 음식답게 식물성 단백질과 불포화 지방이 풍부하다. 육류 섭취량이 적었던 과거엔 청국장은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청국장균에 의해 생성된 단백질 분해효소는 혈전(핏떡)을 녹이는 작용을 한다. 청국장이 뇌졸중ㆍ심장병ㆍ동맥경화 등 혈관 질환의 예방 식품으로 기대를 모으는 것은 그래서다. 혈압도 낮춰준다. 콩 단백질의 분해로 생긴 일부 아미노산들이 고혈압을 일으키는 ACE(안지오텐신전환효소)의 활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청국장엔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한 달쯤 꾸준히 먹으면 변비가 눈에 띄게 개선된다. 소화도 잘돼 소화력이 떨어지는 환자와 노인에게 권할 만하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으며 식은땀이 줄줄 나는 갱년기 여성에게도 유익하다. 청국장의 주재료인 콩 안에 식물성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발효된 콩을 젓가락으로 떠보면 끈적끈적한 실 같은 물질이 나온다. 면역력을 높이는 물질인 PGA(폴리글루탐산)다. PGA는 칼슘의 체내 흡수와 노화 억제를 돕는다. 발효된 청국장엔 노화의 주범인 유해(활성) 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 콩의 8배 이상 들어있다. 청국장은 숙취 해소와 골다공증 예방에도 이롭다.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는 비타민 B2와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 K가 콩보다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뱃속(대장)에 들어간 청국장균은 ‘장내 미화원’으로 통하는 유산균 못지않게 장을 깨끗하고 튼튼하게 해 준다. 대장에 유익한 균의 증식은 돕고 해로운 균은 억제하는 것이다. 

 

 

 

삶은 콩이 자연 발효된 것이 청국장의 원조?

 

청국장은 장류 중에서 숙성 기간이 가장 짧고 만들기도 쉽다. 담근 지 며칠만 지나면 먹을 수 있어 청국장이 전쟁터에서 처음 만들어진 음식이란 가설도 제기됐다. 고구려 사람들은 콩을 삶아 말안장 밑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먹었는데 말의 체온에 의해 자연 발효된 콩이 청국장이란 것이다. 과거 문헌에 기록된 청국장의 다른 이름은 전국장(戰國醬)이었다. 

 

한반도가 원조인 청국장은 일본ㆍ중국의 서역ㆍ동남아시아(태국ㆍ인도네시아 등)로 퍼져 나갔다. 일본의 나토(納豆), 중국의 두시, 인도네시아의 템페, 태국의 토아나오 등이 모두 청국장의 ‘사촌’들이다. 

 

냄새가 비교적 온화하고 황색을 띈 것이 양질의 청국장이다. 썩은 냄새가 나면 주저 없이 버려야 한다. 쓴 맛이 난다면 발효 온도가 부적절한 탓이기 쉽다. 담근 뒤 오래 지나면 질이 떨어지므로 가능한 한 빨리 먹어야 한다. 

 

청국장을 과거엔 항아리에 꼭꼭 눌러 담은 뒤 서늘한 곳에 두고 먹었다. 냉장고에선 한 달, 냉동고에선 1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랩에 씌워 보관한 뒤 필요한 만큼만 상온에서 녹여 먹는다. 

 

청국장 1g에 존재하는 청국장균 숫자는 10억 마리 남짓이다. 산소를 싫어하는 유산균과는 달리 청국장균은 산소를 좋아한다. 대장에 들어간 청국장이 산소를 마구 먹어 치우면 대장은 유산균이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 된다. 청국장균ㆍ효소ㆍ면역력을 높이는 핵산 등 청국장의 웰빙 성분을 더 많이 섭취하려면 가급적 열을 가하지 말고 일본의 나토처럼 생으로 먹어야 한다. 섭취량은 하루 한두 숟갈 정도가 적당하다. 청국장찌개가 끓으면 불을 일단 끈 뒤 청국장을 풀어넣어야 청국장균이 더 많이 살아남는다.

 

청국장의 일본 버전인 나토는 청국장과 제조법이 엇비슷하다. 삶은 콩에 나토균을 주입해(과거엔 볏짚 이용) 3일 가량 숙성시키면 나토가 얻어진다. 나토는 대개 생으로 즐긴다. 

 

글 /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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