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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TV&영화 속 건강

소지섭, 조달환의 난독증 이겨내기

 

 

 

 

 

        

 

 

“남자들은 목욕탕에 가면 다른 남자의 중심을 보고 자신의 것과 비교한다는데 사실이에요?”

 

얼마 전 여자 후배로부터 이런 질문을 듣고 당혹스러웠다. 그 후배는 평소 허물없는 사이인 남자 선배를 통해 자신의 궁금증을 풀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도 있고, 안 그런 사람도 있고 그러겠지, 뭐.”

 

 이렇게 모호하게 답했다. 그러고 잊었는데, 며칠 후에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여성 작가가 비슷한 질문을 해 왔다.

 

 “남자들은 화장실에 가면 옆 자리 남성을 흘낏거리면서 자신과 비교한다면서요? 정말 그런가요?”

허, 거참! 여성들이 남성의 행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그런 것이 궁금하다고 질문을 해 올 줄이야 ….

 

남성들이 자신의 ‘크기’에 대한 강박증이 있다는 게 속설이지만, 개인적으론 그 속설이 맞다고 여겨본 적은 없다. 목욕탕이나, 화장실에서 남의 것을 흘낏거려본 적은커녕 궁금하게 생각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예외가 있긴 했다. 배우 소지섭이 화장실 옆 칸에서 소변을 보고 있을 때였다. 지난 2010년 그가 출연한 드라마 ‘로드 넘버원’ 프리미어 시사회를 서울의 어느 극장에서 했다. 시사회를 마친 후 화장실에 갔는데, 옆 자리에서 소지섭이 소변을 보고 있었다. 눈인사를 했는데, 얼핏 봐도 정말 준수한 외모였다. 게다가 훤칠한 키에 역삼각형으로 단단해 보이는 상체의 육체미가 매혹적이었다. 남자가 봐도 이렇게 멋진데, 여성에게는 오죽할까 싶었다. 문득 이렇게 근사한 남성의 중심도 훌륭할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으나 흘낏거리진 않았다.

 

 

 

'주군의 태양' 소지섭, 그가 앓았던 '난독증' 

 

소지섭은 겉모습이 멋지다고 해서 ‘소간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최근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 난독증을 앓는 남자로 나왔다. 그는 거대한 복합쇼핑몰 '킹덤'의 사장 주중원 역할을 맡았다. 주중원은 인색하고 타산적인 인간으로, 청소년기에 납치당했던 후유증으로 난독증을 앓고 있다.

 

그의 난독증은 낙천적인 여성 태공실(공효진 분)을 만나 치유된다. 공실은 귀신이 보이는 증세 때문에 고통을 겪지만, 중원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증세를 이겨낼 뿐 만 아니라 그의 난독증도 낫게 한다. 

 

난독증은 듣고 말하는 데는 별 다른 지장을 느끼지 않지만 단어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거나 철자를 인지하지 못하는 증세를 일컫는다. 취학 이전의 소아 뿐 만 아니라 성인도 고통을 겪는다. 

 

의학계에서는 뇌의 양측 반구의 불균형이 난독증의 원인이라고 여긴다. 특히 공간 지각 기능을 담당하는 우뇌에 비해서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좌뇌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것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조달환 난독증, 캘리그래피로 극복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난독증이 최근 주목을 받은 것은 배우 조달환이 이 병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랫동안 무명 생활을 했으나 TV 예능 프로그램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 탁월한 탁구 실력과 선량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 ‘예능 늦둥이’로 사랑을 받던 그가  "난독증이 심해 아직도 한글을 잘 모른다"는 속사정을 털어놨던 것. 

 

그는 대본을 리딩할 때 한 번에 이해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따로 며칠을 연습해야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달환은 난독증을 극복하기 위해 캘리그라피를 배우게 됐다고 소개했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디지털 활자 대신 붓으로 쓴 글씨를 디자인에 활용하는 기법이다. 캘리그라피는 글자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을 갖다 준다. 

 

조달환은 난독증 치료를 위해 캘리그라피를 시작했다가 전문 작가로 활동할 정도로 실력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라마 ‘천명’의 타이틀 글씨를 썼던 그는 캘리그라피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의학계에서는 난독증의 완치는 어려우나 학습 장애는 극복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모든 병이 마찬가지이지만,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아이에게 난독증이 의심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경과나 소아정신과를 찾는게 좋다.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는 7세 때 난독증 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배우가 된 후 주변 사람들이 대본을 읽어주면 이를 암기하는 방법으로 영화를 찍어왔다고 한다. 종교의 힘으로 난독증을 극복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른 사람이 대본을 읽어주면 이를 암기해서 연기한 세계적 배우가 또 한 명 있다. 우리에게 성룡으로 잘 알려진 배우 재키 찬. 그는 난독증이 아니라 문맹이다. 어렸을 때 가난해서 학교에 가지 못한 탓에 문맹이 됐던 것인데, 그것을 극복하고 아시아와 할리우드를 넘나드는 배우가 됐으니 …. 

 

조달환, 톰 크루즈, 재키 찬. 난독증과 문맹을 겪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운동이다. 운동이 역경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됐음에 틀림없다.

 

인간은 정신적 활동과 육체적 운동의 균형을 이루며 살아야 한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누구나 새겨야 할 말이다. 일상에서 지키기 힘들지만, 운동을 밥 먹듯이 할 필요가 있다. 

 

조달환은 예능 프로그램을 하차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주는 캘리그라피 작품에 그렇게 썼다. ‘운동은 밥이다.’

 

드라마에서 난독증을 극복했던 소지섭이 수영 선수 출신답게 꾸준히 운동을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 덕분에 강행군의 스케줄을 소화하며 ‘소간지’의 멋스러움을 지켜가는 것이다. 

 

글 / 문화일보 장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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