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불안이나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보다는 전체를 중요시하는 집단주의 문화의 영향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인간관계가 중요하니 웬만하면 참고 살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이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렇지 않 아도 어려운 사회생활에서 마음을,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덫이 있으니 바로 뒷담화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치고 뒷담화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싶다.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그 대상이 되기도 하는 뒷담화.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또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
뒷담화를 하는 이유
사람들이 뒷담화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정서적 지지 때문이다. 누군가 때문에 힘들거나 억울할 때 뒷담화를 통해 위로와 지지를 받으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자신은 옳고(정상이고) 그 사람은 틀렸다(이상하다)는 식의 논리가 뒷담화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상대방과 친해지기 위해서다. 서먹한 사람과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면 친해지게 된다. 공통의 관심사란 드라마나 스포츠, 연예인일 수도 있지만 직장이라면 직장 내의 누군가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통제에 대한 욕구도 뒷담화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많은 경우 뒷담화는 “그 사람 어떤 사람이야?”라는 말로 시작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과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아주 강하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미리 예측하고 그에 맞게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뒷담화를 통해 정보를 구하는 것이다.
뒷담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사람들은 자신의 정보수집과 판단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심리학과의 브루어(W. Brewer)와 동료들은 실험을 위해 피험자들을 모집한 후, 교수연구실에서 대기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잠시 후 실험실로 인도받은 그들에게 종이 한 장이 주면서 방금 전 대기하던 곳에서 보았던 물건을 기록하라고 말했다. 대부분은 교수연구실에 있을 법한 물건(책과 노트 등)을 적었지만, 이것들은 연구자가 미리 치워놓았다. 반면 연구자들이 가져다 놓았던 농구공이나 벽돌을 적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본 것’이 아닌 보았다고 ‘생각’한 것을 적은 셈이다.
뒷담화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자신이 들은 ‘그대로’ 옮긴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자신이 들었다고 ‘생각’한 것을 옮기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결국 없는 정보도 생기게 되고 있는 정보도 없어지게 되며, 작은 정보가 커지기도 하고 큰 정보는 작아지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잘못된 정보들은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집단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주변 사람이 누군가에 대해 험담을 하면서 동의를 구하기에 금세 동조하게 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뒷담화에 열성을 올리는 사람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착한(친사회적) 사람이라고 한다. 문제가 되는 구성원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전파하는 것이다.
뒷담화에서 조금은 자유롭기
뒷담화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도 그 폐해를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뒷담화의 확산을 직접 막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다수의 압력에 소수가 동조하기도 하지만 그 반대도 가능함을 증명하였다. 다수의 의견에 반대하는 개인(소수)이 자신의 주장을 확신 있게 하고, 지속적으로 하며, 일관되게 하다 보면 다수가 개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누군가에 대해 부당한 뒷담화를 한다면 다른 의견을 제시해 보자. 확신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주장하면 침묵을 지키던 누군가는 당신의 의견에 찬성하게 된다. 이것을 시작으로 바뀔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바뀌기도 한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뒷담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언젠가는 뒷담화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힘이 작용할 여지는 더 많다.
두 번째는 자신이 뒷담화의 대상이 되었을 경우다. 뒷담화란 뒤에서 나누는 이야기라서 해명할 기회도 없고, 해명을 들어줄 사람도 없다. 이럴 경우엔 뒤집어서 생각을 해보자. 뒷담화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어쨌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증거나 아니던가! 연예인들도 한참 잘 나갈 때 악플(악성 댓글)이 달리지, 인기가 식으면 악플도 없는 법이다. 만약 자신에게 잘못이나 부족함이 있다면 고쳐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뒷담화의 대상이 된다면 아마 시기와 질투, 혹은 오해 때문일 수 있다. 어느 집단이든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들은 언제나 반대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뒷담화만 하면서 어중이떠중이로 살기보다는, 그 대상이 되는 리더로 살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자.
글 / 심리학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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