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맞춤형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더 나은 삶에 대하여

 

 

  "세상을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없다는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그리고 사람은 시련을 만나
  면 꺾이기도 하지만 더 클 수 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부쩍 커버린 느낌이에요. 지금까지
  는 가족들 마음도 이해 못하고 아이처럼 자기 생각만 하는 철부지였어요.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
  나보낸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아요. 앞으로는 내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 도움이 되고 싶어요."

 


외상(trauma) 이후의 과정에 따라

대학생인 L양은 작년 말 아버지를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냈다. 자신을 너무 사랑해주었던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별 어려움 없이 자라왔던 L양에게는 견디기 힘든 충격이었다. 3개월이 지났지만 슬픔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었다.평소에 잘 해 드리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웃음을 잃어버렸고, 매사에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작은 일에도 짜증을 많이 내곤 하였다. 스스로도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다잡아보려 했지만,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상담실을 찾았다.
그녀는 다행히 상담을 거치면서 옛 모습을 되찾아갔을 뿐 아니라 종결될 무렵에는 이전보다 더 성숙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헌신할 수 있는 삶의 목표까지 만들어 한 걸음을 디뎠다.


자신의 적응력으로 감당하기 힘든 큰 스트레스 즉, 외상(trauma)을 당하면 우리는 정신적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충격 이후의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차차 그 충격에서 벗어나 예전의 상태를 회복해간다.
이들은 '외상 후 회복(PTR: Post-Tramatic Recovery)'군에 속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6개월이 지나도 외상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하지 못한다.
정신의학적으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두 부류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일까? 바로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으로 불리는 그룹이다. 이들은 말 그대로 외상을 겪으면서 삶이 더욱더 성장하는 사람들이다.



현재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고자 하는 본능

삶에서 불행이나 시련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낮과 밤이 교차하듯이 우리들의 삶도 상승과 하강의 리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인생은 봉우리와 골짜기로 이어지는 거대한 산맥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을 종종 망각한 채 살아간다. 지금 좋은 순간이 한없이 이어지기만을 바라고, 힘든 순간을 맞이하면 한없이 힘들 것이라는 마음에 괴로워한다. 물론 우리는 불행이나 시련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불행이나 시련을 대하는 태도는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삶의 가장 큰 자산은 능력이 아니라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태도를 지녔느냐에 따라 불행 앞에 꺾이기도 하고, 불행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기도 한다.


사실 고통과 불행을 통해서 삶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모든 생명체에는 생존 이상의 본능인 '성장본능 Growth Instinct'이 있기 때문이다. 배가 부르다고 날지 않는 새를 본 적이 있는가 열매를 맺었다고 가지를 뻗고 뿌리를 내리지 않는 나무를 보았는가.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에게는 의미와 즐거움을 찾으려는 욕구가 있고, 현재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고자 하는 본능이 있는 것이다. 마치 빛을 향해 식물이 뻗어가듯 우리도 죽을 때까지 성장을 향해 뻗어가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삶은 그 자체로 '완벽한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PTSD에서 PTG로 바뀌는 존재가 바로 인간인 것이다.



'성장형 인간'의 공통적인 특징


나는 고난 앞에서 꺾이지 않고 삶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사람들을 '성장형 인간'이라 부른다. 그 사례는 너무 많아 일일이 소개할 수 없다. 대신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첫째, 이들은 의식의 초점이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향해 있다. 즉, 이들의 삶에 있어서 다른 이들의 평가나 다른 이들과의 대결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 동기, 욕구에 주목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삶의 목표도 평가나 순위가 아닌 학습이다.


둘째, 이들은 삶의 모든 경험에서 배우려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삶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바로 포기하거나 남을 원망하고만 있지 않는다. 그들은 실수나 실패를 숙달이나 성공을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바라본다.


그렇기에 그들은 잘못된 경험에서 배워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도전한다. 그들은 삶이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희망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규정짓지 않는다. 그렇기에 삶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 의미를 이해하고 수용할 줄 안다.


셋째, 이들의 마음 중심에는 소망과 목표가 흐른다. 이들은 문제에 부딪히더라도 마음의 중심을 문제 자체가 아닌 문제의 해결에 둔다. '나는 왜 이럴까?' 가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와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와 같은 생각을 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불평보다는 대안을 찾고, 반복적인 고민보다는 점진적인 실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당신의 성장 에너지가 이 봄에 터져 나오길 기대한다.

 

문요한/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 · 정신과 전문의 


로그인없이 가능한 손가락추천은 글쓴이의 또다른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