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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혈액형 발표 전날 폭탄선언한 울 막내 사연



올해 우리 집 막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입학하면 신입생을 대상으로 혈액형 검사를 포함하여 건강 검진을 학교마다 실시하게 된다. 아이가 셋이지만 나는 아이들 혈액형 검사를 태어난 병원에서 하지 않았다. 아니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셈이다. 우리 아이들을 놓는 병원마다 혈액형 검사를 해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담당의사 왈 그 어린 신생아한테 피를 뽑을 게 어디 있냐며 나중에 더 성장하면 하라는 것이다. 궁금했지만 기회가 되면 하리라 생각하고 차이 피일 미루다 보니 초등학교 입학하도록 혈액형을 모르고 지낸 것이다.

 

계모임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다들 나를 이상하다며 한마디씩 했다.
"너 친엄마 맞니? 궁금하지도 않느냐? 너 애들 주워다 키우는거 ···. "

이런 온갖 구박 아닌 구박을 받으며 세아이 다 혈액형은 학교 입학하고서야 알게 된 셈이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면 얼마나 감사한지! 삼 남매 모두가 심각한 병으로 병원 신세를 진일이 없다는 증거 아닌가. 만약 병원에 입원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피검사이기에 무탈하게 자라준 아이들이 고마울 뿐이다. 첫째와 둘째 때는 자연스럽게 이시기가 지나갔다.

부모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유난히 막내는 귀엽고 위의 형이나 누나보다 순진한 구석이 많았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항상 막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날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보고한다. 그날도 학교에서 지정한 병원에가서 피를 뽑았니, 눈검사 ·귀청소를 했니 하면서 신나게 하루 일과를 보고한다.

나는 열심히 들어주다가 표정을 바꾸고 심각하게

 

"그런데 민영아 피검사하면 혈액형이 나오는데 아빠는 A형, 엄마 AB형, 형 A형, 누나 A형인데 만약 니가 O형이 나오면 어떡하지? 너를 낳아 준 엄마 아빠가 다른 곳에 살고 있으면 너를 보내야 되는데 큰일 났다. 흑흑흑···. " 
 
그때까지 멋모르고 자기 얘기만 신나게 늘어놓던 막내가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 엄마 아들 맞잖아, 그 치, 혈액형이 뭐 그리 중요해! 난 아무 데도 안갈 거야, 보내면 안돼"


아들의 그 표정과 행동이 하도 귀여워서 남편도 거들기 시작했다.

"누나나 형은 사람들마다 엄마 아빠를 쏙 빼닮았다고 하는 데 막내는 형, 누나랑 너무 다르게 생겨서 혹 데려다 키우냐고 묻더라,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


첫째, 둘째도 이때다 하고 온 사방에서 막내의 출생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실 초등 1학년 아이가 혈액형이나 어떻게 해서 나오는지 알 리 만무하다. 그날 이후 막내는 혈액형에 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는 듯했다.


일주일 후면 종합검진 결과가 나오기로 돼 있었다. 하루는 저녁을 먹고 있는데 막내가 따지듯이

 

"나도 닮은 데 있다 뭐! 엄마랑 손도 똑같이 생겼고, 목욕탕에서 보니까 아빠랑 고추도 닮았고···."


내심 불안한 모양이다. 닮은 곳을 이곳저곳 찾고 있으니 말이다.

드디어 발표하기 전날 잠을 자려는 데 막내가 베개를 들고 내 품에 안기는 것이 아닌가! 무슨 폭탄선언을 할 것처럼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

 

"엄마 내일 혈액형 검사가 나오는 날인데 혹 O형이 나오더라도 나를 다른데로 보내면 절대 안 된다.
알지! 
난 엄마 아빠 떠나서 다른 데 보내면 못살아."

 

나에게 다짐을 받으러 온 것이다.


순간 내가 세상으로 열심히 살아야 되는 이유를 확실히 깨달았다. 이렇게 내 아이가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갖고 있구나!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가 나에게 주는 것이 훨씬 많다는 걸···.  당근 검사 결과는 A형이랍니다.

 

나복순/ 경북 문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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