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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파킨슨병과 최불암- 나문희의 황혼 사랑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미국 배우 마이클 J. 폭스,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한국 정치인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을 위해 한 사람 더 추가하자. 미국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그래도 모르겠다는 이들에겐 결정적 힌트. "알리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떨리는 손으로 성황에 불을 붙이던 모습을 생각해 보라."

 

그렇다. 거명된 인물들은 모두 파킨슨병을 앓았다. 이 병에 걸리면 몸이 떨리는 증상을 보인다. 근육이 뻣뻣해지고 자세가 불안정 하고 느려진다. 사각의 링에서 '벌처럼 날아서 나비처럼 쏘던' 알리가 잔뜩 경직된 얼굴을 한 채 몸을 덜덜 떠는 것을 본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때 세계인들은 파킨슨병에 큰 관심을 갖게 됐고 매우 심각한 질환임을 인식했다. 그로부터 18년, 파킨슨병은 여전히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남아 있다.

 

 

 

파킨슨병의 원인 

 

최근 TV 토크쇼('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아나운서 김성주는 "아버지가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이시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친할머니도 파킨슨병을 진단 받은 후 4년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라고 밝혔다. 

 

파킨슨병은 김성주의 아버지와 할머니 경우처럼 유전으로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 비율은 5%에 불과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95%는 원인 불명이란 게 의학계의 설명이다. 여섯 개의 유전자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가족성 파킨슨병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들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아니더라도 해당 유전자가 암호화하고 있는 단백질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파킨슨병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의학계 통설이다.

 

파킨슨병은 나이가 증가할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도시 거주자보다 농촌 거주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농약이나 오염된 우물물에 노출된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발병하면 환자의 증상은 서서히 악화하고 대부분 10년 정도가 지나면 다양한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에 이른다. 이 때문에 가족이 파킨슨병에 걸렸다고 하면 그 슬픔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기분 좋은 날' 나문희, 파킨슨병 진단받아

 

요즘 즐겨보고 있는 주말 드라마 '기분 좋은 날'에서 파킨슨병에 걸린 할머니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할머니 역할로 나온 나문희와 그 남편 역할을 한 최불암의 연기는 가히 심금을 울리는 것이었다.   ‘기분 좋은 날’ 26회에서 이순옥(나문희 분)은 종합병원 신경과 진료실을 찾았다.  다리가 아픈 이유를 알기 위해 정밀 검진을 받았는데 그 결과를 듣기 위해서였다. 의사는 CT 촬영 필름을 보여주면서 ‘파킨슨병’ 이라고 했다. 순옥은 생소한 병명에 어리둥절해 했다. 병원을 나선 순옥은 남편 김철수(최불암 분)와 사위 서민식(강석우 분)이 함께 일하는 떡집 작업장으로 들어섰다. 철수가 물었다.

 

 “병원에서 뭐래?”

 “다리 아파 갔는데, 아무렇지도 않데. 나이 들어 그런데!”

 

순옥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철수는 안도감을 숨기느라고 일부러 버럭 소리를 지른다. 무뚝한 듯 하면서도 아내에게 깊은 속정을 품고 있는 철수의 평소 성격이 드러난다. 

 

“괜찮대두 난리네, 호호” 

 

순옥은 웃어보였다. 집으로 돌아온 순옥은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망연히 바라본다.  그날 밤 철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어이, 내일 보자구” 라며 누워 잠을 청했다. 그 때 순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여보, 파킨슨병이라고 들어봤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철수는 놀라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순옥은 말을 더듬거렸다. 

 

“의사 말이 내가 그거라는데. 그게 뭔지 난, 통. 뭔 소린지 모르겠더라구요. 당신이 병원 가서 한 번 같이 들어볼래요?” 

 

철수는 아내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말을 잊은 채 고개를 떨궜고, 그런 철수를 보며 순옥은 슬픈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음 날 철수는 순옥과 병원을 찾았다. 철수는 하나하나 자세하게 파킨슨병에 대해 설명하는 의사에게 물었다.

 

“나이 들어 생기는 병 이죠?” 의사는 “꼭 그렇진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당신은 뭔 소린지 알겠수?” 

 

순옥이 이렇게 물었으나, 철수는 의사의 얼굴만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그래, 치료 방법은 있습니까?”라고 간절하게 되물었다. 철수는 의사의 절망적인 진단에 깊은 충격을 받은 듯 했으나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속으로 밀려드는 충격은 어쩔 수 없었는지 멍한 모습으로 병원 복도를 걸었다. 

 

“같이 좀 가요. 참, 누가 잡아간다고 그리 빨리 가?” 

 

순옥이 이렇게 푸념하자 철수는 그제야 정신이 깬 듯 순옥에게 다가섰다. 

 

“약만 잘 먹으면 괜찮다잖아요”

 

순옥이 별 거 아니라는 듯 오히려 자신을 위로하자, 철수는 순옥의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충격 받을 순옥을 생각해 담담한 척 애쓰는 철수와 그런 철수에게 따뜻하게 웃어 보이는 순옥. 카메라가 두 사람이 꽉 잡은 손을 클로즈업했다. 그 손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절로 뜨거워졌다. 

 

 

 

파킨슨병 증상 및 치료법

 

파킨슨병은 순옥처럼 대개 60대 이후 노년에 발병한다. 의사가 말한 것처럼 일부는 50세 이전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조기발현 파킨슨병이라고 부른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주요 증상 및 징후들로는 안정떨림, 경직, 느린 운동 및 자세불안정성 등이 있다. 주로 손가락이나 손목 관절과 같은 말단 관절에서 율동적 떨림이 나타난다. 극중 순옥도 왼쪽 손을 자기도 모르게 떠는 증상을 보인다.  

 

주파수는 4~6Hz 범위로 일어나는 특성이 있다. 파킨슨병 초기에는 증상들이 주로 신체의 한쪽에서 나타나지만 병이 진행된 경우에는 양측으로 나타난다. 다리나 턱, 혹은 혀에서도 떨림이 발생하게 된다. 간혹 환자가 서 있는 경우나 걷는 경우에 손에서 엄지와 검지가 떨림의 방향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형태인 환약말이떨림(pill rolling tremor)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흔히 옷 단추 잠그기 또는 글씨 쓰기와 같은 세밀한 작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일상생활에서 세수, 화장, 목욕, 식사, 옷 입기 등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장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한편 얼굴에 표정이 없는 현상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이를 표정감소(hypomimia)라고 부른다. 파킨슨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몸이 구부정해지며 반사 능력이 떨어져 자주 넘어지게 된다.

 

치료는 여느 질환과 마찬가지로 약물과 운동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약물 치료를 할 때 맥소롱, 레보프라이드가 들어간 소화제와 할로페리돌, 퍼페나진이 든 안정제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근육의 급경직 등을 초래할 수 있는 탓이다. 운동요법으로는 얼굴 근육운동(표정연습)을 포함해 목 스트레칭 등 꾸준히 할 수 있는 체조 하나를 정해놓고 하는 것이 좋다. 목, 손목, 발목, 무릎 등 관절 하나하나를 끝까지 구부렸다가 서서히 펴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중요한 것은 휴식만 취하려들거나 누워만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파킨슨병이 진행되면 환자 뿐 만 아니라 보호자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환자와의 의사소통 장애가 생기기 때문이다. 더구나 완치된 사례가 없으니 그로 인한 절망감을 이겨내기는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선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기분 좋은 날’의 철수와 순옥 부부가 그 모델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글 / 문화일보 장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