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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흙, 물, 불, 바람 등 자연이 주는 선물은 모든 인간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등 동양 사상의 깊숙한 뿌리에는 늘 이러한 자연과의 조화가 자리 잡는다. 특히 건강할 때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몸이 아파 '죽음'과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상황이라면 인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자연을 찾는다. 이러한 건강을 위한 자연의 식단을 선택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일컬어 마크로비오틱(매크로바이오틱 macrobiotic/macrobiotics)이라 부른다.
마크로비오틱을 쉽게 설명하자면 동양의 자연사상과 음양의 원리에 뿌리를 둔 건강 식사법이라고도 얘기할 수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식재료를 섭취하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정신과 껍질이나 씨 등 가능한 식재료 통째로 먹는다는 일물전체(一物全体) 정신을 지키는 것이 바로 마크로비오틱인 것이다. 이처럼 마크로비오틱은 유기농 곡류와 채식중심의 건강 식사를 중심에 둔다.
어원적으로 구분해 보자면 그리스어로 '커다란' 또는 '오랜'이란 의미의 'macro'와 '생명의'라는 뜻의 'biotic'이 조합을 이루고 있다.한국에선 이 같은 마크로비오틱을 자연식 식이요법 또는 장수식이라고 일컫기도 하지만 서양에서는 보통 동양적인 식사법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마크로비오틱의 시작은 이미 오래전 옛 선조들이 먹어온 그대로이겠지만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1927년 일본의 식양회라는 조직이 생겨나면서 부터다.
식양회는 음양원리에 뿌리를 두고 동양에서 전해오는 식사법에 따라 바른 식생활을 하면 암이나 당뇨, 고혈압, 비만 등 갖가지 현대인들의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마크로비오틱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이 이어지면서 식양회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러시아까지 지회가 조직됐고 국제적인 음식문화운동으로 확산됐다. 특히 1960~1970년대 히피와 뉴에이지 신봉자들에게는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기 쉬운 것이 마크로비오틱이 무공해 유기농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한 차이는 있다. 유기농 음식은 생산농법에 초점을 맞춘 반면 마크로비오틱은 재료선택은 물론 조리법과 활용법까지 자연친화적일 때 음식 고유의 생명력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마크로비오틱이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주로 육식은 자제하며 유기농 곡류와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알려진 마크로비오틱 식생활법은 주식(밥·김치·국)이 60%를 차지하며, 부식 중 채소는 20~30%, 두부와 견과류는 5%, 생선은 5% 비중으로 섭취하게 된다. 또 고기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먹고 백미 대신 현미·잡곡·통밀을 먹는다. 가동된 우유·치즈 대신 두유·두부를 먹으며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채소와 곡물을 섭취한다. 간식 역시 자연식으로 먹고, 탄산음료 대신 전통차를 마시며 음식은 천천히 씹어 먹고 즐겁게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화학조미료는 사용하지 않고 설탕 대신 조청·꿀 등의 감미료를 사용하며, 소금은 천일염 같은 자연소금을 사용해 건강식단을 유지한다.
마크로비오틱 식품들이 갖는 공통점은 자연그대로를 존중한다는 점이다. 특히 인간의 몸속에 자연그대로를 넣을 수 있는 거라면 아무래도 식이섬유와 비타민 등 영양소가 풍부한 뿌리채소가 가장 적격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섭취하는 뿌리채소는 무, 당근, 레드비트, 우엉, 칡, 연근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대표적으로 무는 비타민c와 칼슘, 칼륨이 풍부하며, 탄수화물과 육류의 소화를 촉진 디아스타아제와 아밀라아제가 듬뿍 들어있어 숙취해소와 니코틴 분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위궤양, 결핵, 치질, 코피 등 출혈과 관련된 문제라면 연근이 적당하다. 연근은 탄닌과 철분이 많이 함유돼 지혈효과에 좋기 때문이다. 특히 생즙을 내 마시면 출혈과 관련된 문제에도 효과적이다.
면역력을 높아주는 식재료로는 당근을 꼽을 수 있다. 당근은 체내 독성물질을 제거하는가 하면 면역력을 높여 각종 알레르기 질환 예방에도 좋다. 우엉은 당질을 함유한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식이섬유가 많아 다이어트와 변비 예방에 효과가 좋다.
대체적으로 마크로비오틱 요리사들은 조리과정에서도 전자레인지나 전기밥솥, 코팅 프라이팬은 가급적 사용을 피하고 압력솥이나 찜통을 사용해 보다 원초적인 식재료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마크로비오틱은 일반적인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요리에 무감각한 일반인들에게도 효과적이다.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요리법을 소개하자면 우선 두부를 활용한 버거가 있다. 두부버거는 옆으로 얇게 3~4등분으로 나눠 겉은 기름에 굽고 안은 다진 마늘·양파·느타리버섯을 볶은 뒤 섞어 으깨 버거 패티로 활용한다. 채소나 발사믹 식초를 첨가하면 입맛 돋우는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단호박을 활용한 요리법도 귀가 쏠린다. 우선 단호박을 찌고 으깨놓고 볶은 호두를 넣어 섞는다. 앞서 쪄 놓은 흑미와 현미밥을 마치 김밥을 말듯 펴놓고 그 위에 섞은 단호박을 넣어 완성하면 건강한 밥이 만들어진다.
열무를 활용한 밑반찬도 가능하다. 깨끗이 씻은 열무를 데친 후 물기를 빼 3~4센티 간격으로 잘라 용기에 담는다. 그리고는 맛간장, 생강채, 레몬즙, 메이플 소스를 적당량씩 섞어 소스를 만들어 부어주면 약 1시간 이후부터 짭조름한 반찬으로 사용할 수 있다.
봄철 걸맞는 머위로 된장 만들기도 가능하다. 머위 된장은 우선 양파, 불린 무말랭이, 불린 표고버섯을 잘게 다져 볶으면서 시작된다. 이어 다져둔 머위줄기, 잎이 섞이면 이미 조화는 완성된다. 여기에 집 된장을 넣어 약불에서 익히면서 쌀조청을 살짝 넣어 잘 조리주면 완성이다.
글/ 김지환 자유기고가(전 청년의사 기자)
http://blog.naver.com/rosemary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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