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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우리 엄마 맞아?' 라며 격렬히 반발하는 아이

 

  

'곧게 살자'  이거 말은 쉬워도 그다지 맘먹은 대로 되는건 아니다.


곧게 살기 위해선 정직해야 되고 적당히 손해도 봐야 하고, 그릇된 일을 보면 때론 싸움도 해야 하니까. 엄마 아빠들이
옳게 살면 자식들도 따라한다. 편법과 술수가 대물림 된다고나 할까.

 

중학교 다니는 아기가 얼마 전 봉사활동을 한다며 제 또래들과 쪼르르 나섰다. 해찰 피우지 말고 열심히 하라며 용돈도
쥐어주면서 '왜 장애인 시설에 가서 그분들 목욕 시켜드릴 생각은 못하고 편한 관공서만 찾아다닐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한두 시간쯤 지났을까. 봉사활동을 하러 갔던 아이가 일찌감치 돌아왔다. 4시간을 기약하고 간 아이였기에 어찌된
건지 물었더니 그 곳 담당자가 평소 학업에 지쳐 있는 학생들이 안쓰러웠던지, 친절하게도 2시간만 숙직실 따위의 청소를
시키고 4시간 한 것으로 확인증을 써주었다는 것이다.

 

그 담당자의 배려가 아이들에게는 '멋진 오빠'일 수 있었겠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전화기를 들었다.


"저기요, 아이들을 생각해 주는건 고마운데요. 아이들에게 편법을 가르치는 것은 옳지 않은 듯 하네요. 본래 취지대로
4시간을 다 시켜 주시는게 좋을 듯 해서요. 애들을 다시 보낼게요."

 

담당자가 약간 귀찮아 하는 듯 했으나 내 말이 그르지 않았으니 딱히 대꾸는 못하고 그저 알았다고 말한다. 

 

 아이가 '우리 엄마 맞아?'라며 격렬히 반발(?)한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너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야." 라며 같이 못 가줘서 미안한데
 다음번엔 관공서 말고 장애인 복지시설에 함께 가자고 타일렀다.
아이의 입이 댓 자는 나왔으나
 배우는 녀석인지라 내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곧 깨닫는다.


세상만사가 그렇게 아름답고 순수하기만 하다고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조금은 몰염치 하고 뻔뻔한 사람들이 더 많으면
안되는게 우리 사회다. 자기 자식의 잘못된 행동을 묵인해 주거나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경우에도 부모들이 상당히
관대하다. 그것은 사회의식이 여전히 멀었다는 얘기이다.


아이들의 편법도 어른들의 그것에서 비롯돼서 항상 약삭빠르게 행동하고 자기 것을 취하는 자가 승리
하는 세상은 바르지 못하다.
돌아오는 주말엔 그동안 남편과 한 달에 한 번씩 다니던 장애인 복지시설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빨래도 해주고, 반찬도 지어주고, 휠체어도 밀어줘야겠다.

 

이인자/부산시 연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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