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는 아침운동을 한 지 십여 년이 넘었다. 겨울에만 추워서 잠시 중단할 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는 집 근처 공원으로 아침 운동을 나간다. |
구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생활체육교실이 공원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원이 집과 조금 떨어져 있어 자전거를 타고
간다. 공원을 가기 위해서는 아파트 사이 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곳에서 매일 만나는 노부부가 있다.
어김없이 여섯시면 만나게 되는 노부부는 아파트 사이 길을 오가며 걷는 운동을 한다. 그곳은 길 양옆으로 꽃과 나무가
많아 걷기에 좋다.
그래서 날씨가 푸근해지면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노부부는 3월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노부부를 볼 때마다 나는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늘 한결같은 데다 얼굴이 온화해 보이는 탓도 있지만 두 분의 다정한 모습 때문이다.
이틀 전이던가. 그날도 그분들은 다정하게 서로 얘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가 다리를 삐끗했는지
중심을 잡지 못 하고 넘어지려 했다. 그러자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부축하려다 그만 두 분이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나는 깜짝 놀라 자전거에서 내려 그분들에게 다가갔다. 두 분을 부축해서 일으켜 드리고 "괜찮으세요?” 하고 물었더니
할머니가
“아이고, 고마워요. 애기 엄마가 우리 양반보다 낫수.” 하며 웃으셨다.
다행이 두 분 다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두 분은 내게 고맙다고 말하고는 다시 사이좋게 걷기 시작했다.
내가 궁금해서 뒤를 돌아봤더니 할머니가 할아버지 바지에 묻은 흙을 터는지 구부정하게 엎드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노부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날뿐만이 아니었다. 날씨가 추운 아침에는 서로 옷을 여며주는 모습을 본 적도 많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할머니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도 많이 봤다. 그래서인지 그분들이 보이지 않는 날이면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사이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아름답게 늙어가는 그분들에게서 나는 참사랑이란 단어를 떠올리곤 했다.
부부라는 묘한 관계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사이일 수 있다. 그만큼 서로 화합하기가 쉽지 않 |
어쩌면 아침이라는 배경 또한 두 분의 모습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아침은 희망과
활기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장미숙 / 서울시 송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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