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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자유로운 일상을 기록하다

 

 


 

나는 자유인. 실제로 거리낌없이 산다. 페이스북에 올린 내 모습을 보고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신문 사장에 두 번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 오히려 훨씬 자유로워졌다. 신문사 논설위원과 대학 초빙교수라는 투잡을 가지고 있지만 부담은 없다. 글 쓰고, 강의만 하면 된다.

 

부럽거나 두려운 것도 없다. 세 끼 밥 먹고, 잘 자는 것에 만족한다. 마음을 비웠다고 할까. "나도 자기처럼 살고 싶은데" 옆의 아내가 늘상 하는 말이다. 근심 걱정이 없다는 얘기다. 근심한들, 걱정한들 해결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재미있게, 행복을 느끼면 된다. 그것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데 있다.

 

내 닉네임은 '새벽을 여는 남자'. 8번째 에세이집 제목과 똑같다. 그런데 닉네임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요즘들어 부쩍 자정 전에 일어난다. 밤 11시를 전후해 일어날 때도 있다. 물론 자는 시간도 더 빨라졌다. 8시도 못돼 자는 것이다. 졸려서 도저히 견디지 못한다. 졸리면 자는 게 내 방식이라고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비정상이다.

 

 


그래서 집 식구들한테 지청구도 많이 먹는다. “벌써 자면 어떡하느냐구”. 오늘도 마찬가지. 실컷 자고 깨니 밤 11시. 자주 즐겨보는 8시 주말 드라마도 못 본다. 이틀 연속 그랬다. 고민할 이유는 없다. 하루 먼저 하루를 시작하면 된다. 또 졸릴 경우 다시 자면 된다.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릴 사람도 없다. 나는 자유인이기 때문이다.

산책을 나가는 시간도 빨라졌다. 새벽 3시에서 1~2시로. 이번 주도 흥분된다. 먼저 수요일엔 기다리던 9번째 책을 쥐게 될 것 같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놈이 효자가 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아니어도 실망하지 않는다. 그것이 오풍연의 사는 방식이다.

 

어제와 그제는 심야 운동을 했다.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기 때문이다. 초저녁에 자고 자정도 안돼 깼다. 운동시간도 30분 정도 더 늘렸다. 서울 당산동 집을 출발해 목동교-오목교-신정교-오목교-목동교-양평교-양화교-한강합수부-양화교-양평교-목동교-집으로 돌아오는 13km 코스다.

 

이 시간에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적지 않게 본다. 주로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많다. 서너명이 함께 돌아다닌다. 혼자 걷는 사람은 내가 거의 유일하다. 두 시간 가량 걷는데 한 두 사람 볼까말까 한다. 내가 걷기 예찬론자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5년 전부터 정말 열심히 걸었다. 비가 억수로 퍼붓는 날을 제외하곤 걷지 않은 날이 없다.

 

 

 


물론 몸이 아파 빠진 적은 있다. 1년에 대략 3000~3500km쯤 걷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운동화도 한 켤레로는 부족하다. 바닥이 닳아서 못 신는다. 싸꾸려 제품은 4개월 밖에 못 신었다. 홈쇼핑을 보고 두 켤레를 샀는데 4개월도 못 신고 버렸다. 그 신발 역시 바닥이 헤어졌다. 열심히 걷는다는 얘기와 다름 없다.

가급적 심야 운동 대신 새벽 운동을 하려고 한다. 보통 3시에 나간다. 그리고 4시 30분에 돌아온다. 일요일 근무. 이틀 잘 쉬었으니 열심히 일해야 되겠다. 저녁 8시도 못돼 잤더니 11시 20분쯤 일어났다. 그럼 어떠랴. 졸리면 자기 때문에 취침 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보통 네시간 자는데 조금 덜 잤을 뿐이다. 하루를 더 길게 쓰면 된다. 사실 이런 날은 거의 없다.
 
올핸 유난히 더웠다. 특히 8월은 나에겐 잊지 못할 한달로 기록될 것 같다. 9번째 에세이집 ‘오풍연처럼’을 마무리했다. 누브티스 이경순 대표, 새빛출판사 전익균 대표와 공동 작업을 했다. 한마디로 스릴이 있고, 재미 있었다. 표지가 워낙 파격적이어서 독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그런데 은근히 중독성도 있는 것 같다. 보면 볼수록 매력에 빠져든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표지를 본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책 출간과 함께 '오풍연 넥타이'도 동시에 출시된다. 내가 즐겨 매는 빨간 색 넥타이다. 나는 빨간 색 넥타이를 매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주 중 네 번은 빨간 넥타이를 매는 편이다. 빨간 넥타이도 10개 가량 된다. 번갈아 맨다. 올 가을을 빤간 색으로 물들이고 싶다.

글 /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오풍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