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필자의 어머니로부터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멀리 제주도에 떨어져 사는 탓에 어머니의 전화 한통은 매번 긴장하게 만든다. 무슨 일이시냐 여쭈자 어머니는 지금당장 텔레비전 채널을 돌려 건강관련 뉴스를 보라고 재촉하신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집에 텔레비전이 없다고 매번 말씀드리지만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선 얼마나 건강이 염려스러우셨으면 그러셨을까 죄송함이 들고는 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수많은 건강정보들이 매일 홍수처럼 쏟아진다. 물론 실생활에서 유용한 정보를 선택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비전문가 입장에서 유행만을 쫒거나 상대방의 말만 듣고 무작정 받아들인다면 위험성이 너무 커진다. 특히 인간의 '생로병사'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 만큼 건강 상식은 매우 중요한 정보에 속한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알고 있는 건강 상식 중 잘못 알려져 있는 것들은 무엇이고 바른 정보는 과연 무엇일까?
전립선 질환 상식 중 우리는 전립선 비대증이 전립선암으로 변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정보다.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은 생기는 기전과 생기는 부위, 발생 양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별개의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전립선염이 성병이라는 생각도 잘못이다. 대부분의 전립선염은 성행위와 무관하다. 때문에 전립선염을 쉬쉬하거나 부부관계를 기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정관수술을 한 사람이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상식 역시 연구결과에 따르면 통계의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전립선 비대가 심하면 증상역시 심하다는 것 역시 단정 지을 수 없는 상식이다. 전립선 비대위치가 전립선 요도를 직접 압박하는 부위인 선조직이 비대할 경우는 증상악화와 직결되나 근육 및 섬유조직인 경우는 직결되지 않는다.
당뇨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상식 또한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약 60%가 자신이 당뇨병이란 사실 조차 모르고 지낸다고 한다. 아무래도 당뇨병에 대한 잘못된 의학상식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자 그렇다면 잘못된 당뇨병 상식중 대표적인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증세가 없으면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는 증세가 없다. 흔하게 알고 있는 물과 음식을 많이 섭취하고 소변양이 많아지는 증상은 당뇨병이 상당히 많이 진행된 경우다. 또한 당뇨병에 걸리면 한 번에 치료 가능한 혹은 완치가 가능한 약을 찾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하며 사는 것이 당뇨의 치료다.
반대로 한번 약을 시작하면 절대 끊을 수 없다는 것도 잘못된 정보다 물론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약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전문의의 결정에 따라 상당한 수의 환자들은 약을 끊고도 정상 혈당을 유지할 수 있다.
언론 등 매체의 쏟아지는 정보 탓에 보통 사람들은 'A는 B다'라고 단정 짓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단순히 자가진단을 내리기엔 우리가 알고 있는 의학지식이 너무 부족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동이 결국 범람하는 의학 상식 속에서 환자들만 정신적 혹은 경제적 고통을 초래하게 만든다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몸이 부으면 콩팥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몸이 붓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고 잘라 말한다. 몸이 붓는 증상은 몸의 수분이 세포 밖으로 빠져 나와 혈관 밖의 조직에 수분양을 높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내과적 질환으로는 만성 영양결핍, 갑상선질환, 간질환, 심장질환, 신장질환에서 오는 병적인 원인도 있고 여성 내분비 기능의 생리적 변화 등 다른 원인도 있다.
짠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에도 수분 불균형으로 몸이 붓는 경우도 있고 환자들이 복용하는 여러 약물도 몸이 붓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에 대한 건강상식도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많은 이들이 콜레스테롤은 무조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은 체내에 널리 존재하고 몸을 형성하는 세포와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한 성분이다. 장기 기능과 상태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합성하는 재료가 되기도 하고 음식물 소화 흡수에 필요한 담즙산의 원료가 되는 등 우리 몸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혈액 속 콜레스테롤은 모두 음식물의 섭취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체내에서 합성돼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는 하루 식사 300∼500㎎정도의 콜레스테롤을 섭취하면 체내에선 몇 배 많은 1,000∼1,200㎎정도가 만들어진다. 결국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해서 극단적인 음식조절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한 번에 먹는 양을 줄여가면서 조절하는 것이 건강을 위한 방법이다. 그 밖에도 대표적으로 잘 못 알고 있는 건강 상식 중 하나가 바로 다이어트와 관련된 것들이다. 예를 들면 막걸리 1잔에 고구마 1개로 살을 뺐다는 정보는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다. 쉽게 생각하면 알코올중독자 대부분이 저체중인 경우다.
살은 빠지겠지만 영양학적으로 심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이다. 또한 살이 찌는 체질이라는 말은 엄밀히 말해 잘못된 것이다. 유전적 비만이더라도 칼로리를 줄이고 식습관을 고치면서 운동을 병행하면 비만 극복이 가능하다. 물을 많이 마셔서 살쪘다는 말도 거짓이다. 이는 지방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종이 생긴 경우다. 오히려 물을 많이 섭취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
사우나로 살을 뺐다는 상식 역시 수분이 빠져나간 것이지 지방의 감소가 아니다. 운동을 많이 해서 많이 먹어도 된다는 것도 하루 운동으로 소비할 수 있는 칼로리가 한계가 있는 만큼 강도 높은 운동은 식이요법이 동반되지 않는 한 큰 도움이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극히 제한하고 고기 등 단백질 위주로 섭취하는 황제다이어트는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신장 기능에 무리를 가져오고 대사성 산증을 유발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글/ 김지환 자유기고가(전 청년의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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