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최근 ‘2월의 식재료’로 시래기ㆍ딸기ㆍ우엉을 선정했다. 세 가지 식재료를 이용해 설 손님상을 차려 볼 것을 권장했다.


시래기는 우거지와 함께 겨울 된장국의 단골 재료다. “정월에는 달떡범벅/ 이월에는 시래기범벅/ 삼월에는 쑥범벅…” 등 달풀이 민요에도 등장한다. 시래기는 무의 줄기와 잎 부분만을 따로 모아서 말린 음식이다. 도종환 시인이 ‘시래기’란 시에서 묘사했듯이 “시래기는 무의 아름다운 최후”다.





흔히 ‘무청 말린 것이 시래기, 배추 잎 말린 것이 우거지’라고 알고 있지만 배추 시래기도 있다. 푸른 무청을 새끼로 엮어 겨우내 시래기를 말리는 광경은 지금은 보기 힘든 풍속도다. 말려 둔 시래기는 물에 불리거나 데쳐서 헹군 뒤 물기를 빼고 조리에 사용한다. 나물ㆍ된장국의 재료로 널리 사용하며, 찌개ㆍ조림ㆍ볶음 요리의 부재료로 넣어 음식에 구수한 맛을 더하기도 한다.


과거엔 먹거리가 궁할 때나 찾는 음식이었지만 요즘은 웰빙 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겨울 햇볕에 바짝 말린 시래기에 건강에 유익한 성분과 영양분이 듬뿍 들어 있어서다. 무의 영양소는 뿌리보다 잎(무청)에 많다. 무청을 말려 얻은 시래기에도 각종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다. 특히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몸 안의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고마운 성분이다. 빈혈 예방에 이로운 철분, 뼈 건강을 좌우하는 칼슘, 면역력을 높이고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비타민 D가 함유된 것도 돋보인다.





우리 선조는 먹거리가 부족했던 겨울에 시래기밥(시래기를 넣어 지은 밥)ㆍ시래기나물(시래기를 볶아 무친 것)ㆍ시래기떡(시래기를 쌀가루에 섞어 찐 떡)ㆍ시래기지짐이(시래기에 콩나물ㆍ무를 섞어 만든 지짐이)ㆍ시래기찌개(시래기를 넣어 끊인 찌개)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드셨다. 시래기를 오래 푹 삶은 뒤 찬물에 우려내고 쌀뜨물ㆍ멸치ㆍ된장을 넣고 푹 끓인 시래깃국(시래기된장국)도 겨울 별미(別味)다. 시래기 자체의 구수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시래기를 볶아 대보름에 먹는다”는 옛말이 있다. ‘진채’(陣菜)라고 불리는 묵은 나물은 정월 대보름의 절식(節食)이다. 옛 사람들은 대보름날 묵은 나물을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었다. 묵은 나물은 시래기 외에 호박고지ㆍ가지ㆍ버섯ㆍ고사리ㆍ도라지ㆍ 박나물ㆍ아주까리잎ㆍ토란대 등으로 만든다.


딸기는 맛ㆍ향ㆍ색감이 뛰어나 ‘황후의 과일’로 통한다. 생으로도 즐기지만 최근엔 빵ㆍ케이크ㆍ찹쌀떡ㆍ음료 등 다양한 디저트 메뉴의 재료로도 인기다. 과거엔 봄의 끝자락에 나오는 과일이었다.





요즘은 겨울딸기가 대세다. 겨울딸기는 옛 사람들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 얘기다. 과거엔 겨울에 딸기를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동지에 개딸기 찾는다’, ‘동짓달에 멍석딸기 찾는다’는 속담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다’는 의미로 쓰였다. 겨울딸기는 봄딸기보다 맛이 오히려 더 달다. 당분 함량이 높고 신맛이 적어서다. 기온이 떨어지면 딸기가 천천히 익는다. 양분의 소모는 줄면서 당분이 축적되는 시간은 길어져 단맛이 강해진다. 날씨가 추우면 딸기의 신맛 성분인 유기산도 감소한다.


농촌진흥청의 조사결과 겨울딸기의 당 함량은 봄딸기보다 최고 17%나 높았다. 1월산의 유기산 함량은 500ppm으로 4월산(800ppm)보다 낮았다. 추우면 과육이 물러지지 않아 완전히 익은 딸기를 따서 출하할 수 있는 점도 겨울딸기 맛이 더 뛰어난 이유다.





딸기는 항산화 비타민이자 피로 해소 비타민인 비타민 C의 보고다. 100g당 비타민 C 함량이 개량종은 71㎎, 재래종은 82㎎에 달한다. 같은 무게인 사과ㆍ블루베리의 5배, 오렌지의 3배, 레몬의 2배다. 비타민 C의 하루 섭취 권장량이 100㎎이므로 딸기 예닐곱 개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딸기가 ‘피부 미인의 과일’, ‘피로회복과 감기 예방을 돕는 과일’으로 통하는 것은 비타민 C 덕분이다.


딸기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데도 이롭다. 식이섬유의 일종인 펙틴이 풍부해서다. 고혈압 환자ㆍ임산부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혈압을 조절하는 미네랄인 칼륨과 기형아 출산을 예방하는 엽산(비타민 B군의 일종)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암 예방 식품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딸기에 든 대표적인 항암성분은 껍질의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과 식이섬유ㆍ엘라그산(폴리페놀의 일종) 등이다. 단 맛이 강하지만 생각보다 열량이 낮다는 것도 딸기의 매력이다. 100g당 열량이 35㎉(재래종은 26㎉)에 불과해 다이어트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겨울이 제철인 우엉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인 채소다. 조림ㆍ볶음ㆍ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이용된다. 잘 말린 후 볶아 차로 마셔도 좋다. 우엉은 한국과 일본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음식이다. “우엉을 많이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일본 속담이 있다. 사찰음식에선 빼놓기 힘든 식재료다. 인내심을 길러준다고 여겨 일부러 승려의 밥상에 우엉을 올렸다.





뿌리를 주로 먹는데 우엉 뿌리 조린 것은 훌륭한 반찬이다. 어린 순은 삶아서 무쳐 먹고 심장 모양인 잎은 기름에 튀겨 먹는다. 대표 웰빙 성분은 식이섬유ㆍ이눌린ㆍ클로로겐산이다. 뿌리채소 가운데 식이섬유가 가장 풍부해 자근자근 두드려 요리해 먹으면 ‘만병의 근원’이란 변비ㆍ비만 예방에 유용하다. 식이섬유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 예방도 돕는다. 우엉을 잘랐을 때 나오는 끈적거리는 성분인 리그닌도 식이섬유의 일종이다. 리그닌은 요즘 암 예방 성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엉을 자르는 도중 리그닌이 다량 생성되므로 우엉은 최대한 얇게 써는 것이 좋다.


우엉은 기본적으로 탄수화물 식품이다. 돼지감자(뚱딴지)ㆍ치커리ㆍ야콘 등에 풍부한 다당류인 이눌린(inulin)이 많이 들어 있다는 것도 우엉의 특징이다. 이눌린은 ‘천연 인슐린’(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라 불릴 만큼 혈당 조절력이 뛰어나다. 당뇨병 환자에게 우엉을 추천하는 것은 그래서다. 이눌린은 가슴앓이ㆍ위장 장애ㆍ피부 트러블 등에도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엉의 떫은 맛 성분은 녹차의 떫은 맛 성분과 같은 타닌(카테킨)이다. 타닌은 소염 효과가 있어 피부 건강에 이롭다. 커피의 쓴 맛 성분인 클로로겐산도 들어 있다. 카테킨과 클로로겐산은 모두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다. 우엉 껍질을 벗긴 뒤 썰어 두면 금세 검게 색이 변한다. 식초 물에 담갔다가 꺼내면 변색을 차단할 수 있고 떫은맛도 완화된다. 우릴 때는 물을 두세 번 가량 갈면서 충분히 우려내야 한다. 우엉을 삶으면 파랗게 변할 수 있다. 우엉에 든 칼륨ㆍ칼슘ㆍ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우엉의 안토시아닌 색소와 반응한 결과다. 건강에 해롭진 않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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