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선정한 2월의 어식백세(魚食百歲) 수산물은 복어와 김이다. 복어는 겨울철 절식의 하나인 복어국의 기본 재료가 되는 생선이다. 하돈(河豚)이라고도 부른다. ‘강물’ 하(河), ‘새끼돼지’ 돈(豚), 즉 강에서 잡히는 새끼돼지란 의미다. 복어가 공격을 받으면 공기를 들이마셔 배를 불룩하게 내미는 성질에서 유래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엔 “하돈은 성질이 온(溫)하고 맛이 달다(甘). 허(虛)를 보(補)하고 습(濕)을 없앤다. 미나리와 같이 달여 먹으면 독(毒)이 없다.”고 쓰여 있다. 하돈은 허균은 ‘도문대작’에도 등장한다. “하돈은 한강 일대의 것이 최고다. 독이 있어 사람이 먹은 뒤 죽는 일이 많다.”





홍석모는 ‘동국세시기’에서 “도화(桃花)가 떨어지기 전에 복어를 청미나리와 조화해 만든 하돈갱(河豚羹)의 맛이 참 진미하다”고 했다. 하돈갱은 복어국을 가리킨다. 예부터 복어국을 만들 때 복어와 함께 항시 넣는 것이 미나리였다. 미나리가 복어의 독을 제거한다고 여겨서다. 미나리와 ‘궁합’이 잘 맞는 것은 사실이나 미나리의 해독 효과를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미나리를 곁들이면 탕의 향미가 더 좋아진다는 정도만 알고 있는 것이 좋다. 과거에 민간에서 복어 해독에 동원된 식재료론 미나리 외에 참기름과 곤쟁이젓이 있다.


복어는 전 세계적으로 120여종이 서식한다. 맹독을 가진 것이 대부분이다. 비교적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은 참복ㆍ자주복ㆍ까치복ㆍ밀복 등 10여종에 불과하다. 황복ㆍ자주복ㆍ까치복ㆍ검복 등은 독성이 강하고 밀복ㆍ가시복ㆍ거북복 등은 약하다. 한국인은 검복(참복)ㆍ까치복ㆍ황복ㆍ자주복 등을 즐겨 먹으며 검복을 최고로 친다.





복어 독은 120도에서 1시간 이상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복매운탕ㆍ복지리 등 가열 조리한 음식을 먹어도 잘못 다루면 화를 입을 수 있다. 복 전문점에선 독이 거의 없는 살과 피까지 물로 깨끗이 씻어낸다. ‘복어 한 마리에 물 세말’이란 속담은 이래서 나왔다. 복어 독의 절정기는 산란기인 5∼7월이다. “나비가 날면 복어를 먹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독이 있는데도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독특한 맛과 식감 때문이다. 캐비어ㆍ트뤼프(송로버섯)ㆍ푸아그라(거위 간)와 함께 세계 4대 진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복어 마니아였던 11세기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죽음과도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搏死食河豚)고 예찬했다. 맛은 담담하면서도 싱겁지 않다(淡而不薄). 감칠맛과 단맛은 이노신산ㆍ글리신ㆍ알라닌 등 여러 아미노산들이 어우러진 맛이다. 살이 단단하고 콜라겐이 풍부해 식감이 쫄깃쫄깃하다. ‘바다의 육류’라고 불릴 정도다. 여느 횟감과는 달리 복어 회는 훨씬 얇게 뜬다.





풍선 같은 배를 가진 것이 외견상의 특징이다. 서양에선 배가 공처럼 생겼다고 해서 ‘공생선’(globe fish)이라 부른다. 복어가 몸을 부풀리는 것은 상대에게 겁을 주거나(위협설) 장거리를 이동하거나(이동설) 호흡을 돕기 위한(보조 호흡설) 행위 중 하나일 수 있다. 이중 위협설이 가장 유력하다. 복어는 술꾼들이 사랑하는 해장용 생선이다. 간의 해독작용을 돕고 숙취의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시키는 메티오닌ㆍ타우린 등 함황(含黃) 아미노산들이 풍부해서다.


영양도 풍부하다. 단백질 함량이 100g당 거의 20g에 달한다. 기름기가 거의 없으며 지방 함량이 1g도 채 안 된다. 껍질엔 콜라겐이 많이 들어 있다. 한방에선 콜라겐을 관절 건강에 이로운 성분으로 친다.


‘해태 철엔 개도 백 원짜리 물고 다닌다’는 옛 말이 있다. 해태(海苔)는 김을 가리킨다. 김의 제철인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김 산지가 호경기여서 씀씀이가 헤퍼진다는 의미다. 김이 전량 일본으로 수출됐던 1970년대엔 “완도(김의 주산지) 개들은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였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김을 해태라고 칭하며, 뿌리가 있어 돌에 붙어 있고 가지는 없으며, 돌 위에 퍼져서 붙어 있다”고 기술했다. 겨울에 주로 이뤄지는 김양식과 채취는 중노동이다. “해태 고장에 딸 시집보낸 심정”이란 옛말이 김양식의 고충과 노고를 나타낸다.


“김 한 장이 달걀 하나”란 말이 있다. 김 한 장에 달걀 한 개의 영양분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김은 채취시기에 따라 영양소의 양이 다르다. 초겨울에 딴 김은 단백질이 많고, 채취 시기가 늦어질수록 탄수화물의 양이 많아진다. 초기(겨울)에 수확한 김을 탄수화물 식품인 쌀밥과 함께 먹으면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소화도 더 잘된다.





마른 김엔 단백질이 100g당 30∼40g이나 함유돼 있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로 통하는 콩과 어깨를 겨룰 만한 고단백 식품이다. 비타민도 듬뿍 들어 있다. 우리 선조는 푸른 채소가 부족했던 겨울에 김을 비타민 공급원으로 이용했다. 특히 면역력을 높여주고 눈 건강을 돕는 비타민 A가 풍부하다. 김 한 장의 비타민 A 함량은 계란 두개와 맞먹는다.


활성산소를 없애 노화ㆍ암을 예방하는 비타민 C도 풍부하다. 100g당 함량이 93㎎으로, 과일ㆍ채소가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다. 칼슘(뼈ㆍ치아 건강 유지)ㆍ철분(빈혈 예방)ㆍ칼륨(혈압 조절) 등 미네랄도 많다. 특히 칼슘 함량(100g당 325㎎)은 ‘칼슘의 왕’으로 통하는 우유의 세배 이상이다. 예부터 김은 위(胃)에 이로운 해초로 통했다. ‘본초강목’엔 “청해태(김)는 위장의 기(氣)를 강하게 하며 위장이 아래로 처지는 것을 막는다”는 대목이 나온다.





식이섬유 함량이 높다는 것(말린 김 100g당 37g)도 돋보인다. 식이섬유는 변비ㆍ대장암을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김은 식물 분류상 홍조류(紅藻類)에 속한다. ‘바닷가의 바위 옷’ 같다 하여 해의(海衣)ㆍ해태(海苔)라고도 불린다.


빛깔이 검고 광택이 나는 것이 상품이다. 향기가 뛰어나면서 불에 구우면 청록색으로 변하는 것이 품질이 좋다. 구우면 김에 든 붉은 색소가 청색 물질(피코시안)로 바뀐다. 김이 물에 젖거나 햇빛에 노출되면 붉은 색소가 청록색으로 변하지 않고 향기도 사라진다. 습기가 없고 서늘한 곳에 김을 보관하라고 하는 것은 그래서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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