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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TV&영화 속 건강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 음치에서 탈출하는 법!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은 누구보다 노래를 사랑하지만 세계 최악의 음치인 마가렛트 여사가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192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엄청난 부자로 사교클럽에 큰돈을 후원하고 있는 남작부인 마가렛트 여사는 노래 부르기가 취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노래 실력은 최악의 수준인데, 그녀의 돈을 탐내는 사람들이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열띤 박수를 보내는 바람에 당사자만 자신이 음치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잇단 공연에서 칭찬을 받으며 자신감을 얻은 마가렛트 여사는 정식으로 공연을 열겠다고 선언한다. 왕년에 잘 나가던 오페라 가수를 개인교사로 두고 맹연습에 돌입한다. 하지만 공연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그녀의 실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그녀의 남편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은 진실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한다.


이 영화는 1920년대 미국 사교계 명사였던 실존인물 ‘플로렌스 젠킨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어린 시절 피아노 신동으로 불렸지만 부모의 반대로 음악을 포기한 그녀는 마흔이 넘은 후에야 성악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끔찍한 음치였지만 전혀 굴하지 않고 소규모 공연을 줄기차게 이어간다.





처음에는 형편없는 노래 실력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음치 소프라노’라는 점이 화제가 되면서 1944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성대한 데뷔 공연을 열기에 이른다. 당시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그녀가 부른 ‘밤의 여왕’ 아리아 노래는 지금도 동영상 공유 사이트 등에서 찾아 들을 수 있다.


한편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은 2015년 9월에 열린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인 ‘나자레노 타데이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또한 ‘프랑스의 아카데미’로 통하는 세자르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4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국에서는 실제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영화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를 제작 중인데, 세계적 배우인 메릴 스트립과 휴 그랜트 등이 타이틀 롤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을 통해 주목 받고 있는 음치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음치란 음에 대한 감각이 둔하고, 목소리의 높낮이나 리듬 등을 분별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통속적으로는 노래를 부를 때 현저하게 불안한 음정을 내는 것을 말하고, 넓은 의미에서는 청각적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음치는 크게 감각적 음치와 운동적 음치로 구분한다. 감각적 음치는 청각 능력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음의 높낮이나 강약, 장단, 화음, 리듬 등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운동적 음치는 소리를 재생하는 능력, 즉 인식한 음을 소리나 악기로 재현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음치는 태어날 때부터 청각 능력이나 재생 능력이 결여돼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자신이 음치라는 자각하지 못한다. 청각 능력이나 재생 능력 둘 중 하나라도 결여된 경우 의도한 음과 실제 발성되는 음이 다른데, 그 차이를 스스로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다양한 훈련을 통해 음치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선천적으로 청각 능력에 결함이 있는 감각적 음치는 교정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음치로 불리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가짜 음치’라고 지적한다. 선천적인 결함으로 인한 ‘진짜 음치’는 거의 드물고, 대부분은 청력 이상이나 잘못된 발성 습관, 심리적 불안 등 후천적인 요인들에 따라 음치가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테면 청각 능력의 결함이 아닌 단순한 청력 이상으로 인해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됐거나, 자신의 성대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고음이나 저음을 내는 잘못된 발성 습관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노래 때문에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낀 경험이 있는 경우 후천적으로 음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노래를 자주 듣지 않거나 올바른 발성법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경우 소리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 음치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음악 지각 저널(The Journal of Music Perception)’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정기적으로 음악 수업을 받자 노래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음악과 거리를 두자 노래 실력이 점차 퇴행해 유치원생 수준으로 떨어졌다. 꾸준히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글 / 권지희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