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대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도박으로 풀어낸 왕좌의 게임’이다. 왕의 아들이지만 서민의 삶을 살게 되는 대길(장근석)과 훗날 영조가 되는 그의 아우 연잉군(여진구)이 왕좌를 놓고 벌이는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사진 출처 : SBS 드라마 ‘대박’ 공식 홈페이지(http://fa.do/SCZP)>
드라마 ‘대박’은 첫 회부터 운명을 건 도박을 보여준다. 숙종(최민수)은 훗날 숙빈 최씨가 될 복순(윤진서)을 두고 그의 남편 백만금(이문식)과 도박을 벌인다. 복순의 아들 대길은 살아남기 위해 노름판을 전전하며 ‘조선 최고의 타짜’로 살아간다. 연잉군은 마음을 준 여인 담서(임지연)를 얻기 위해 옥좌를 걸고 대길과 한판 대결을 펼친다. 드라마는 다양한 승부가 펼쳐지는 치열한 투전판을 무대로 ‘모든 역사적 상황들 이면에는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진 출처 : SBS 드라마 ‘대박’ 공식 홈페이지(http://fa.do/SCZP)>
도박을 소재로 한 팩션 사극 드라마 ‘대박’의 인기와 더불어, 최근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고 있는 도박중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성인 10명 중 8명은 한 번 이상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성인의 82.2퍼센트가 평생 한 번 이상 도박을 해봤고, 최근 일 년 사이 도박을 경험한 사람도 66.3퍼센트에 달했다. 이중 중독 수준의 ‘중위험군’은 3.9퍼센트,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도박에 빠져든 ‘문제군’은 1.5퍼센트로 조사됐다. 전체 성인의 약 207만 명이 도박중독을 앓고 있는 셈이다.
도박중독은 정신의학에서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도박중독은 의지박약이나 습관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모든 중독 행위는 뇌기능 장애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람은 행복이나 성취감을 느낄 때 뇌의 쾌락중추가 활성화되면서 도파민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진다. 도박 등 극도의 성취감을 느끼는 행위를 반복하면 많은 양의 도파민이 일시에 분비되는 횟수가 늘게 되고, 이로 인해 의사결정과 충동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손상돼 중독에 빠지게 된다.
만약 도박중독 환자가 도박을 하지 않으면 도파민 호르몬 분비가 줄게 되고, 그 결과 손 떨림이나 불안감 등 금단 증상이 나타나 다시 도박에 빠져드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또한 증상이 악화될 경우 알코올중독 등 다른 중독 질환과 마찬가지로 불안장애나 우울증, 불면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도박중독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다. 우선 행복이나 흥분 등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하거나, 우울이나 불안 증상을 호소할 경우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해 환자가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심리상담 등 정신과적 치료를 통해 도박에 대한 왜곡된 사고를 변화시킨다. 도박을 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흥분 상태를 즐기거나 현실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회피할 목적임을 정확히 인지시킨다. 또한 환자 스스로 도박을 질병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도박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도박중독 환자들은 도박 행위를 질병으로 인지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단기간에 치료가 되는 질병이 아니므로 가족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치료를 권유하고 돕는 노력이 요구된다.
세계에서 통용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 따르면, 도박중독을 진단하는 기준은 크게 9가지다. 이중 최근 일 년 동안 4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인 경우 도박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1. 원하는 흥분을 얻기 위해 액수를 늘려 도박을 함
2. 도박을 줄이려고 할 때 불안하거나 예민해짐
3. 도박을 줄이려는 노력이 반복적으로 실패함
4. 도박 경험을 되새기거나 상상하며 집착함
5.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도박으로 해결함
6. 도박으로 돈을 잃은 후 다음날 다시 도박을 함
7. 도박에 관한 일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함
8. 도박으로 인해 대인관계가 틀어지거나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기회를 상실함
9. 도박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 남에게 자금조달을 의존함
글 / 권지희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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