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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TV&영화 속 건강

독버섯에 관한 오해와 진실, 영화 ‘곡성’ 독버섯 중독






영화 ‘곡성’은 작은 마을 곡성에 벌어진 의문의 연쇄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영화 ‘곡성’은 전작 ‘추격자’(2007년)와 ‘황해’(2010년)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작품으로, 5월 11일 개봉 직후부터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5월 11일 개막한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곡성' 스틸컷>



주인공인 종구(곽도원)는 어린 딸과 부인, 장모와 함께 사는 평범한 가장이다. 직업이 경찰이지만 워낙 작고 조용한 마을이다 보니 매일같이 평온한 일상이 이어진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마을에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더니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집에 불을 지르거나 가족을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끔찍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 것이다. 덕분에 곡성이라는 이름처럼 마을에는 우는 소리(哭聲)가 끊이지 않는다.


경찰은 사건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괴질의 원인이 독버섯 중독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산속에 들어와 살고 있는 일본인(쿠니무라 준)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그의 기이한 행동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더욱 신빙성을 얻는다.



<출처: 네이버 영화 '곡성' 스틸컷>



그러던 중 의문의 여자 무명(천우희)이 등장한다. 그녀는 직접 목격한 듯 사건 현장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산속의 일본인이 범인이란 말을 남긴 채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종구는 일본인을 수상쩍게 여긴다.


그리고 얼마 후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도 살인과 방화를 저지른 사람들과 같은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 일본인이 범인이라고 생각한 종구는 그에게 당장 마을을 떠나라고 외치지만 그는 꿈쩍도 않고, 손녀를 걱정한 종구의 장모는 유명한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 굿을 벌이기에 이른다.



<출처: 네이버 영화 '곡성' 스틸컷>



한편 영화 ‘곡성’에서 기이한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된 독버섯 중독은 매년 사고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하는 독버섯 중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버섯은 5000여 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중 명확하게 보고된 것은 약 1900여 종이다. 이 가운데 먹어도 되는 버섯은 510여 종이고, 독버섯은 240여 종이며, 약용버섯은 200여 종이다. 나머지 절반가량은 식용버섯인지 독버섯인지 구분이 불분명하다.





버섯은 서식 지역과 환경과 시기 등에 따라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독버섯 감별법으로는 식용버섯인지 독버섯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어설픈 지식으로 야생 버섯을 섭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독버섯 중독 사고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야생 버섯을 먹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독버섯 중독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야외에서 버섯을 발견했을 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사진으로 식용버섯과 독버섯을 구분해 섭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여름철은 잦은 비로 인해 땅이 습해져서 다양한 독버섯이 대량으로 번식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피해 사례가 더욱 급증하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야생버섯 섭취로 인한 중독 사고는 총 74건이었으며 이중 6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버섯 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상식이나 속설에 대해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잘못된 상식은 독버섯은 색깔이 화려하거나 원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버섯은 같은 종이라도 기온이나 습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수수한 외형과 색깔을 가진 버섯이라도 함부로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독버섯은 세로로 잘 찢어지지 않는다는 판별법도 잘못 알려진 것이다. 어떤 독버섯은 익힐 경우 세로로 잘 찢어지기도 한다.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이나, 대에 띠가 있거나, 벌레나 곤충이 먹은 흔적이 있으면 안전하다는 것도 근거가 없는 잘못된 속설이다.


가열하거나 기름에 넣고 볶으면 독성이 없어진다고 믿는 경우도 있는데, 독버섯의 독성분은 열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독버섯이 들어간 요리에 은수저를 넣으면 변색된다는 판별법도 잘못된 상식이다. 일례로 표고버섯은 식용버섯이지만 요리에 은수저를 넣으면 색이 변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독버섯을 먹으면 30분에서 3시간 사이에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독버섯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 버섯 독 가운데 아마니타톡신(amanitatoxin)을 함유한 독우산광대버섯 또는 알광대버섯 등을 먹으면 속이 메스껍고 구토와 설사 등 위장 증상이 나타난다. 무스카린(muscarine) 버섯 독을 지닌 땀버섯과 솔땀버섯 등을 섭취하면 땀이나 침을 많이 흘리고, 시력이 약해지며, 부교감신경이 흥분되는 증상을 보인다. 이보텐산(ibotenic acid)이 들어있는 마귀광대버섯이나 뿌리광대버섯 등을 먹으면 구토와 이상흥분, 환각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독성분이 약하면 증상이 나타나고 12시간쯤 지나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돼 신부전과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고, 심한 경우 쇼크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독버섯 중독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험적 치료나 민간요법은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곧바로 119 등 응급의료기관에 신고하고,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최대한 먹은 버섯을 토하도록 해야 한다. 환자에게 의식이 있고 경련이 없다면 물을 마시게 하고 목구멍을 자극해 먹은 것을 토해내도록 한다. 의식을 잃은 경우에는 토사물로 인해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환자가 먹은 독버섯을 병원에 가져가도록 한다.



글 / 권지희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