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취미

병문안 시간은 몇 시일까? 병문안은 저녁 6~8시에





5월 20일은 정부가 국내에서 첫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를 발표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이후 확진 환자가 186명으로 늘고 이 가운데 38명이 사망하면서 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국가 감염병 대응체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특유의 병문안 문화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지까지 메르스 사태는 고스란히 보여줬다.





메르스가 가라앉은 뒤 지난해 11월 보건당국은 병문안 문화개선 선포식을 열고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안을 발표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아직도 병원은 병문안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심지어 어린 아이까지 데리고 오는 경우도 여전하다. 메르스 발병 1년을 맞아 함께 지켜야 할 병문안 기준을 다시 한번 되짚어본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를 지인이 아무 때나 병동으로 찾아가 만날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부분의 병원이 보건당국의 병문안 기준 권고안에 따라 병문안 허용 시간대를 정해놓고 있다. 어느 의료기관에서나 동일한 시간대에 병문안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은 전국 공통이다. 평일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주말이나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정오,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다. 의료진의 진료나 회진, 교대시간, 환자 식사시간 등을 피한 조치다. 지인의 병문안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 시간대를 이용해야 한다.





단 환자들에게 감염성 질환을 전파시킬 우려가 있거나 스스로 주의 또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은 병문안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감기나 인플루엔자(독감)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설사나 복통, 구토 등 급성 장 관련 감염이 있는 사람, 피부질환 증상이 있는 사람, 최근 감염성 질환 환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 사람은 병원에 해당 질환을 전염시킬 우려가 있어 스스로 병문안을 자제해야 한다.


또 임산부나 만 70세 이상 노약자, 만 12세 이하 아동,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어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 등은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되도록 병문안에 직접 나서지 않는 게 좋다. 친지나 동문회, 종교모임 등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방문하는 단체 병문안도 많은 병원에서 제한하고 있는 추세다.




병문안을 가는 사람은 병원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병원에서도 방문객이 손을 씻을 때 쓸 수 있도록 비누나 손 세정제를 비치해둬야 한다. 병문안 중 기침이 나올 때는 팔이나 수건, 휴지 등으로 입을 가리는 등 기본 예절 준수도 필수다. 꽃과 화분, 애완동물, 외부 음식물 등은 병문안 때 가져가면 안 된다.


병문안을 간 사람은 출입구나 입원실 병상 등에 비치된 기록지에 자신의 이름, 방문하는 병동과 입원실 번호, 환자 이름, 환자와의 관계, 방문 날짜 등 최소한의 정보를 적어야 한다. 이 정보는 혹시 메르스 같은 감염병 유행이 발생했을 때 빠른 역학조사를 시행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단 병원은 환자가 퇴원하면 병문안 기록을 퇴원일로부터 30일까지 보관한 뒤 파기해야 한다. 대다수 감염병이나 호흡기 질환의 잠복기가 30일 미만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환자를 찾는 일일 방문객이 아니라 병원을 상시 출입하는 간병인, 청소인력, 환자 이송인력, 식당 조리인력, 전산시스템 관리인력, 의료기관 사용물품 납품업자, 세탁물 처리업자, 제약회사 영업사원 등에 대해서도 병원은 철저히 출입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개별 출입증을 교부하고 매번 출입할 때 이를 확인하는 식으로 최근 대부분의 병원들이 이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병문안 기준을 발표하면서 보건당국은 의료법 시행규칙에도 규정했다. 다만 의료기관과 환자 간 주의사항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위반하더라도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인 병문안 문화가 때로는 감염병 대응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 스스로 인식하고 병문안 기준을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글 / 임소형 한국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