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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미

오는 12월부터 부착되는 담뱃갑 혐오그림






지난해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갔을 때다. 공항을 가로지르다 우연히 흡연실 내부를 보게 됐는데, 한쪽 벽에 혐오스러운 그림이 빼곡했다. 흡연의 폐해를 나타낸 것들이다. 담배갑 상단에도 그런 사진이 붙어있었다. 한 말레이시아인 친구는 담배를 사려다가도 그림이 보이니까 덜 사게 된다. 담배를 피면서도 내가 큰 죄를 짓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참 앞서가는 나라구나 싶었다. 시각적 효과가 주는 금연 효과가 톡톡히 발휘되는 기분이 들었다.





찮게, 비싸게, 혐오스럽게. 정부의 금연정책은 이 세 마디로 표현된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1223일부터 반출되는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면서 세 정책이 모두 완료됐다. 담뱃갑 포장지의 앞면, 뒷면의 상단에 경고그림·경고문구를, 옆면에 경고문구를 표기하는 방식이다.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법안이 통과된 건 지난해였다. 2002년 첫 발의 이후 13년 만이다. 그동안 11차례 발의가 있었지만 담배업계 반발과 국민 공감대 확보에 실패해 번번이 무산됐다. 이제 담배 제조사는 담뱃갑 앞뒷면 면적의 50% 이상을 경고그림과 경고문구로 채워야 한다. 경고그림은 전체 면적의 최소 30% 이상을 차지해야 하고,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물론 지난해 1월부터 모든 음식점 금연구역화와 담뱃값 2000원 인상을 통해 강도 높은 금연정책이 시행중이긴 했다. 그러나 한동안 흡연율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오르는 추세라는 게 보건업계의 설명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충격효과는 완화되고 4500원이라는 가격에 익숙해지는 한편, 대형 음식점에서 종이컵을 가져다 놓고 피는 담배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형국이다. 새벽 1시쯤 종로나 강남, 이태원을 가보면 여전히 흡연족이 길가에서, 창가에서, 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담뱃갑 경고그림의 효과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특히 폐암, 치아 변색, 임산부 간접흡연 피해 등이 그림으로 삽입될 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부안을 보니가 이러한 적나라한 흡연 폐해를 담은 사진이 담뱃갑에 그대로 실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77개국이 흡연 경고그림을 시행 중이다. 특히 캐나다는 경고그림 도입 6년 만에 흡연율이 6% 포인트나 낮아졌다. 모두가 시각적인 자극이 주는 각인 효과 덕이다. 사실 담뱃값 인상보다 먼저 도입했어야 할 정책이다. 이 기회에 금연해보시는 건 어떨지. 자녀와 친구, 직장동료 보는 앞에서 암에 걸린 폐 사진을 펼쳐 보이고 싶지 않다면.



/ 박세환 국민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