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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미

의학은 곧 인문학,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사’의 역할






'이세돌 VS 알파고, 인간과 기계의 세기의 대결'이라는 신문 헤드라인이 전국은 물론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바둑이라는 인간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인공지능(AI)이 이제는 사람의 영역을 대신해 보다 풍요로워 질 것이라며 흥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알파고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는 '범용 인공지능' 개발을 발표하며 세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다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멀었다면서 우려를 경계했지만 영화에서처럼 인간이 기계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어 필자역시 기대 반 두려움 반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아직까지 인공지능은 여전히 인간들에게 여러모로 유용한 분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정밀함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의학분야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병원의 영상의학과는 CT나 MRI, 엑스레이 속에 숨어있는 작은 병을 찾는 분야이다. 알파고가 바둑의 기보입력으로 바둑기사 이세돌을 물리쳤던 것처럼 수많은 의사들의 판독결과를 인공지능에 삽입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확률적으로 인간보다 더 정밀한 진단결과를 나타내지는 않을까? 이미 이러한 시도는 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질병이 바로 파킨스병 환자 진단이다. 목소리에는 195개의 지표가 있는데 파킨스병 환자와 정상인의 목소리를 입력해 파킨스병 환자의 목소리에서 더 크게 나는 지표만 골라 진단을 하는 방법이다. 이때 무려 890만 가지의 경우의 수가 생기는데 이것을 인공지능에 맡기는 것이다. 어려운 분야중 하나인 뇌파를 분석하는 것 역시 인공지능이 시도하고 있는 분야다. 예를 들면 경도인지장에에서 치매로 진행될 확률을 계산해내는 통계분석 방법을 인공지능 기술이 대체하는 식이다.





재활분야 역시 인공지능이 적용되기 좋은 분야로 꼽힌다. 한 국내 기업은 신경계, 근골격계 환자들이 재활 글러브를 착용한 상태에서 게임으로 재활훈련을 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탑재한 솔루션을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때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게임강도가 조절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적용된 사례다. 이 업체는 이미 미국 FDA 승인도 받고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이 헬스케어에서 각광을 뱓는 것은 곧 시간문제인 것이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도 "조만간 인공지능이 의료계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바 있다. 질병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덩달아 환자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를 쌓아간다면 의학분야의 접목은 그 어떤 분야보다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 의사들 역시 인공지능이 의사들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은 어느 정도 하고 있다. 기술적인 경험이 데이터로 쌓이고 정교한 기계로 오차 없는 수술을 할 수만 있다면 의사로봇도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다만 이때 의사로봇이 갖추기 힘든 것이 하나가 꼽히는데 바로 인문학적인 소양이다. 언뜻 보면 의학과 인문학이 동떨어진 개념 같지만 사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본질적인 의사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면 과연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기계는 데이터에 의해 확률적인 판단을 내린다. 결국 수많은 정보에 의해 계산되지만 인간은 계산하기 힘든 경험을 종합해 판단하고는 한다. 예를 들면 가난한 아이가 치료비가 없어 상처를 방치해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면 어떨까?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의 역할을 생각해본다면 기계가 판단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 감정을 통해 의사는 치료를 서두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밝힌 대한의학회 한 관계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수 십년 후 많은 의사활동 부분이 인공지능에 대체될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인문학적 소양밖에 없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사만이 인공지능과 비교되는 의사로 인정받을 것이다"라고. 의학이 곧 인문학이 되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글/ 김지환 자유기고가(전 청년의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