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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미

무술의 의학적 효과, 심신 단련 전통무술






필자가 살고있는 제주도 시골 마을에는 변변한 식당 하나 없다. 24시간 편의점을 가려해도 차를타고 2km는 이동해야 하는 곳이다. 사실 마을이 작은 탓에 학교라고는 전교생 90명이 전부인 초등학교 하나뿐이다. 때문에 학교 주변에 학원은커녕 공부방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학원에 치이고 책과 씨름하며 지내는 여느 아이들과는 다르게 자연 속에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탓에 필자는 이러한 외진 농촌마을이 너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어느 날 필자의 10살 된 딸과 7살 된 아들이 '국술원'이라는 곳을 다니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인근마을 단 하나있는 체육관인데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전통무술 중 하나란다. 아마도 또래 친구들이 검은 도복을 입고 유치원이며 초등학교 교실을 왕래하니 내심 부러운 눈치였나보다. 그렇게 국술원이라는 체육관에서 아이들이 운동을 시작한지도 벌써 6개월째. 활쏘기며, 발차기며 자신감을 키우며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에 그래 필자는 다행이라고 외친다. 사실 돌이켜 보니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30여년전 부터 남자여자 가리지 않고 태권도나 합기도를 배웠던 걸 생각하니 건강한 신체와 정신에는 무술이라는 배경이 밑바탕에 깔려 있던게 아닌가 싶다.




예부터 문과 무관으로 나뉘며 무예의 중요함은 오래전부터 강조돼 왔다. 이는 동양인 중 특히 한국인이 갖는 지리적인 여건과 사상이 오래시간 다져온 결과일 것이다. 고대로부터 외세의 침략이 잦았던 한반도는 무술이라는 힘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또 동양 철학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무술의 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한국의 전통무술을 궁중무술, 불교무술, 사도무술 등 크게 3가지로 분리된다. 궁중무술을 말 그대로 외침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왕가를 호위하기 위해 전투에 필요한 호국무술이었다.


그들은 검술, 궁술, 승마술, 특수 족술, 수기술, 던지기와 비각술 등을 익히며 동양최고의 무예인으로 거듭났다. BC1세기경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대립관계 속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당시의 무인들은 지식과 무예의 균형을 이뤘으며 그 예가 바로 신라의 화랑도다. 이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가 이어지면서 한교라는 무인은 '무예통지'라는 한국의 전통무술을 집대성한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또 서기 1790년 정조왕은 이덕무를 통해 '무예도보통지'라는 책을 저술케 해 참 무술인을 성장시키는 토대를 마련했다.





불가에서는 도를 닦는 방법 중 하나로 무술을 선택했다. 신체와 정신을 닦으며 경지에 이르는 노력이 선행된 것이다. 이들은 수많은 외세 침략에서 서산대사나 서명대사를 비롯한 많은 승병들이 앞장서 나라를 구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사도무술은 무인가문이나 사대부가문에서 전통적으로 전수되어온 무술을 말한다. 이는 BC 2000여년 전 부터 AD900여년 대까지 약 3000여년 간 끊임없이 연마되어왔다. 고조선시대 사도무술에서 쓰였던 무기는 석검, 석창, 석부, 강사(활) 등으로 중요 무예기예는 투석술, 사락술(흙,모래 던지기) 등이 있다.


고려왕조에 이르기까지 사도무술을 지속 발전됐지만 고려왕조를 무너뜨린 조선조 3대 임금인 태종에서 금지시키면서 맥이 끊기는 위기도 맞았다. 그러나 깊은 산 속이나 가정에서 비밀리에 유지 전수되면서 수많은 의병 무술인들이 일본군에 대항해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지기도 했다.




중국은 무협영화로 큰 인기를 얻을 만큼 무술에 대한 관심과 저변확대가 활발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국민들도 무술을 근간으로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다지거나 정신을 수양 하는게 보편화 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유구한 역사를 통해 다양한 문파로 발전해 오늘날 130여개에 달할 만큼 번성했다. 중국 무술은 근대화를 거치면서 민족적인 성격을 다졌고 자신들의 정체성과 민족정신의 상징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무술은 태극권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상 생활속에서 운동이자 여가 활동으로 활용된다. 중국 국가 체육위원회는 1956년 24식 간화 태극권을 만들어 보급했고 대중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팔괘장은 이른바 장풍이라고 부르는 장법의 변화와 보법의 전환을 통해 원을 그리며하는 무술로 주먹을 쥐지 않고 편 상태서 많이 사용된다. 무협영화에서 가장 많이 소개가 된 소림 무술은 허날성 쑹산의 소림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때때로 승려들은 전쟁에 참여하면서 나라를 도왔고 국가의 보호아래 독자적인 무술양식을 정립해 전통을 이어나갔다. 1949년 이후 중국 무술은 현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일정한 체계로 통일돼 운동종목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겪는다. 또 영춘권의 엽문이나 절권도의 이소룡 등을 소재로한 영화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중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무술 붐을 일으켜 큰 관심을 모으는 중이다.




현대에서도 무술은 일상이 될 만큼 대중화가 돼 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태권도를 비롯해 합기도, 택견, 당수도, 국술원 등은 이미 수 많은 학생들이 수련하고 있을 만큼 큰 인기도 얻는다. 또 최근에는 묻지마 범죄나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호신술을 배우기 위한 여성들의 관심도 늘고있다. 경호무술, 특공무술 등이 모두 현대에 와서 발전한 무술을 한 부분이다. 무술은 크게 정신과 신체의 단련에 주안점을 둔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일대종사를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듯이 몸과 정신은 하나이며 오랜 동양철학을 담아오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의학적으로도 점차 입증되고 있는 사실이다.





호주의 중국계 가정의 폴 램 박사는 1997년 관절염환자를 위한 태극권 12동장을 만들어 호주, 홍콩, 유럽, 미국 등지를 돌며 전파에 나선바 있다. 미국의 웨스턴대 패트리셔 애들러 박사도 10주간 관절염 노인들에게 태극권을 수련케 한 결과 관절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기능을 회복했다고 보고했다. 이렇듯 무술은 기본 동작만으로도 어린이나 노인들에게도 건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혈중 엔톨핀 증가로 인한 관절통증 감소는 물론 심혈관 기능의 강화 지구력 향상, 근력 향상에 이어 정서안정까지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다만 지나친 것은 모자람 못하다는 말처럼 규칙적이며 적당한 운동과 휴식, 그리고 알맞은 균형의 식단까지 이어진다면 누구나 건강한 삶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글/ 김지환 자유기고가(전 청년의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