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함께하는 곳에는 리더가 존재한다. 학교에는 교장이 있고, 회사에는 사장이 있다. 회(會)에는 장(長)이 있는 법. 공식적인 조직이 아니어도 리더는 존재한다. 가정에는 가장이 있고, 심지어 친구들끼리 모였을 때에도 리더가 있다. 모두가 인정하고 따르는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존재한다. 리더가 이렇게나 많지만 존경받는 리더는 얼마나 될까? 존경받는 리더와 그렇지 못한 차이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존경받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리더에게 입조심을 한다. 심지어 리더가 되기 전에 같은 처지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던 사람들까지도 그렇다. 리더가 이런 틀을 깨려고 애쓰더라도 쉽지 않다. 평생을 어른에게 입조심하고 살아왔는데 한 순간에 바뀌기가 쉽겠는가. 반대로 주변 사람들이 리더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제시하려고 하면 리더가 불편해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고 일을 추진해도 크게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굳이 피곤하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소통의 부재가 지속되면 조직은 어려움을 겪는다. 리더는 일방적으로 조직을 끌 수밖에 없고, 조직원은 리더를 존경하지 않게 된다. 계속 쌓이는 불신, 그리고 소통의 부재는 끔찍한 참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1997년 괌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가운데 미국항공청은 핵심 원인으로 기장과 부기장 사이의 소통의 부재였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 많은 항공업계의 특성상 기장(선임)의 지시를 부기장(후임)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고, 부기장의 보고에 기장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일어난 참사였다고 결론내렸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든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표현처럼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은 아닐까?
엘리자베스 뉴턴이라는 미국의 심리학자는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두 명의 참가자를 짝지은 후 한 사람에게는 ‘누구나 알 만한 노래’의 목록을 주면서 여기 있는 노래의 리듬을 떠올리며 손으로 탁자를 두드리게 했다. 목록에 있는 것은 학교종이 땡땡땡, 나비야 나비야처럼 정말 익숙한 노래였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그 리듬을 듣고 어떤 노래인지 맞춰보라고 했다. 심리학자는 실험을 진행하기 전 탁자를 두드리게 될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이 이런 노래를 두드린다면 상대가 얼마나 맞힐 수 있을까요?”
사람들의 대답은 평균 50%였다. 자신이 두드리는 리듬을 듣고 반 정도는 맞힐 거라 예상했다. 멜로디 없이, 리듬만을 듣고 맞혀야 하지만 너무나 쉬운 노래였기 때문이다. 실험이 시작되었다. 과연 상대는 리듬만을 듣고 얼마나 맞혔을까? 결과는 2.5%였다! 무려 20배 이상이나 잘못 예측을 했던 셈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속으로 가사와 멜로디를 생각하면서 두드렸기에 상대방도 쉽게 맞힐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탁탁탁탁’ 소리만 들릴 뿐 도통 무슨 노래인지 맞히지 못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도 알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라고 한다. 교사는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조금만 알려줘도 다 알 것이라고 착각하고, 직장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대충 말해 놓고 다 전달했다고 착각한다. 자신이 아는 것을 상대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분통터져 하는 것은 지식의 차이가 가져다 준 저주일 뿐이다.
이심전심은 가까운 사이에서 사랑, 미안, 감사, 서운 등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가까운 사이라면 어느 정도 안다는 의미다. 조직에서 가질 마음 자세는 아닌 것이다. 조직에서는 정확하게 의사표시를 하고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더군다나 요즘엔 가족이나 부부 등 가까운 사이에서도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하는 시대인데, 리더와 조직원이 조직을 위해 꼭 필요한 소통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리더와 조직원 사이의 소통이 열쇠는 리더가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리더를 존경할 수밖에 없다. 또한 소통의 장이 마련되었을 때 조직원은 리더에게 자세히 상황을 전달하고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리더는 조직원과 달리 큰 그림을 보느라 세부적인 것은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세세히 보고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리더의 태도가 고압적인 것처럼 느껴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서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압도되어 소통을 꺼리고 뒤돌아서서 리더를 욕하기만 하면, 나중에 본인이 리더가 되더라도 존경받는 리더는 되기 어려울 수 있다. 소통,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조직의, 리더의 시급한 과제다.
글 / 강현식 심리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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