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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야외활동 많았던 5월, 알레르기 물질 주의보






가족 단위 봄나들이 등 연중 야외활동이 특히 활발했던 시기가 바로 5월이다. 집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접촉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증가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으로 진료를 받는 인원은 5월 급증하기 시작한다. 지난 2014년엔 3, 4월 50만~60만명에 머물던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환자 수가 5월 72만5,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 8월까지 69만~78만명을 유지하던 환자 수는 9월 들어서야 66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한번 발생하면 발진이나 가려움증 때문에 한동안 불편을 겪어야 한다. 초기에 잘 해결하지 않으면 수년간 치료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방이 어렵지 않은 만큼 접촉피부염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야외활동 전 원인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접촉피부염은 동물성이나 식물성 물질, 화학성분 등의 특정 물질에 피부가 닿았을 때 과민반응이 나타나 생기는 병이다. 사람에 따라 피부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은 매우 다양하다. 원인에 따라 접촉피부염은 크게 알레르기성과 자극성으로 나뉜다.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은 특정 물질(항원)에 피부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에게만 발생한다. 같은 물질이라 해도 어떤 사람은 피부에 닿았을 때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그 물질에 대해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은 가렵거나 붉게 변하거나 물집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런 증상은 대부분 항원에 접촉한지 1, 2일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물질 때문인지를 확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은 환자에 따라 항원으로 작용하는 물질도 다양하다. 야외에서는 담쟁이덩굴이나 옻나무 같은 식물과 꽃가루, 금속 중에선 니켈이나 코발트, 수은, 크롬 등이 흔한 항원이다. 또 화장품이나 방부제, 고무, 합성수지, 의약품 등에 들어 있는 성분에 피부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봄철에 특히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환자가 많아지는 건 야외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꽃가루와 자외선 등을 접촉하는 시간이 많은 데다 땀과 피지 분비도 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땀 등에 녹으면서 피부와의 접촉면이 넓어지거나, 옷이 짧고 얇아 항원이 피부에 더 잘 닿을 수 있다.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은 대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겪는다. 화장품이나 장신구 등을 자주 쓰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접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으로 진료 받은 환자의 59.1%가 여성이었다.



 
자극성 접촉피부염은 알레르기 반응에 따른 증상은 아니다. 일정한 자극을 계속해서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신체 부위 어디에나 자극성 접촉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 자극 물질이 닿은 부위에 한두 시간 안에 발진이나 가려움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 이틀 정도 지속되다 대개 사흘 정도 지나면 점점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자극이 강하면 화상이나 급성 염증으로 나타나고, 자극이 오래 이어지면 만성 습진이 되기도 한다.





극으로 작용하는 물질은 역시 다양하다. 예를 들어 비누나 세제 같은 생활용 화학물질, 의약품 등이 흔히 자극성 접촉피부염의 원인이 된다. 영유아들에게서 나타나는 기저귀 발진도 자극성 접촉피부염의 하나다. 소변이나 대변에 들어 있는 화학성분이 기저귀를 착용한 부분의 피부에 오랫동안 닿아 반응이 생기는 것이다.




접촉피부염을 막으려면 증상이 어떤 물질 때문에 생기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보통 의심되는 물질을 선택해 피부에 붙인 다음 변화를 관찰하는 검사로 진단한다. 붙인 물질의 영향을 받는다면 접촉피부염 증상과 유사한 양성반응이 나타나고, 받지 않는다면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원인 물질을 정확히 찾으면 접촉피부염은 예방이 어렵지 않다. 원인 물질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면 된다. 예를 들어 꽃가루나 미세먼지가 원인이라면 꽃가루가 많은 장소엔 가지 말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야외활동을 미루거나 마스크와 긴 옷을 착용하는 식이다. 아기에게 기저귀 발진이 자주 생기면 변을 본 뒤 씻어주거나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면 좋다. 금속이 원인이면 장신구를 되도록 멀리 하고, 화학약품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은 집안일을 할 때 장갑을 끼는 습관을 들이길 권한다. 화장품 때문에 자꾸 접촉피부염이 생긴다면 새 제품을 쓰기 전에 팔에 살짝 발라보고 1주일쯤 반응을 살펴본 뒤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지 않는 경우에만 사용하는 식으로 주의하면 도움이 된다.


갑작스럽게 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접촉피부염의 원인 물질에 피부가 닿을 수도 있다. 이럴 땐 먼저 비누나 세정제로 접촉한 부위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 그래도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그 부위를 긁거나 만져서 자꾸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증상이 심해지거나 오래 계속되거나 열이 함께 난다면 병원에서 항히스타민제 같은 약을 처방 받아 치료하는 게 좋다.

(도움말: 이중선 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



한국일보 임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