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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급노화, 질병일까 자연현상일까, 갑자기 생긴 흰머리카





필자는 어릴 적 하얀색의 머리카락 새치가 자라면서 초등학교 친구들의 놀림이 된 적이 있다. 버스를 타더라도 뒤에서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 늘 맨 뒷자리를 선호하기도 했다. 어른들은 한약을 잘 못 먹어서 그렇게 된거라 이야기하지만 아버지 역시 새치가 많으셨다고 하니 유전적인 요인이 크지 않았나 싶다. 런데 30대 후반에 다다른 필자에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아직 불혹을 넘기지도 않았는데 앞 머리카락은 물론, 몸의 곳곳에 하얀 털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멜라민세포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노화의 단계라 생각하니 씁쓸 하기까지하다. 하지만 필자보다 더 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있겠다. 바로 몇 달 만에 혹은 몇 일만에 노화가 진행되면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일명 '급노화'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질병일까 아니면 자연적인 현상의 한 부분일까?




TV프로그램에서도 소개가 된 적이 있는데 세계적으로 몇 몇의 사람들이 갑자기 백발로 변한사례들이 기록돼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 바로 10대의 나이로 프랑스 왕비가 된 마리 앙투아네트다. 그녀는 얼굴도 미인형에다 피부도 뽀얗고 이쁜데다가 우아함까지 갖춘 존경을 받는 왕족이었다.





그러나 1793년 참수형을 당한 그녀는 참수당하기 직전 머리가 백발로 변하는 현상을 경험했다. 사실 그녀는 14세때 프랑스의 왕세자와 정략 결혼을 했다. 남편이 왕위에 오르자 굶주린 민중의 고통을 무관심했고 사치와 방탕을 일삼으면서 결국 국민의 분노를 사고 말았다. 이후 프랑스대혁명을 부정하고 적국 오스트리아와 공모한 혐의를 받고 남편이 루이 16세가 처형된지 9개월 만에 그녀도 함께 참수되고 말았다.


당시 참수를 앞둔 그녀는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를 겪어야 했고 불과 하룻밤 사이 머리카락이 모두 하얗게 변해버리고 만 것이다. 이후 비슷한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이를 두고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으로 부르게 됐다. 또 2009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병원의 알렉산더 박사는 2차 세계대전 중 폭탄 공격으로 살아남은 생존자가 다음날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는 사례를 논문에 발표하기도 하면서 이 현상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연관 지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한 연구자는 생쥐에게 장기간 아드레날린을 투여하는 실험을 하자 DNA변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조기 노화증세가 발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뉴욕대 연구 팀 이토 마유미 교수도 머리피부에 상처를 내자 모낭에 멜라닌 줄기세포가 상처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이동했고 그 빈자리가 하얗게 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스트레스로 인해 멜라닌 줄기세포 이탈 현상이 일어나고 결국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 아침이라는 짧은 시간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연구자들은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한 상태다.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과 비슷하게 급격히 늙어버리는 또 하나의 증상으로는 베르너 증후군이 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를 상상하면 이해가 쉽겠다. 베른 증후군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노화현상으로 보통 조기노화증 또는 성인 조로증이라고도 불린다. 1904년 독일 안과의사 오토 베르너에 의해 발견한 이 유전병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해 지난 수십년간 약 1000여명 정도가 발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르너 증후군은 보통 자신의 나이보다 30년 이상 더 늙어보이는 증상을 나타내는데 주로 20대부터 증상이 발병한다. 사춘기인 10대에는 급성장이 없어 성인이 되어서도 키가 작고, 20대에선 머리카락이 빠지고 피부 노화가 시작된다. 30대가 되면 백내장, 당뇨, 피부궤양, 골다공증 등 노인성 질환이 생겨나고 40~50대에선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베르너 증후군은 90% WRN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견되거나 상염새게 열성 유전자 때문으로 밝혀지고 있느데 완치방법은 없는 상태다. 다만 발병되는 피부궤양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은 약물치료를 하고 백내장, 종양은 수술을 통해 보존적인 치료를 하는데 그치고 있다.




비오틴은 피부와 두발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타민 H라는 별칭을 가졌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급격한 백발화를 놓고 비오틴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비오틴은 혈구의 생성과 남성 호르몬 분비에도 관여하는대다 다른 비타민 B군과 함께 신경계와 골수의 기능도 원활하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적인 식사에서 보충할 목적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출시된 제품들도 있다.





보통 비오틴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생합성되기 때문에 결핍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술과 담배는 장내 세균의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알콜 중독자나 흡연자는 비오틴 결핍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 장기간 많은 양의 달걀 흰자를 섭취했을때도 비오틴 결핍이 나타나는데 이는 익지 않은 달걀흰자에 아비딘이라는 당단백이 비오틴과 결합해 소화기관에서 분해되지 않으면서 비오틴의 흡수를 못하기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오틴 결핍으로 인한 증세로는 피부가 벗겨지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탈모증이 동반된다. 반면 비오틴을 과량 섭취하더라도 중독 증세는 거의 나타나지 않은 안전한 비타민으로 알려져있다.



글/ 김지환 자유기고가(전 청년의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