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맞춤형

스트레스·우울, 참으면 진짜 ‘병’ 된다






최근 서울 강남역 등에서 발생한 강력범죄의 피의자들이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내 정신질환자 실태와 인권 문제 등이 주목 받았다.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 모든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정신질환은 증상의 경중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성인 10명 중 3명은 살면서 한번쯤 앓는 질병이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를 이상한또는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사람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이 되레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가로막는 장해물이 된다고 지적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오해, 두려움 탓에 초기 단계에서 치료하지 않을 경우 중증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누구나 쉽게 노출되지만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해 방치하는 스트레스·우울·불안 증상을 조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전국 성인 6022명을 대상으로 2011년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정신질환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은 27.6%로 나타났다. 성인 여성 10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 같은 기분장애를 겪어봤고, 2011년 기준으로 최근 1년간 강박증·공황장애 등 불안장애를 경험한 사람은 24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누구나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경기 고양시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상담 사례를 보면 스트레스·우울·불안 증상의 출발점은 대부분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곳에 있다. 이 센터에선 월 평균 300~400명이 상담을 받는데, 가족 내 불화가 심각하거나 최근 가족과 사별한 사람, 생활고로 경제적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 불면 증상을 겪는 지역주민들이 주로 찾아온다.


직장인들의 경우 직장 내 인간관계, 고객을 응대할 때 받는 스트레스 등이 주로 문제가 된다. 상사나 동료와 갈등이 깊은 직장인, 호텔·콜센터·백화점처럼 각양각색의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 소방·경찰처럼 직무 스트레스가 심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우울·불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안이나 우울, 가슴이 뛰거나 숨이 차고 어지러운 증상, 불면, 소화불량, 두통 등의 증상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신체증상뿐 아니라 집중력·기억력·판단력 같은 인지기능이 100% 발휘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가 진료 받는 게 좋다.





우울증을 단순히 기분과 감정의 문제로 여겨 마음을 강하게 먹으면 극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울증은 세로토닌·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하는 뇌 질환이다. 엄연히 질병이기 때문에 정신과적 상담이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 시판되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는 복용 시 졸리거나 머리가 맑지 않은 문제를 개선한 것들이라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지난 5월 정신보건법을 개정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중증질환자가 아닌 이상 정신질환자라는 의무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했다. 가벼운 스트레스·우울·불안 증상을 겪는 사람은 정신질환자 기록이 남을 것을 염려하지 않고 마음 편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래도 병원에 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전국 225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정신건강의 보건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센터마다 상근 상담사들이 있고 주 1~2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출장 상담을 나오기도 해 정신건강과 관련된 고민을 편안하게 상담하기 좋다. 집 근처 정신건강증진센터 위치는 지자체·보건소 등에 문의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비용은 모두 무료다.


(도움말: 보건복지부, 고양시 정신건강증진센터,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신영철 소장)



/ 최희진 경향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