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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장수 비결은 계란? 100점 만점의 식생활






이탈리아의 116세 엠마 모라노 할머니는 현재 세계 최고령자다. 1899년11월29일생인 그의 생애는 3세기에 걸쳐 있다. 이 할머니가 자신의 장수 비결을 밝혔다. 2015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라노 할머니는 자신의 장수 비결은 “매일 생계란 두 개를 먹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5월 13일자)에 실린 관련 기사 제목도 ‘세계 최고령자의 장수 비결은 하루에 생계란 두 개 먹기였다.


모라노 할머니는 소량의 저민 생고기와 파스타를 즐겼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인터뷰에서 모라노 할머니는 “하루에 섭취하는 세 개의 계란 중 둘은 날로, 하나는 요리해서 먹는다”며 “10대 때 빈혈 때문에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생계란을 먹으라고 권장한 것이 계란과 1세기 넘게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고 전했다. 모라노 할머니는 계란 외에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이혼하고) 홀로 산 것도 자신의 장수를 도왔다고 했다.





모라노 할머니가 말했듯이 계란은 정말 노인의 친구일까? 나이가 들면 식욕이 떨어지고 치아가 부실해지며 음식을 사고 운반하기 위해 마트에 가는 일이 힘들어진다. 수입이 줄고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으며 홀로 생활하는 노인도 많다. 햇볕도 덜 쬔다. 65세 이상 노인의 음식 섭취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노인의 고충을 한 방에 풀어주는 해결사가 바로 계란이다.


계란은 오메가-3 지방ㆍ콜린ㆍ비타민 Aㆍ비타민 Dㆍ셀레늄ㆍ아연ㆍ루테인ㆍ제아잔틴 등 각종 웰빙 성분이 풍부한 식품이다. 이중 비타민 B군의 일종인 콜린(choline)은 기억력 개선을 돕는다. 주치의가 특별하게 계란 섭취 제한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노인은 뇌 건강을 위해서라 계란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최선이다.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치매 발생 위험이 높은 노인에게 DHA 등 오메가-3 지방은 효과적인 치매 예방약이다. 오메가-3 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관 건강에도 이롭다.





심장병ㆍ뇌졸중이 걱정되는 노인에게 계란을 권하는 것은 그래서다. 아직 증거가 제한적이지만 루테인ㆍ제아잔틴이 인지기능 저하를 늦춘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루테인ㆍ제아잔틴은 눈 건강에도 유익한 항산화 성분이다. 노화로 인한 시력감퇴ㆍ실명(失明) 위험을 크게 낮추는 식품으로 계란이 거론되는 것은 비타민 Aㆍ루테인ㆍ제아잔틴 등 ‘눈 건강 3총사’ 덕분이다.


셀레늄은 암 예방, 아연은 생식기능에 유효한 미네랄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 D는 노인에게 부족하게 쉽지만 필수적인 영양소다.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도와 노인의 뼈 건강을 지켜준다. 노인에게 흔한 골다공증과 수명을 크게 단축시키는 골절 예방을 돕는 고마운 존재다. 최근엔 비타민 D가 암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인다는 증거가 이어지고 있다. 비타민 D는 햇볕을 받으면 피부에서 합성되는 ‘선 샤인 비타민’이어서 바깥나들이가 적은 노인에게 특히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이다.





비타민 D는 나이들수록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최근 70세 이상 노인은 비타민 D를 하루 800 IU(국제단위) 이상 섭취할 것을 권장했다. 성인의 하루 비타민 D 권장량(600 IU 이상)보다 오히려 많은 양의 섭취가 노인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란 노른자 1개엔 비타민 D가 약 40 IU, 참치 캔 한 컵엔 238 IU, 대구 간유 1 찻숟갈엔 1350 IU의 비타민 D가 들어 있다.


계란은 뇌를 건강하게 하고 노화를 막는 식품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레시틴(인지질의 일종)과 비타민 E가 풍부해서다. 비타민 E는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노화방지 비타민’ㆍ‘회춘(回春) 비타민’으로 통한다. 노화의 원인 중 하나인 과산화 지질이 덜 생성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과산화 지질이 너무 많이 생기면 비타민 E의 힘만으로는 대처하기 힘들다. 이때 비타민 C를 함께 섭취하면 비타민 E의 노화 억제 효과가 배가된다. 달걀 먹을 때 달래ㆍ냉이ㆍ딸기ㆍ레몬 등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을 함께 섭취하라고 권하는 것은 그래서다. 채소와 함께 먹으면 달걀엔 없는 식이섬유까지 보충하게 돼 더욱 완벽한 영양 식단이 된다.





체중이나 콜레스테롤 문제가 있는 노인은 계란 섭취를 꺼린다. 노인은 계란을 피할 이유가 없다. 계란 섭취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이 높다’, ‘살 찔까봐 걱정된다’며 노인이 계란을 기피하는 것은 손해 막급한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ㆍ미국심장협회는 달걀 섭취량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상관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혈액 등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 콜레스테롤의 75%는 간(肝) 등에서 자체 생산된다. 나머지 25%만 달걀ㆍ고기ㆍ우유 등 각종 동물성 식품을 통해 얻는다.


우리 몸은 식품을 통해 콜레스테롤이 체내에 많이 들어오면 자체 콜레스테롤 생산량을 줄인다. 콜레스테롤이 적게 들어오면 생산량을 늘린다. 이를 통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조절한다. ‘병(病) 주고 약(藥) 준다’는 속담처럼 달걀엔 콜레스테롤이란 ‘병’과 불포화 지방ㆍ레시틴이란 ‘약’이 함께 들어 있다. 불포화 지방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지방이다. 달걀의 지방도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불포화 지방의 비율이 60% 이상이다.





끼니를 부실하게 때우는 노인에게도 계란은 훌륭한 먹거리다. 무엇보다 계란은 우유와 함께 ‘완전식품’이다. 병아리가 부화하는 데 필요한 각종 영양소가 충분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 C와 식이섬유 외의 거의 모든 영양소가 들어 있다. 특히 필수 아미노산이 고루 들어 있으며 단백질의 질이 높은 것이 매력이다. 각 식품에 함유된 단백질의 질을 평가하는 잣대가 생물가다. 달걀의 생물가는 100인데 가장 이상적인 단백질이란 뜻이다. 우유는 85, 생선 76, 쇠고기 74, 콩 49 정도다.


계란이 노인에게 보약인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몸에 소화ㆍ흡수가 잘된다. 반숙의 흡수율은 96%에 달한다.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계란은 끼니를 거르거나 부실하게 먹기 쉬운 노인에게 강추 식품이다. 가격이 싸고 쉽게 조리할 수 있으며 식감이 부드럽다는 것도 노인에겐 고마운 일이다. 노인이 계란과 함께 통곡ㆍ과일ㆍ채소ㆍ저지방 유제품ㆍ생선ㆍ닭고기ㆍ불포화 지방을 즐겨 먹는다면 100점 만점의 식생활이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