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만에 500만 관객 돌파 … “아빠들 헌신이 관객 눈물샘 자극”
무뚝뚝한 가장들의 가족애 발산
비상 시 무능한 정부 간접비판
날렵하게 달리는 국산 좀비 등장
긴장 속에도 코믹함 제 몫 다해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부산행' 포스터>
어떤 이유에서일까. 느닷없이 국내 스크린에 등장한 좀비들이 괴이한 신음와 뼈마디 꺽이는 소리를 내며 질주하고 있다. 부산행 KTX를 타고.
7월20일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한국 전체가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되고,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내용을 담고 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부산행’은 24일 관객 119만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관객수는 531만4661명이다. 명량해전보다 빠른 속도다. 2위인 ‘나우 유 씨 미 2’(16만5447명, 누적 271만7056명)와는 거리를 더욱 넓히고 있다. 관람이 끝나고 난 뒤에 남녀 선남선녀들이 손을 잡고 나오면서 “좀비의 움직임이 다른 나라 영화보다 실감났다”거나 “공유, 마동석 멋지다”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부산행' 스틸컷>
무엇 때문에 관객들은 단순한 줄거리의 이 영화에 이런 반응을 낼까. 주말에 영화를 관람한 본인의 시선에는 ‘관객들의 마음 속에는 말도 안되는 끔찍한 공포스런 상황에서 한 명의 아빠(공유)와 또 한명의 예비아빠(마동석)의 헌신’이 보였다.
좀비들 사이에 갇힌 딸아이, 아내와 배속 아이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좀비들 속으로 돌진한다. 좀비와 긴박한 대치와 치열한 싸움만 있는게 아니다. 딸아이가 “아빠 무섭지 않아”라는 물음에 “아빠도 무서워”라고 말하며 딸아이의 손가락을 손을 잔잔히 만지는 공유의 모습에는 ‘무섭지만 딸아이를 위해 돌진하는 아빠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공유와 결사적으로 좀비들을 막던 마동석이 좀비들에게 물리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아내 정유미는 뱃속의 아이를 감싸 안고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 짖는다. 마동석은 아내가 피신한 후에 무너진다.
결국 공유도 마지막 탈출에서 좀비로 변한 김의성에 물린다. 김의성을 물리친 공유는 자신이 좀비로 변하는 가는 순간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진다. 이 순간, 영화관 여기저기서 안타깝다는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야 그만 울어”라는 말도 들린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 이후 국가권력이 보여준 무능함에 지쳐 각자도생, 즉 스스로 살아남기를 도모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국민의 답답함을 자극한 것일까.
또 부산행 영화 속에는 사회 속에서 ‘살아있는 좀비’들을 비판하는 듯하다. 감염돼 좀비가 되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에게 한 치의 피해를 줄까. 좀비들과 싸우고 살아 온 이들을 배척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좀비와 싸우지도 않았으며, 그저 살아남기 위해 되레 좀비들과 싸우는 이들을 위기에 빠뜨리곤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비난하고 헐뜯는 경우들도 있다. 심지어 모함해 피해를 주기도 한다. 영화 ‘부산행’에서는 결국 이런 이들은 좀비의 공격을 받아 처참하게 사라지게 된다.
이 영화는 ‘곡성’처럼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소설을 만들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관객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그 나름의 이유는 영화관에서 찾아보시라.
글 / 김규철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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