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TV&영화 속 건강

여성성기절제, 사라져야 할 악습, 다큐멘터리 ‘소녀와 여자’






영화 ‘소녀와 여자’는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여성성기절제(Female Genital Mutilation)’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흔히 ‘할례’라고도 불리는 여성성기절제는 아프리카 여성들의 전통의식으로, 여성의 생식기 일부를 제거해 성적 쾌감을 없애는 시술을 말한다. 전통과 종교를 이유로 긍정하는 쪽은 ‘여성 할례’라고 말하고, 여성의 신체를 훼손하는 악습에 반대하는 쪽은 ‘여성성기절제’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여성성기절제는 중동과 아프리카 등 약 30여 개국에서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올해 2월 발표된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한 2억 명의 여성들이 여성성기절제를 경험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멘의 경우 여아 85%가 생후 첫 주가 지나기 전에 시술을 받았으며, 소말리아 98%, 기니 97%, 지부티 93% 등 아프리카 지역 대부분의 여성들이 성기를 절단 당했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어서 인도네시아의 경우 11세 이하 여야의 절반이 성기절제 시술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년 300만 명에 달하는 3~15세 소녀들이 목숨을 건 성인식을 치르고 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소녀와 여자' 포스터>



영화는 두 소녀의 상반된 상황을 통해 아프리카 소녀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14세 소녀 아니타는 마을 전통에 따라 ‘할례’를 받고 ‘여자’가 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드디어 딸을 결혼시킬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한다. 반면 17세 소녀 엘리자는 가족들의 ‘여성성기절제’ 강요를 거부하고 마을에서 도망친다. 결혼 대신 자신의 꿈을 선택한 그녀는 ‘소녀’로 남는다. 영화 ‘소녀와 여자’ 개봉을 계기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여성성기절제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여성성기절제는 여성 생식기의 일부를 제거해 평생 성적인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결혼 전까지 입구를 실로 꿰매 처녀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의식을 말한다. 지지자들은 성적 쾌감은 남성의 전유물이며, 성욕이 없어야 여자답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결혼 전에 정숙하고 순결한 상태임을 증명해야 더 많은 지참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남편이 여러 아내의 외도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반대자들은 성기절제가 소녀에서 여자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가 아닌, 남성중심의 잘못된 악습이자 폭력이라고 주장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소녀와 여자' 스틸컷>



여성성기절제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건 소말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모델 와리스 다리의 고백 덕분이다. 마을 전통에 따라 4살 때 성기절제를 받은 그녀는 13세 때 강제결혼을 피해 런던으로 도망쳤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유명 사진작가의 눈에 띄어 18살에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그녀는 인터뷰에서 성기절제 사실을 용기 있게 고백했으며, 이를 계기로 아프리카의 여성성기절제 관행을 없애기 위한 활동이 이어졌다. 유엔은 2012년 여성성기절제를 금지하기로 결의하고 매년 2월 6일을 ‘여성성기절제 철폐의 날’로 지정했다. 또한 오는 2030년까지 여성성기절제를 완전히 없앤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와리스 다리는 자서전 ‘사막의 꽃’에서 자신이 겪은 성기절제를 이렇게 적고 있다. “나이 먹은 집시 여인이 피가 말라붙은 들쭉날쭉한 면도날을 꺼내고 침을 탁 뱉어 옷에 닦았다. 그리고 곧 내 살이, 내 성기가 잘려나가는 것을 느꼈다. (…) 가장 끔찍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아카시아 나무의) 가시로 살에 구멍을 여러 개 뚫은 다음 그 구멍을 희고 질긴 실로 엮어 꿰맸다. (…) 오줌을 누기 시작하자 피부가 타들어가는 듯이 따가웠다. 집시 여인은 오줌과 월경이 빠져나올 구멍을 겨우 성냥개비 들어갈 만큼만 남기고 꿰맨 것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소녀와 여자' 스틸컷>



이처럼 여성성기절제는 대부분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비위생적인 칼과 바늘, 유리조각 등 날카로운 물질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마취 없이 시술이 이뤄지는 탓에 엄청난 고통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다출혈이나 세균 감염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는 여아들이 부지기수다. 목숨을 건진다고 해도 비뇨기 장애와 불임 등 평생 고통과 병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 때문에 여성성기절제는 ‘죽음의 의식’으로 불리고 있다.


한편, 지난해 8월 소말리아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성기절제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며, 이에 국제 시민운동단체 ‘아바즈(www.avaaz.org)’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글 / 권지희 여행작가